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의 정국-당 태종 2

2-2 현무문의 변

무덕武德 9년(626) 6월 4일, 장안.

아침의 햇빛이 여느 때처럼 황궁으로 통하는 길 위에 비치고 길가에 우뚝 선 금위군들은 병마용처럼 무표정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말을 타고 나란히 가고 있던 이건성과 이원길도 태연해보였다. 전날 밤 누군가 “이세민이 황상에게 두 분을 참소했습니다.”라고 넌지시 알려주기는 했지만.11

하지만 그것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건국한 지 8년이 지나면서 황태자 이건성과 진왕秦王 이세민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태원에서 봉기해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이세민은 줄곧 최전선에서 싸웠다. 다시 말해 당나라의 천하 중 적어도 절반은 그가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종법제도에 따라 황태자는 이건성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이세민만 불복한 것이 아니었다. 천하 사람이 다 불복했다. 이세민을 따라 생사를 함께한 형제들도 불복했고 이건성 자신조차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했다. 물론 그는 적장자嫡長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가진 것이 없었다. 장래에 별일 없이 황위를 계승하더라도 이세민이 분수에 만족하고 신하로서 고개를 숙일지도 불확실했다.

다행히 이원길은 이건성을 지지해주었다.

넷째 황자인 제왕齊王 이원길이 왜 이건성의 편에 섰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정사의 견해에 따르면 그는 먼저 이세민을 제거한 뒤, 이건성까지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른바 정사조차 그것이 이세민의 막료가 전한 풍문이었음을 인정해야 했다. 사실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죽은 자 외에는 알지 못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역시 이연이었다.

이연은 태도가 애매했다. 이건성이 보기에는 부황은 적어도 이세민을 경계하기는 했다. 이세민의 공이 군주를 위협할 만큼 큰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세민이 황제의 친아들인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한신이었다면 진즉에 토사구팽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세민은 조심할 줄을 모르고 거꾸로 과시에 열을 올렸다. 무덕 4년(621) 6월,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그는 대대적으로 입성식을 열었다. 그 자신은 황금 투구와 갑옷을 착용한 채 말을 타고 맨 앞에 섰으며 이원길 등 25명의 장수들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1만 기의 철갑 기병과 3만 명의 무사들이 호호탕탕 장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대오의 길이가 무려 2킬로미터가 넘었다.12

그것은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그런 위세를 누구에게 보여주려 한 것일까?

이건성은 이연의 눈이 더 번쩍 뜨이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연은 갑자기 뜻밖의 방안을 생각해냈다. 그는 이세민에게 자신의 군대를 데리고 낙양에 주둔하여 천자의 깃발을 걸고서 지금의 산시성陝西省을 포함한 동쪽 지역 전체를 다스리라고 제안했다.

고조의 견해는, 동도(낙양)와 서도(장안), 두 도읍을 두어도 천하가 하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만약 그 방안을 실행한다면 당나라는 테오도시우스 1세 사후의 로마제국처럼 동서, 두 지역으로 분열될 것이 뻔했다. 그런데 두 로마가 그래도 병존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수도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양과 장안은 가까이 있어서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면 이연은 왜 그런 어리석은 방안을 생각한 것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이건성이 이세민을 연회에 초대해 술에 독을 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독을 푼 사람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미상이다). 이세민은 술을 마신 뒤 피를 몇 되나 토했고 같이 연회에 간 회안왕淮安王 이신통李神通의 부축을 받아 진왕부로 돌아갔다. 이연은 그 소식을 듣고 조사를 와본 뒤, 그들 형제간의 골육상잔을 차마 더 볼 수 없어 그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견해는 매우 의심스럽다.

우리는 이건성이 정말로 이세민을 독살하려 했다면 어째서 그를 자신의 동궁에서 빠져나가게 했는지, 또 어째서 다른 왕도 초대하여 증인으로 만들었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연도 조사를 와서 이건성에게 독약을 왜 풀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고 단지 앞으로 동생이 과음하게 하지 말라고만 훈계를 했다. 따라서 그 사건은 이세민의 고육지계였을 가능성이 크다.13

이연은 당연히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역으로 함정을 파서 이세민을 걸려들게 한 것이었다. “지금 네게 천하의 반을 갈라준다고 하면 너는 원하느냐? 만약 원한다면 그것은 네게 야심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결국 이세민은 이연에게 속내를 들켰다.

그래서 이원길이 와서 이세민을 죽이자고 부추겼을 때, 이연은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는 천하에서 으뜸가는 공을 세웠는데 무슨 명목으로 죽이려느냐?”

이연도 이세민을 죽일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배경을 알면 6월 3일에 생긴 일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 일이 생긴 원인은 그날 태백금성太白金星이 하늘을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관련 부서는 즉시 이연에게 은밀히 보고서를 올렸다.

