365일 한시-이백李白 옥 섬돌에서의 원망玉階怨

옥 섬돌에서의 원망 玉階怨/당唐 이백李白

玉階生白露 옥 섬돌에 흰 이슬 생겨
夜久侵羅襪 밤 깊어 비단 버선 젖네
卻下水晶簾 수정 주렴을 내리고
玲瓏望秋月 영롱한 가을 달 바라보네

이 시는 이백(李白, 701~762)이 지은 악부시이다. 제목에 <옥계원>이라 한 것은 본래 남조 제(齊)나라의 사조(謝脁, 464~499)가 지은 동일 제목을 가져와 이백이 사용한 것을 드러낸 것이다. 사조의 시는 이렇다.

夕殿下珠簾 저녁 전각에 주렴을 내리니
流螢飛復息 반딧불 날다가 다시 그쳤네
長夜縫羅衣 긴긴밤 비단옷을 꿰매노라면
思君此何極 그대 그리운 마음 오죽하리

이 시를 읽어 보면 이백이 사조의 시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것을 알 수 있다. 고인들의 작품은 그 기본 발상이나 표현을 전대의 작품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 표현을 더욱 차원 높게 승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의 제목, 구도, 표현 등이 이전의 작품과 어떻게 관련이 되어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중국 시에서는 옥(玉)을 비유로 든 기물이 많은데 이는 미화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옥기류가 많기도 하여 이런 실상을 반영한 것이다. ‘침(侵)’은 앞에 나온 ‘백로(白露)’를 받은 말이다. 즉 흰 이슬이 내려 그 습윤한 기운이 비단 버선에 스며들어 축축해진 것이다.

‘각하(却下)’의 ‘각(却)’은 ‘도리어’라는 부사로 보기도 하지만, 주렴을 걷어 올렸다가 다시 원상태로 내리기 때문에 ‘물리다’, ‘퇴각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이 글자를 쓴 것으로, ‘각하’ 전체가 발을 내린다는 의미이다.

마지막 구절은 ‘영롱하여라, 가을 달을 쳐다보네’로 해석된다. 따라서 영롱은 가을 달을 수식하는 것이다. 한시에는 앞에 나온 글자가 건너뛰어 뒤에 나오는 목적어를 수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시가 기본적으로는 궁궐을 배경으로 한 궁녀의 기다리는 마음, 하소연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을 담고 있긴 하지만 일반 여인의 마음 역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전각과 미인의 모습에서 그 슬픔이 배가된다. 이런 점이 궁원시가 고대에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이백 역시 사조의 시를 계승하였지만 제목의 원(怨)자가 시 본문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 더욱 은근하고 표현이 더욱 함축적이라 더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래서 고인들은 이 시를 두고 ‘원망하되 원망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풍아(風雅 시경)에 들어간다.’라고 하였다.

安徽 宣城 谢脁楼, 출처 马蜂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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