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맹호연孟浩然 동무의 장원에 들러過故人莊

동무의 장원에 들러過故人莊/당唐 맹호연孟浩然

故人具雞黍 동무가 닭고기 기장밥 준비하고
邀我至田家 나를 맞이해 시골집에 데려갔네
綠樹村邊合 초록 숲은 마을 주변을 둘렀고
青山郭外斜 푸른 산은 성곽 밖에 비껴있네
開軒面場圃 창을 열고 채마밭을 내다보며
把酒話桑麻 술잔 잡고 뽕과 삼을 얘기하네
待到重陽日 구월 중양절 다가오길 기다려
還來就菊花 다시 와서 국화를 감상하자네

맹호연(孟浩然,689~740)이 녹문산에 은거할 때 지은 수수하고 질박한 전원시이다. 농사짓는 옛 동무의 초대를 받아 그의 전장에 가서 술을 겸한 성찬을 대접받고 이런저런 농사일을 이야기하다가 헤어질 때 또 중양절에 다시 오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계서(鷄黍)는 닭고기 요리와 기장밥을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은 좋은 식사 대접을 의미한다. 자로가 공자를 따라가다가 뒤에 쳐졌을 때 어떤 은자를 만나 그 집에 초대되어 기장밥과 닭고기를 대접받고 그 집 아들 인사를 받은 일이 있다. 이 말의 어원으로 《논어》 <미자(微子)>에 나온다. 서(黍)에 대해서 대체로 주석가들은 당시의 귀한 곡물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다산은 각서(角黍), 즉 ‘쫑즈’라는 의견을 내었다. 의견이 신선하긴 하지만 사리에는 다소 생경하다. 이 말은 우리나라 말에 ‘이밥에 고깃국’ 정도의 의미로 보인다.

이 시를 대충 보면 붓 가는 대로 쓴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2구씩 층을 이루고 있다. 시골 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 집으로 간다는 내용, 가면서 본 친구네 마을 풍경, 친구네 집의 방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술을 마신 일, 헤어질 때의 인사말 등, 시간적 순서로 서술되어 있다.

마지막 2구는 시인이 한 말이 아니라 친구가 한 말이다. 고래의 평자들은 이 시는 말구의 ‘취(就)’ 자가 오묘하다 하였다. ‘중양절이 오면 국화 보러 가자!’ 이런 정도의 의미이다. 국화에 취해보자, 국화를 감상하자 이런 말보다 여기선 잘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다.

국화를 감상한다는 말 중에 품국(品菊)이란 말이 있다. 차를 마신다는 말도 품다(品茶)라 쓴다. 이런 말은 아정한 선비에게 어울린다. 앞에서 뽕나무와 삼 등 농사에 대해 얘기하였으니 마지막 인사도 국화를 보러 가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공력을 기울여서 가능한 것을 평론가들은 알아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이런 시를 보면 사람이 산다는 게 이런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을은 누구를 초대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宋徽宗 <文会图>

365일 한시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