“이 천체 현상은 진왕이 천하를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연은 이세민을 궁으로 불러 그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의심스럽다. 관련 부서의 비밀 보고서를 왜 이세민에게 보여줬을까? 이세민이 천하를 갖는 것은 지금일 수도 있고 미래일 수도 있었다. 미래라면 그를 황태자로 세워야 했고 지금이라면 당장 결단을 내려야만 했는데 이연은 그 비밀 보고서를 과연 어떻게 이해했을까? 하지만 어느 쪽이 됐든 그것을 이세민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이처럼 이연의 행동은 불가사의했는데 이세민의 반응은 또 아주 엉뚱했다. “태자와 제왕이 후궁(後宮. 비빈들이 거처하는 궁전)을 음란하게 합니다.”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그것은 정말 중국식 논리였다. 태자와 제왕이 후궁을 음란하게 하는 것이, 태백금성이 하늘을 스쳐 지나간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바로 그런 비논리성으로 인해 이연은 마음이 크게 어지러워졌다. 부끄러운 나머지 성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천체 현상은 놔두고 우선 후궁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

그는 “내일 회의를 열어 상호 대질을 하겠다.”라고 선포했다.

이 소식은 즉시 이건성과 이원길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세민은 아예 증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군주를 속인 자는 죽어 마땅했다.

이연조차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세민이 상호 대질 같은 것은 아예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이건성과 이원길은 태연하게 황궁에 들어갔다가 현무문 밖에 이르러서야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즉시 말머리를 돌려 동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세민의 용맹스러운 장수들이 벌써 그들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14

태자와 제왕은 매복에 걸렸다.

다급한 상황에서 이원길은 먼저 선수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활과 화살을 들고 적의 수뇌를 노리려 했지만 손이 떨려 활이 당겨지지 않았다. 거꾸로 이세민은 매우 침착했다. 돌아서서 도망치려 하는 이건성을 여유 있게 불러 세웠고 그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잠시 후 화살 한 대로 그의 목을 꿰뚫었다.

이어서 이세민의 심복 울지경덕尉遲敬德이 이원길까지 살해하고 두 사람의 목을 베었다. 얼마 후, 동궁과 제왕부에서 구원 부대가 달려왔다. 하지만 울지경덕이 두 사람의 목을 내보이자 대부분 전열이 흐트러져 와아, 하고 흩어졌다.

이세민은 울지경덕을 보내 황제를 만나게 했다.

이때 황제는 유람선 위에 있었고 몇 명의 중신도 함께 있었다. 아마 그들은 회의에 가기 전에 생각을 맞추는 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천만뜻밖에 울지경덕이 갑옷 차림으로 무기를 든 채 피투성이 얼굴로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연은 당연히 깜짝 놀랐고 뭔가 사건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밖에서 누가 난을 일으켰느냐?”

울지경덕이 답했다.

“태자와 제왕이 난을 일으켰고 제왕이 진압하고 있습니다.”
“너는 왜 왔느냐?”
“폐하를 지키러 왔습니다.”

이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15

자기를 죽이러 온 것만 아니라면 당연히 뭐든 상의할 수 있었다.

이연은 즉시 재상 배적에게 물었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배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6

다른 두 신하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진왕의 공이 지대하여 천하의 마음을 얻었으니 태자로 세워 나랏일을 맡기신다면 폐하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실 수 있고 백성들도 기뻐할 것입니다.”17

이연은 말했다.

“나도 진작부터 그렇게 생각했네.”

정말 그랬을까? 하늘만 알 일이다. 단지 확실한 것은 울지경덕이 무장을 하고 궁에 난입한 것은 중대한 범죄였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황제의 금위군도 진작부터 이세민의 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울지경덕은 당연히 황제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압박하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었다.

때를 아는 자가 영웅인 법인데 이연은 일관되게 그런 인물이었다. 그는 즉시 울지경덕의 요구대로 조서를 써서 지휘권을 전부 이세민에게 넘겼다.

그때가 돼서야 이세민은 부름에 응해 입궁했다.

부자가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진왕은 황제의 품에 뛰어들어 아무 말도 못하고 흐느꼈다. 이연도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효성스러운 그 착한 아들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와중에 서로 마음이 통했다. 황제인 아버지는 최고 권력을 넘겨주기로 했고 후계자인 아들은 아버지의 편안한 만년을 보장했다.18

그때는 대략 오후 4시였다.19

이제 양씨의 수나라는 이씨의 당나라로 변했고 고조는 태종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이 그렇게 극적이었고 또 순조로웠으며 동시에 의혹투성이였다.

그러면 이 일의 교훈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