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中元/송말원초宋末元初 구원仇遠
初秋當望夜 초가을은 7월 보름밤 맞았고
平楚帶斜曛 평평한 숲은 저녁노을 띠었네
暑氣能昏月 더운 기운은 달을 어둡게 하고
砧聲不隔雲 다듬이 소리는 구름까지 가닿네
華燈浮白水 아름다운 등은 흰 물에 띄우고
老衲誦冥文 늙은 중은 천도하는 경을 외네
漫說中元節 중원절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儒書惜未聞 유가서에서 못 보아 애석하거니
내일 15일은 뜻깊은 광복절이다. 한편 7월 보름, 즉 백중이기도 하다.
원래의 제목에 중원(中元)이라 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백중이라 말하는 것이다. 중화권에서는 주로 중원이라 부른다. 도교 풍속에 1년에 3번 사람의 선악을 평정하는데 상원이 1월 15일이며, 하원이 10월 15일이고, 바로 이 중원은 그 가운데 있으며 7월 15일에 해당한다. 이 날은 모든 귀신들이 다 활동하는 날이라 죽은 날짜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에는 이날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구원(仇遠, 1247~1326)은 절강성 항주 사람으로 송말 원초를 산 사람인데 시로 당대에 이름이 났다. 율양(溧阳)의 유학 교수(儒学教授)를 잠시 지내고는 우울한 마음으로 산하를 유람하다 죽었다.
지금 중원절은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전통 중화 문화가 남아 있는 곳에서 주로 성행한다. 이날 사람들이 강이나 바다에 망자의 혼령을 좋은 곳으로 안내하는 의미를 담아 등불을 배 모양으로 만들어 띄우는데 그 때 승려가 우란분경(盂蘭盆經)이나 목련경(目蓮經) 등을 독송하는 것을 이 시 5, 6구에서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문집 《금연집(金淵集)》에서 시인 스스로 이 부분에 주석을 달아 ‘지역민들이 등불을 띄어 보내고 명복을 빈다.[土人放燈設冥]’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이 풍속이 익숙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7, 8구에서 한 말은 중원절에 대해 아마도 어떤 유자가 비판을 한 모양인데 이에 대해 시인은 유가 경전에 이런 내용이 없는 게 애석하다고 말한다. 본래 유가 경전에서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사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태도나 그 의미를 따지지 귀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이런 연유로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언급한 것이 거의 없는데 이 시인은 아마도 도교나 불교 등에 많이 나오는 권선징악이나 사후 세계에 대해 관심이 높아 유가의 이런 태도를 다소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 해남도에서 일본군들이 한국인 강제 노동자를 집단으로 학살한 내용을 접하였다. 이런 분들의 혼령을 누가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예전에도 필시 이런 일이 많았을 것이고 이 때문에 이런 명절이 정착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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