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오사도吳師道 연의 꽃과 잎蓮藕花葉圖

연의 꽃과 잎蓮藕花葉圖/원元 오사도吳師道

玉雪竅玲瓏 옥설 같은 꽃 영롱한 연밥
紛披綠映紅 푸른 잎 붉은 꽃 펼쳐졌네
生生無限意 끊임없이 낳고 낳는 뜻이
只在苦心中 다만 쓴 씨앗 속에 있거니

이 시는 연의 꽃과 잎을 그린 그림에 쓴 제화시(題畵詩)이다. 시가 맑고 고운데 인생의 교훈도 함께 담고 있다.

옥설은 백옥같이 흰 눈이다. 백련을 비유한 말이다. 영롱하다는 말은 연밥에 송송 나 있는 구멍을 표현한 말이다. 분피(紛披)의 ‘분(紛)’은 분분하다, 즉 많다는 말이고, ‘피(披)’는 열다, 헤치다는 말로 연 잎과 꽃이 자라나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말한다.

생생무한은 영원이 대를 이어간다는 말이고, 고심 중에 있다는 말은 그러한 생명 작용이 모두 쓴 맛이 나는 씨 속에 들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말의 ‘연밥’은 주로 물뿌리개 꼭지처럼 생긴 것을 말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그 안에 박힌 씨앗을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심(心)이라 한 것은 첫 구의 규(竅) 안에 들어 있는 파란 씨를 말한다. 그러기에 영롱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연밥의 모양을 아주 좋아하기에 표현이 가슴 깊이 와 닿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전에 고려시대 복장 유물에서 나온 연자를 심어 꽃을 피웠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연자는 이처럼 오래 생명력을 간직한다. 이 시는 바로 호수 위에 별 세계를 만들어 낸 연 꽃과 잎이 모두 이 연자에서 비롯된 것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시의 여운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는다. 화려한 연꽃을 피우기 위해 쓴 연자가 필요하듯이 아름다운 인생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나 인내가 필요하다는 의미 역시 전달되고 있다.

오사도(吴師道, 1283~1344)는 원나라 때의 도학자로 무주(婺州) 난계현(蘭溪縣) 사람이다. 19세에 송나라 유학자 진덕수(眞德秀)에 심취하여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였다. 국자박사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기억력이 뛰어나고 맑고 고운 시를 썼는데 이 시도 그러한 특징을 보인다.

任重 <荷花>, 출처 国画与书法 So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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