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설古今小說- 진어사가 금비녀와 금팔찌를 교묘하게 조사하다陳御史巧勘金釵鈿 1

진어사가 금비녀와 금팔찌를 교묘하게 조사하다 1

세상사 엎치락뒤치락, 수레바퀴 굴러가는 것 같아라,
눈앞에 보이는 길흉, 그게 다가 아니로다.
긴 시간 지나면 모든 게 다 응보가 있으리니,
하늘이 어디 선인을 버리리?

우리 선배 이야기꾼들 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 하나 있더라. 어느 주 어느 현의 사람인지는 모르겠구나. 아무튼 성은 김金이요, 이름은 효孝라는 위인이 하나 있었겠다. 그는 나이는 찼으나 아직 장가 들지는 못하였더라. 그자는 노모를 모시고 기름을 팔아 생계를 꾸렸더라. 하루는 기름 멜대를 메고서 집을 나섰다가 도중에 너무 일이 급하여 길가 측간에 들어가 큰일을 보다가 헝겊 전대 하나를 주었다. 살펴보니 그 안에는 은이 한 움큼 들어 있었고 대략 30냥 정도는 되어보였다. 김효는 뛸 듯이 기뻐 다시 기름 멜대를 들쳐 메고서는 가던 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왔다. 김효는 집에 돌아와 노모에게 일렀다.

“제가 오늘 운수대통했나 봐요. 글쎄 은을 한 움큼 주웠지 뭐예요.”

노모는 아들 녀석의 말을 듣고서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너 설마 몹쓸 짓하고 훔쳐온 것은 아니겠지?”

“제가 언제 남의 물건 훔치는 그런 나쁜 버릇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겁나네요. 사실 이 전대는 누군가가 측간에서 잃어버린 거라고요. 다행히 제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고서 주워온 거라고요.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들이 언제 이런 돈을 만져보겠어요. 내일 내가 재물신에게 지전을 사른 다음 이 은을 팔아서 기름장사 밑천으로 삼을 거예요. 그럼 남의 기름 외상으로 떼다 파는 거보다 좀 좋아요.”

“얘야, 부귀는 하늘이 낸다는 속담도 있지 않니, 너 팔자가 늘어지는 팔자라면 이처럼 가난한 기름장수 집안에 태어나지는 않았을 거다. 내가 보기에도 그 은은 네가 남의 것을 빼앗아온 것은 아니라 하여도 네가 땀 흘려 벌어 온 것 또한 아니니 그게 너에게 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외려 재앙을 가져다줄 것 같아 겁나는구나. 이 은이 이 동네 사람 것인지, 아니면 타지방 사람 것인지, 그게 잃어버린 사람 본인 것인지, 그도 아니면 빌려온 것을 잃어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잃어버리고서 얼마나 속이 타겠느냐 아마 죽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르지. 예전에 배도裴度가 주운 허리띠를 돌려주고서 덕을 쌓은 일이 있다는 이야기1를 내 들었으니 너 역시 그 은을 주운 곳에다 갖다 두어라. 누군가가 잃어버린 사람이 그걸 찾아갈 것이니라. 네가 이렇게 덕을 쌓으면 하늘이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김효는 그래도 바탕이 제법 되어있는 사람이라 노모의 한바탕 훈계를 듣더니 연신 대답하였다.

“엄마 말이 맞아요, 엄마 말이 맞다니까요!”

김효는 은이 들어 있는 전대를 집에다 내려놓고서 그 측간으로 달려갔다. 달려가 보니 측간에는 한 무더기 사람들이 한 남자를 둘러싸고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다. 그 남정네는 무척이나 화가 난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김효가 앞으로 나아가 그 연유를 살펴 물으니 그 남정네는 타지 사람으로 측간에 들러 일을 치르느라 전대를 벗어두었다가 그만 전대를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이제 와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자, 측간을 헐어버리고서라도 찾아낼 심산으로 건달 몇 명을 데리고 와서 이제 막 일을 벌이려고 하는 참이라 사람들이 에워싸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김효가 그 남정네에게 물었다.

