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江南/한漢 한악부漢樂府
江南可采蓮 강남은 연밥 딸 수 있으니
蓮葉何田田 연잎 어쩜 저리도 무성할까
魚戲蓮葉間 물고기 연 잎 사이에서 노네
魚戲蓮葉東 물고기 연 잎 동쪽에서 놀고
魚戲蓮葉西 물고기 연 잎 서쪽에서 놀고
魚戲蓮葉南 물고기 연 잎 남쪽에서 놀고
魚戲蓮葉北 물고기 연 잎 북쪽에서 노네
이 시는 한나라 때 민간에서 유행하던 악부시로 그 내용과 형식이 간단해 보인다. ‘보인다’고 말한 것은 대강 이해하려고 하면 간단하지만 하나씩 따지고 들면 잘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제목을 <강남>으로 한 것은 이 시에 맞는 제목을 붙였다기보다는 제목이 없어 첫 구를 제목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고대 시가에는 특히 이런 것이 많다. ‘전전(田田)’은 연잎이 무성하게 서로 연이어 있는 모습을 말한다. 옛날 사전에 ‘동글동글하다’고 풀이한 것은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말은 연꽃이 논처럼 끝없이 펼쳐진 모양을 전(田) 자를 겹쳐 표현한 아닐까?
중국인들 설명을 보면, ‘연(蓮 2성)’은 음이 같은 ‘련(憐)’이나 성조만 다른 ‘련(戀 3성)’을 연상하게 하여 물고기가 연잎의 사방에서 노니는 것을 사랑을 갈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다소 이치에 닿는다. 또 이 시를 연밥을 따는 노동요라 보기도 하는데 이 역시 같은 구절의 반복을 보면 수긍이 간다. 어떤 사람은 뒤의 4구를 선창자가 부르는 것에 따라 다른 사람이 화답하는 것이라 보기도 한다.
이 시의 첫 두 구는 같은 운자를 썼고 3구에서 일단 정리되었다가 다시 4개의 구가 덧붙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채련곡이 주로 연밥을 따는 것을 무대로 하여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사정을 감안해 이 시를 소리 내어 외어 보면, 강남의 끝없는 호수와 강, 그리고 그 곳에 자라는 연의 싱그러움과 은밀한 연정, 그리고 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흥겨움 같은 것이 우선 다가온다. 문득 고향 근처의 상주 <공갈 못 노래>가 생각난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녀야
연밥 줄밥 내 따 주께
이 내 품에 잠자 주오
365일 한시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