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고요한 밤에 생각하며靜夜思

고요한 밤에 생각하며靜夜思/당唐 이백李白

床前明月光 침상 앞 비쳐드는 밝은 달빛
疑是地上霜 땅 위에 내린 서리인가 했네
舉頭望明月 고개 들어 밝은 달 바라보고
低頭思故鄉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이 시는 이백(701~762)이 726년 26세 때 9월 15일 양주(揚州)의 어느 여관에서 지은 작품이다. 악부체 형식의 5언 고시에 해당한다. 5언절구와 외관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명월(明月)’을 다른 구에 중복해서 쓴 점과 절구의 평측을 지키지 않은 점, 그리고 3, 4구가 대구인듯하지만 실제로는 대구가 아닌 점에서 고시로 분류된다. 또 그 내용이 전대의 민요적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악부체에 속하는데 <정야사>라는 제목은 이백이 악부 형식으로 지은 것이다. 실제로 이 시는 《악부시집》에 들어있는며 악곡을 붙이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신악부(新樂府)로 분류하고 있다. 악부체도 지역적 특색이 있는데 이시는 육조 시대 남방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색조를 띠고 있다.

이백은 이때 5언배율로 된 <가을 밤 여관에서의 회포[秋夕旅懷]>라는 작품도 썼는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매우 슬프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그에 비하면 자신의 감정을 개성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보통 사람이 일반적으로 공감하는 양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악부체를 이용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는 이백의 개인적 정서보다는 악부의 전통에서 볼 때 시의 실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첫 구의 명월광(明月光)은 ‘달빛이 밝다.’ 인지 ‘밝은 달의 빛’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송대 판본에는 이 부분이 간월광(看月光), 즉 ‘달빛을 보다’로 되어 있다. 이 부분이 명대에 명월광으로 고쳐진 것은 명월광이 더 좋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리고 후대인들이 ‘명월광’을 시에 쓴 문맥을 보면 대개 ‘밝은 달의 빛’이라는 의미로 쓴 것이 많다. 그렇다면 이 대목은 ‘床前明月光을 疑是地上霜이라’라고 토를 달아야 할 것이다.

뒤의 두 구는 시의 행간을 생각하면 방에서 달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서성이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나 있는 시인은 늘 향수에 젖어 있는데 이날 설핏 잠이 든 시인은 창가 쪽 침상 한쪽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고 오늘이 보름이라는 것을 직감했으리라. 그리고는 창가로 가서 한참 달을 보다가 향수에 젖어 서성이며 고향을 생각했을 것이다.

어릴 때 시골집 방에서 새벽에 한지를 바른 문이 환하면 ‘아, 눈이 왔나 보다.’라고 하면서 문을 열어보고 눈이 마당에 한가득 쌓여 있으면 탄성을 내지른 기억이 난다. 보름달의 밝은 빛이 지창(紙窓)으로 환하게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깬 시인의 마음이 어떠하였을까?

이 시에는 특별한 사상이나 뛰어난 표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만한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뒤의 2구는 간단한 표현 속에 망향의 정을 눌러 담고 있어 천고에 회자된다.

사진 출처 topljf剑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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