“그래 그 은이 도대체 얼마나 되오?”

그 남정네가 아무렇게나 대답하였다.

“사오십 냥 되오.”

착실한 김효는 바로 이렇게 또 물었다.

“하얀 색 천으로 만든 전대에 들어 있었던 거요?”

그 남정네가 김효를 와락 잡아 끌더니 말했다.

“맞아, 맞아. 혹시 그거 주워서 나에게 돌려주려는 거요? 내가 후히 사례하리다.”

주위 사람들이 입빠르게 끼어들었다.

“그거 반은 사례로 줘야 할 것 같은데.”

김효가 그 남정네에게 말했다.

“내가 진짜로 그걸 주웠소이다. 내가 집에다 두었으니 나를 따라오시오.”

주위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남의 것이라도 주우면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저 사람은 주인 찾아 주려고 하니 참 희한하네.”

김효가 그 남정네를 데리고 출발하려고 하니 주위 사람들도 뒤를 따랐다. 김효는 자기 집에 도착하여 두 손으로 전대를 들고 나와 그 남정네에게 돌려주었다. 그 남정네가 전대를 돌려받고서 살펴보니 본래 들어 있던 것이 하나도 손 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다만 아까 주위 사람들이 한 반쯤은 사례금으로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한 것처럼 김효가 사례금을 과하게 달라고 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 남정네는 순간 좋지 않은 계책을 하나 생각해내고는 김효에게 뒤집어씌우며 말했다.

“원래 은이 사오십 냥이 있었는데 이거밖에 안 남았네. 네가 반을 어디다 숨긴 모양인데 어서 나에게 돌려주라고.”

김효가 대답하였다.

“내가 그걸 주워가지고 집에 들고 갔더니 어머니가 어서 빨리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하도 성화를 내길래 그냥 그걸 집에다 놓고는 바로 나간 건데, 그 물건에 손댈 틈이나 있었겠어?”

그 남정네가 자신의 은이 손 탔다고 계속 김효에게 뒤집어씌우니 김효는 억울해 줄을 지경이라 한달음 그 남정네에게 발길질을 하였다. 그러나 그 남정네는 엄청 힘이 세었던지 김효의 머리카락을 한줌 움켜쥐고서 마치 닭 모가지를 비틀 듯이 김효를 땅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주먹으로 면상을 갈겨댔다. 일흔 먹은 김효의 노모도 놀라서 뛰어나와 억울하다며 왜장을 질러댔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심사가 뒤틀렸는지 웅성웅성 소리를 질렀다.

마침 현령 나리가 그곳을 지나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서 가마를 세우게 하고는 아전을 시켜 당사자들을 데려오라 하였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기 싫은 사람들은 슬금슬금 빠져버리고 그래도 배짱 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옆에서 서서 현령 나리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나 지켜보고자 하였다. 아무튼 아전들이 그 남정네와 김효 모자를 현령 앞으로 끌고 오니 각자가 자기 억울한 것을 하소연하기에 바빴다.

“저놈이 소인의 은을 주워서 반을 숨겨 놓고는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어머님의 말씀을 따라 정말 좋은 뜻으로 저놈에게 돌려주었는데 저놈이 도리어 나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현령이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래 증인이 되어줄 만한 자가 있느냐?”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저 사람이 전대를 벗어 놓고서 측간에서 볼일을 보고 그걸 그만 놓고 갔다가 다시 와서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던 찰나 김효가 와서 자기가 그걸 주웠노라고 자복하고 저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그 전대를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런 정황은 저희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지요. 하지만 그 전대 안에 은이 얼마나 들어있었는지는 소인들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현령이 말하였다.

“너희 둘은 다툴 일이 없다. 내가 다 처리할 방법이 있느니라.”

현령은 아전에게 그 사람들을 모두 현청으로 데리고 오라고 일렀다. 현령이 현청에 돌아와 당에 오르니 김효와 그 남정네 그리고 증인으로 따라온 자들이 모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현령이 전대와 은덩어리를 가져와보라 하더니 재무 담당 아전을 불러 그 은덩어리의 무게를 정확히 달아보고 보고하라고 분부하였다. 재무 담당 아전이 보고하였다.

