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얼시劉二囍-서점의 온도書店的溫度 10

10 라떼拿铁 , 서점의 유기견书店流浪狗

내가 라떼를 데리고 서점 근처를 한 바퀴 돌 때마다 항상 웃는 낯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1200북숍에 계시는 분 맞죠?”

처음에 나는 상대방이 나를 알아본 줄 알고 내심 내 인기에 대해 기쁨과 근심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번번이 이런 말을 들었다.

“이 개를 알아요. 이름이 라떼지요, 아마?”

이제 나는 더 이상 헛물을 들이켜지 않고 알아서 상대방이 라떼와 기념사진을 찍게 도와준다.

라떼는 우리 서점의 애완견이며 나보다 더 유명한 인터넷 스타이다.

아마 2015년 3월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밤, 나는 내가 개를 키우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이튿날 인터넷 카페에서 어느 여성이, 길에서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자기는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누가 데려다 키웠으면 한다고 포스팅한 글을 보았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려면 마음의 준비가 꽤 필요하다. 하지만 그 꿈 때문에 나는 거의 주저 않고 충동적으로 내가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발 늦었다고, 다른 남성이 벌써 강아지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젠장, 꿈은 이렇게 늘 사람을 골탕 먹인다니까.

그런데 이틀 뒤, 그 여성이 또 내게 연락을 취해 물었다.

“아직도 키우실 생각이 있나요? 전의 그 남자분이 강아지를 돌려보냈어요.”

알고 보니 그 허약한 강아지가 계속 바닥에 설사를 하는 바람에 그 남자는 잘 돌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잘 생각하고 결정하세요. 이번에는 데려가시면 다시 돌려받지 않겠어요.”

강아지가 문제가 있다고 하니 조금 망설여졌다. 왜냐하면 나는 강아지를 서점에서 키울 생각이어서 돌볼 사람이 점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되므로 먼저 그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했다.

다행히 그들은 나를 지지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그 병약한 암컷 강아지를 1200북숍 우산점(五山店)에 데려갔다.

새 식구가 생겨 다들 기뻐했고 제일 먼저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그때 서점의 모든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강아지를 둘러싼 채 앞 다퉈 아이디어를 냈지만 좀처럼 좋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멋대로 이름을 지으려고 할 찰나, 아카이(阿凱)라는 어린 친구가 불쑥 말했다.

“얘는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있으면, 위에서 보면 꼭 라떼 같아요.”

그래서 강아지는 이름이 라떼가 되었다.

아카이는 라떼를 열심히 돌봤다. 목욕을 시키고, 약을 먹이고, 함께 놀아주었다. 그래서 라떼는 장염이 나아 건강을 회복했고 서점 안에서 대소변을 가리는 방법도 배웠다.

당시 아카이는 우산점에서 야간 근무를 맡고 있었다. 고요한 밤마다 그와 라떼는 서점 앞 계단 위에 나란히 앉아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웠다.

만약 함께 있어주는 것이 가장 진실한 사랑이라면 그때의 아카이는 이미 라떼의 양아버지가 아니라 애인이었다.

우산점이 2015년 10월에 문을 닫아서 라떼는 톈허북로점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그 바람에 생활환경이 거리의 점포에서 대형 상가로 바뀌어서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사람들도 다양해졌다. 처음에 우리는 라떼가 새로운 환경에 못 적응해 상가 전체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어려서부터 공공장소에서 지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라떼는 낯선 사람과 마주쳐도 놀라지도 짖지도 않는다. 상가 안에서 대소변을 본 적도 없고 독자를 놀라게 한 적도 없다.

비록 외국의 이름난 견종은 아니어도 라떼는 우아함이란 것이 뭔지 안다. 가게 안에 사람이 많을 때는 조용히 구석에 머물며 오가는 사람을 보고 있고, 사람이 적을 때는 꼭 주인이 순시하듯 천천히 돌아다닌다. 그리고 자기를 귀여워해주는 모든 사람과 함께 논다. 때로는 입구 앞에 쉬고 있다가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꼬리를 흔들어 인사를 하거나 심지어 조금 바래다주기까지 한다.

라떼가 서점에서 사는 것은 금세 관광 포인트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라떼와 놀아주고, 사진을 찍고, 옷과 간식과 장난감을 선물한다. 어떤 사람들은 퇴근 후 일부러 서점에 들러 라떼를 데리고 밖에 나가 한 바퀴 산책을 하고 온다. 서점의 직원들도 하나같이 라떼의 매력에 빠졌다. 많은 직원들이 이직을 하고서도 계속 서점에 오는 이유 역시 오로지 라떼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라떼의 수많은 팬 중에서 늘 서점에 들러 라떼와 놀아주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개를 좋아하는데도 엄마가 개털 알러지가 있어 집에서 개를 못 키우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집 밑에 24시간 서점이 생기고 또 여기서 라떼를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서 라떼는 그녀의 애완동물이 되었으며 서점도 그녀의 제2의 집이자, 또 중매인이 되었다. 중매인이 되었다는 것은 어느 날, 이직한 지 벌써 오래된 아카이와 그 여성이 손을 잡고 라떼를 산책시키러 나온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두 독신 남녀가 라떼로 인해 아무도 모르게 서로 손을 잡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무책임한 주인이 돼버렸다. 라떼가 모두의 애완견이 돼버리는 바람에 먹고 입히는 것뿐만 아니라 목욕과 산책까지 대신 해줄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늘 한 서점에 머무를 수가 없어서 가끔씩 들러 놀아주기만 할 뿐, 라떼를 위해 뭔가를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라떼가 그래도 나를 냉대하지 않고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펄쩍펄쩍 뛰고 내 명령에도 복종해 나를 첫 번째 주인으로 대접해주는 것이다. 라떼는 내가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기분이 안 좋거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마다 톈허북로점에 간다. 거기에서 라떼와 간단한 경주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다 떠벌인다. 나에게 라떼는 가게의 애완견이자 마스코트인 것을 넘어 훌륭한 치료약이자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