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진문술陳文述 여름날의 잡시夏日雜詩

여름날의 잡시夏日雜詩/청淸 진문술陳文述

水窓低傍畫欄開 나직한 물가의 창 난간으로 열어두고
枕簟蕭疏玉漏催 대나무 자리 시원한데 밤은 깊어가네
一夜雨聲涼到夢 한 밤 내 빗소리 꿈결에도 시원하니
萬荷葉上送秋來 수많은 연잎에서 가을 소리 전해 오네

수각(水閣)이 물가에 있는 누각이고 계정(溪亭)이 계곡가의 정자라면 수창(水窓)은 물가로 난 창문이다. 그 창문이 방 안에 나지막하게 나 있어 바로 곁에 아름답게 장식한 난간도 보이고 저 멀리 호수의 연꽃도 다 보인다. 방(榜)은 본래 ‘곁’이라는 명사이지만 여기서는 아름다운 난간을 ‘곁에 두다’는 동사로 전성이 되었다.

깔고 자는 대나무로 짠 자리는 시원한데 밤은 점점 깊어간다. 소소(蕭疏)는 ‘쓸쓸하다’는 뜻도 되지만 여기서는 ‘바람이 잘 통하여 시원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리도 시원한데 호수가로 낮은 창문이 나 있어 여름이지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밤중에 비가 쏟아져 그 시원한 기운이 꿈결에도 느껴지는 듯했다. 비가 내리는 연잎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가을 소식을 알리는 것 같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연잎에서 가을바람이 생겨 불어온다고 하는 표현이 참으로 싱그럽다. 뒤의 두 구는 독특한 아취가 정채를 발한다.

여름이라 해서 늘 더운 것은 아니고 늘 햇빛만 쨍쨍 내리쬐는 것도 아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은 으슬으슬 춥기도 한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와 연잎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꿈결에 느낀다는 이 시는 가을을 알리는 전령과 같다. 마침 폭우가 쏟아지는 오늘, 이 시의 의경을 체감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이 시의 제목을 보면 이 시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볼품이 없다. 그러나 제목이 다가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편안한 제목을 붙였지만 그 담고 있는 내용이 알차면 좋은 작품인 것이다. 자연스러움과 실상을 해치면서까지 남의 이목을 끌고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은 이미 시심(詩心)을 잃은 것이다. 사무사(思無邪)란 말을 공자가 그냥 우연히 해 본 말은 아닐 것이다.

진문술(陈文述, 1771~1843)은 청나라 때의 시인으로 항주 사람이다.

西湖 荷花, 사진 출처 搜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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