“30냥입니다.”

현령이 다시 그 남정네에게 물었다.

“그래, 네 은덩이리가 얼마라고?”

“50냥입니다.”

“저놈이 네 은을 훔쳐가는 걸 보았느냐, 아니면 저놈이 너한테 찾아와 자기가 주운 거라고 말을 하더냐?”

“사실대로 아뢰자면 저놈이 자기가 주웠노라고 실토하였습니다요.”

“저놈이 은에 욕심이 있었다면 아예 다 가져가 버리지 하필이면 반 정도만 숨기고 나서 자기가 그 은을 주웠노라고 와서 자백한단 말이냐. 저놈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저놈이 네 은을 주웠다는 것도 몰랐을 것 아니냐. 하니, 내 보기엔 저놈은 은 근대 수 가지고 장난칠 놈은 아니다. 네놈이 잃어버렸다는 은은 50냥, 저놈이 주웠다는 은은 30냥이니, 필시 지금 이 은은 네놈이 잃어버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 남정네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이 은은 분명 제 은입니다, 저는 그저 이 30냥만이라도 받겠나이다.”

현령이 다시 말하였다.

“수량이 다른데 어찌 자기 거라고 우기고 함부로 가져갈 수 있단 말이냐. 이 은은 결단코 김효에게 가져가라 주고 그 노모를 봉양하게 하라. 그리고 네놈은 네 힘으로 스스로 네 잃어버린 은을 찾도록 하여라.”

김효는 그 은을 받아들고서 천번 만번 현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노모를 부축하여 현청에서 빠져나갔다. 그 남정네는 이미 판결이 그리 난 까닭에 감히 뭐라 항변도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나갈 따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통쾌하다 한소리들 하였다.

남을 해치려다가,

외려 자기가 당하였구나.

자기는 우사를 당하고,

남은 희희낙락하는도다.

보시라,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시라. 󰡔금비녀와 금팔찌󰡕라는 기이한 이야기, 마누라 있던 자는 마누라를 잃고 마누라 없던 자에게는 마누라가 생기는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마치 김효와 그 남정네 이야기처럼 은을 바라던 자는 은을 잃고 은을 돌려주려 하던 자는 은을 얻는 것과 같구나. 일의 본새는 다르나 그 이치는 하나도 다를 게 없구나.

한편, 강서성 감주부贛州府 석성현石城縣에 노염헌魯廉憲2이 있었으니 평생 관직 생활하면서 청렴하고 돈을 밝히지 않아 사람은 그를 청정수 노염헌이라 불렀다. 그 노염헌은 같은 현에 사는 고첨사顧僉事와 대대로 교분을 쌓고 있었다. 노염헌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으니 이름이 학증學曾이었다. 고첨사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으니 아명이 아수阿秀였다. 이 두 집안은 둘을 혼인시키기로 서로 약속을 하였다. 이 두 집안은 서로 왕래하면서 사돈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노염헌의 부인이 병에 들어버렸는지라 노염헌은 그저 아들만 데리고 임지에서 지내면서 이제나 저제나 하였지만 무정한 세월만 흘러 아직 아들과 고첨사의 여식 사이의 혼례를 치르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아뿔싸 노염헌이 갑자기 병들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노학증은 아버님의 시신을 운구하여 고향에 돌아와 3년상을 치렀으니 가세는 갈수록 기울기만 하였다. 몇 칸 안 되는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끼니마저도 걱정하는 형편이었다. 고첨사는 자신의 사윗감이 아주 상거지가 되어버린 걸 보니 예전에 자신의 딸과 정혼하게 했던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고첨사는 아내 맹씨와 상의하였다.

“노씨네가 지금 당장 먹을 쌀 한 톨도 없이 가난하니 혼례를 치를 엄두도 내지 못할 처지라 언제 우리 아수를 데려갈지 알 수가 없네 그려. 차라리 다른 혼처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우리 딸내미 평생을 망치게 할 수는 없지.”

