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 선사의 산방에 머물며 오지 않는 정대(丁大)를 기다리다가
夕陽度西嶺 석양이 서쪽 고개를 넘어가니
群壑倏已暝 여러 골짜기 문득 어두워졌네
松月生夜涼 소나무와 달 밤공기 시원하고
風泉滿清聽 바람 소리 물소리 맑기도 하지
樵人歸欲盡 나무꾼은 어느새 다 돌아가고
煙鳥棲初定 새들은 이제 돌아와 깃들었네
之子期宿來 그대가 이곳에 묵으러 온다기에
孤琴候蘿徑 금을 타면서 오솔길서 기다리네
저물녘이 되어 산간의 풍경이 변화하는 광경을 그림처럼 보여 주는 이 시는 맑고 담담한 맹호연 산수시의 격조를 드러낸다.
업사(業師)는 업 선사(業禪師)를 줄인 말로 법명에 업(業)자가 있기 때문이고, 정대(丁大)는 정풍(丁鳳)이라는 사람인데 대(大) 자를 쓴 것은 정씨 형제들 중에서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松月生夜涼 소나무에 걸린 달은 청량한 밤 분위기 자아내고
風泉滿清聽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는 귀를 온통 맑게 하네
이 구절이 특별히 뛰어나 시각과 청각의 대조에 유의하여 좀 더 자세히 번역해 보았다. 이 시의 마지막에 보면 혼자 금을 연주한다는 말이 있어 외로울 수도 있는데 앞에 서술된 내용을 보면 이런 아취를 즐기고 있다. 마지막에 송라(松蘿) 오솔길이 나온 것은 앞에서 말한 소나무와 잘 조응이 된다. 중국 산수화에 보면 소나무 같은 데에 실처럼 감겨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것이 바로 이 송라이다.
이 시는 마지막 구절에 와서 이 시의 제목과 앞에서 서술한 내용이 모두 해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시의 정조를 지배하는 글자는 ‘후(候)’ 자이다. 지기를 기다리면서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변화를 즐기는 시인의 풍도가 고결하다. 소나무 위에 뜬 달, 바람 소리와 계곡 물 소리, 금을 연주하는 소리, 시원한 밤공기 등은 우리의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면서 그 맑은 시심을 전달하고 있다.
365일 한시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