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친구를 전송하며送友人  

친구를 전송하며送友人/이백李白

靑山橫北郭 청산은 북쪽 성곽에 걸쳐 있고 
白水繞東城 백수는 동쪽 성을 감아 도네
此地一爲別 여기서 한 번 이별하고 나면
孤蓬萬里征 망초처럼 만 리를 떠돌게 되리
浮雲遊子意 떠가는 구름은 여행자의 심경이요
落日故人情 아쉬운 지는 해는 친구의 정이라네
揮手自茲去 손 흔들며 예서 서로 헤어지자니
蕭蕭斑馬鳴 이으으응 말이 먼저 길게 우네

이 시는 󰡔千家詩󰡕에 수록되어서 그런지 굉장히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지어 애창하기도 한다.

이 시가 언제 지어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산기슭에 성곽이 있고 그 성곽 동쪽으로 강이 굽이 감도는 동구에서 두 사람은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였다.

어제 소개한 시에 정봉(征蓬)이라 하여 ‘봉(蓬)’이 등장하였는데 여기 나온 고봉(孤蓬)과 같다. 이 풀은 우리나라에 흔히 보이는 망초 종류이다. 흔히 계란꽃이라 하는 것이 이것으로 이른 봄에는 나물이나 토끼풀로 뜯기도 하고 여름에는 아이들의 칼싸움 놀이 도구가 되기도 하며 가을에는 멀리 씨를 달고 날아다닌다. 묵정밭에 이 풀이 많은데 멀리 멀리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마른 망초 꽃을 보면서 여행자를 연상하는 것이다. 이 풀은 이미 <<시경>> <위풍(衛風) 백혜(伯兮)>에 ‘비봉(飛蓬)’으로 나오며 우리나라 현대 시인들 중에도 이 풀을 소재로 지은 시가 많다. 70~80년대 몰락하는 농촌의 서글픈 풍경이 이 망초의 이미지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율시의 경우 대체로 경구(警句)가 경련(頸聯)에 많이 나오는데 이 시 역시 경련의 내외 구가 절창이다. 부운(浮雲)에서 유자(遊子), 즉 여행자를 연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름 나그네’란 유행가도 있지 않은가. 落日에서 친구를 만류하고자 하는 마음을 연상하는 것은 우리 정서에서는 바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운과 낙일은 그 자체의 이미지를 말한다기보다는 ‘부운과 낙일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이미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빨리 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특별한 사연이 없는 이상 아마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붉게 지는 해를 보면 조금 더 감상하고 싶고 사진을 더 잘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인다. 이백이 말하는 낙일은 바로 그런 심정을 말한다.

말이 우는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우선 갑오경장 이후 한글의 대대적인 약진과 함께 의성어도 발달했는데 그 때는 이미 말이 사라지는 시기이기 때문일까. 말 우는 소리를 직접 들어보면 ‘히히힝’과는 크게 거리가 있다. 그래서 우선 저렇게 표현해 두고서 말 우는 소리를 잘 아는 독자들이 그 표현을 완성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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