고첨사의 아내 맹씨가 대답하였다.

“아무리 노씨네가 가난하다 하더라도 어려서부터 정혼한 사이인데 무슨 핑계로 그걸 파혼한다지요?”

“그럼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어 둘이 다 이미 장성하였으니 어서 혼례를 올리자고 재촉하라고 합시다. 아울러 우리 양쪽 집안이 다 벼슬아치 집안이니 집안의 체면을 봐서라도 그저 돈이 없다는 핑계로 혼례를 대충 치를 수는 없다는 걸 알 것이고 더욱이 혼례라는 게 남자 측인 저쪽 집안에서 돈이 나와 여자 측인 우리집안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라 저 가난뱅이 노씨네가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차라리 없던 일로 하자고 할 것이오. 내가 그때 가서 그놈한테 파혼서를 써서 보내라고 하면 될 것이니 지금 바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오.”

“우리 아수가 한 고집하는데 걔가 순순히 따라올지 걱정이네요.”

“시집가기 전에는 애비 말을 따라야 하는 법, 이런 일에 어찌 토를 달수가 있겠소. 당신이 찬찬히 그 녀석에게 알아듣도록 타이르구려.”

고첨사의 부인은 이 말을 듣고 바로 딸내미의 방으로 가서 이런 상황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딸 아수가 대답하였다.

“일부종사는 부덕 중의 기본입니다. 혼사에서 재물을 따지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입니다. 아버님이 이렇게 가난한 자를 멸시하고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니 저는 따를 수가 없습니다.”

“지금 네 아버지가 노씨 집안을 찾아가서 어서 혼례를 올리라고 할 거다. 만약 노씨 집안에서 혼례를 치를 형편이 못된다면 파혼을 할 것이라 하니 너는 가만히 지켜보기나 하여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만약 노씨 집안에서 혼례를 치를 형편이 못된다면 저는 차라리 평생 수절을 할 것입니다. 결코 다른 혼처를 찾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옥련錢玉蓮은 강물에 몸을 던져 정절을 지킴으로써 만고에 그 이름을 드날렸습니다.3 아버님이 이렇게 몰아가신다면 저는 목숨을 버리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고첨사의 부인은 딸이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것을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였다. 고첨사 부인이 마침내 계책을 생각해내었으니 몰래 노씨네의 아들을 불러 그가 혼례를 치르는 것을 도와주어 그에게 어서 예식을 치러 이 혼사를 마무리하라고 할 심산이었다. 하루는 고첨사가 동쪽 마을에 가 며칠을 머물면서 도지를 걷어 오겠노라 하였다. 고첨사 부인 맹씨는 여식과 상의하고 난 다음에 여식을 시켜 늙은 집사를 불러오게 하였다. 맹부인은 집사얼굴을 보고서는 이렇게 분부하였다

.“노씨 총각을 만나되 후문에서 만나도록 할 것이며 이러이러하게 말을 하라. 절대로 이 일이 누설되어서는 아니 되네. 내가 나중에 따로 후사함세.”

늙은 집사는 마나님의 명령을 받들고는 노씨 집안으로 달려갔다.

대문은 쇠락한 절간의 문,
방안은 깨어진 가마.
창문과 문틀은 따로 놀고,
그저 바람에 제멋대로 열렸다, 닫혔다.
부엌도 퇴락하긴 마찬가지,
연기와 김이 안 난지가 너무도 오래라네.
무너진 담벼락과 구멍 난 기와,
평소엔 그런대로 버틴다지만,
비가 오면 어떡하나.
낡고 부서진 책상다리와 걸상을 땔감으로 써도,
불기운은 약하기만 하구나.
벼슬아치 집안이 망했다고들 애석해하면서도,
청백리 집안의 불쌍한 자손을 도와주려 들지는 않는구나.
백 마디 천 마디 말로도 모자랄 노씨 집안의 곤궁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