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추등룡鄒登龍 왕씨 산방王氏山房

왕씨 산방王氏山房/송宋 추등룡鄒登龍

聞道山居好 듣자하니 산에 살기 좋다는데
林深遠俗情 숲 깊어 세속을 멀리 해서라지
茶煙熏壁暗 차 연기는 까맣게 벽을 그을고
蘿月射窓明 송라 사이 달빛 창에 비쳐 밝네
學稼修禾譜 농사를 배우며 화보를 저술하고
栽花識藥名 꽃을 심으며 약 이름을 알아가네
無人覺幽隱 아무도 은거하는 줄 알지 못하니 
爲有讀書聲 책을 읽는 소리 때문인가 보네

추등룡(鄒登龍)은 남송 때의 시인으로 강서성 임강(臨江) 사람이다. 벼슬하지 않고 은거하였는데 집 주변에 매화나무를 빙 둘러 심어 놓고 매옥(梅屋)이라 하였다. 북송 때 매처학자 임포(林逋)의 유풍이 있다고 평가 받는다. 그래서 남긴 시집 이름이 매옥음(梅屋吟)인데 이 시도 이 책에 실려 있다.

여기 나오는 왕씨 산방이 누구의 집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시는 이 시인의 시가 수록된 많지 않은 문헌에 다 나오는 것을 보면 대표작으로 가늠된다.

다른 사람의 산방에 썼지만 자신의 생활과 비슷해서인지 묘사가 잘 되어 있다. 차를 끓이느라 그을린 벽은 까맣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밝기 그지없다. 벼나 밀을 가꾸는 것을 배워 화본과 농작물의 종류나 생육 실태, 재배 방법 등을 기록한 책, 《화보(禾譜)》를 저술하고 또 여러 약초나 꽃을 가꾸니 약초 이름을 알게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사람이 집에서 책을 읽고 지내므로 공부하는 사람인 줄 알지 은거하는 사람인지 모른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에 늘 소리 내어 독서를 하기 때문에 아무도 은거하는 사람인 줄 모른다고 하는데서 참으로 은거하는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주변의 거주자와 겉돌지 않고 함께 지내면서도 고상한 자신의 뜻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은자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소재로 한 시도 많지만 다른 은자가 방문해서 지은 시도 많다. 세속을 멀리 하고 은거해 살더라도 주변에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다른 은자가 있어야 은거도 계속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이 시에서 《화보(禾譜)》나 약명이라는 말에 보이듯이 은거 역시 생활의 한 방식이므로 나름대로 연구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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