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화의- 진자앙陳子昻 여름날 산천에서 휘 스님에게 드리며酬暉上人夏日林泉

여름날 산천에서 휘 스님에게 드리며酬暉上人夏日林泉/진자앙陳子昻

聞道白雲居, 듣자니 흰 구름 속에 은거하여
窈窕靑蓮宇. 깊숙하고 그윽한 절에 있단다.
巖泉萬丈流, 바위 샘 만길 아래로 흐르고
樹石千年古. 나무와 돌 천년의 빛을 누렸다.
林臥對軒窓, 숲에 누워 난간 창을 마주하니
山陰滿庭戶. 산그늘이 집 뜰에 가득 찬다.
方釋塵事勞, 비로소 세상일 다 떨쳐버리고
從君襲蘭杜. 그대 따라 난초·두약(杜若) 향기에 젖으리라.

[해제]

이 시는 대운사(大雲寺) 승려 원휘(圓暉)에게 답한 시다. 진자앙은 관복을 입기 전과 계모의 사망으로 인해 관복을 벗은 뒤 두 차례에 걸쳐 원휘 스님과 교유했다.

‘청련우’란 푸른 연꽃 같은 집, 즉 사찰 건물을 말한다. 불교에서 연꽃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꽃이라 하여 불화(佛花)로 삼기 때문에 불교와 관련된 사물에는 연꽃을 등장시켜 표현한다. 사찰을 연궁(蓮宮)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신(李紳)의 <학림사를 바라보며(望鶴林寺)>에 “학은 봉우리 밑 절에 깃들고, 강과 성에 꽃 피니 온 세상이 봄이로다(鶴棲峰下靑蓮宇, 花發江城世界春.)”라는 시구가 있다.

작자는 여름날 구름으로 뒤덮은 선방에 은거하는 원휘 스님과 사찰의 자연환경을 묘사하면서 자신도 속세의 일을 모두 떨쳐버리고 사군자의 하나인 난초와 두약(燕子花, 제비붓꽃)을 벗 삼고 은거하며 청정하게 살고 싶은 속내를 비쳤다. 진자앙은 실제로 억울하게 두 번이나 옥에 갇혔고 남의 미움을 사서 강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니 귀향하고픈 마음은 더 절실했을 것이다.

오언고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