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오타오馬小淘-벌거숭이 부부毛坯夫妻 17- 완결

벌거숭이 부부 17 완결

“두 사람 집이 5환 바깥에 있다고 하던데, 맞아?”

잘 알면서도 일부러 묻는 게 분명했다. 사쉐팅이 입을 열자마자 레이례는 식탁 위의 포크들이 일제히 멈춘 것을 느꼈다. 다들 자연스러움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사쉐팅의 의도가 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맞아, 그냥 바깥이 아니라 5환을 넘어 택시를 타도 30분 넘게 더 가야 해.”

그래도 샤오놘의 기분은 정상이었다.

“그렇게 멀리 사는데 출근은 어떻게 해?”

사쉐팅은 계속 귀찮게 굴며 천진한 표정을 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녁 늦게 들어오지. 밤길을 걸어야 해!”

샤오놘은 아무도 못 살아본 훌륭한 삶을 자랑하듯 고개를 쳐들었다.

“쉽지 않겠네.”

사쉐팅은 체머리를 흔들며 탄식을 했다. 어떻게든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돈은 없고 또 어쨌든 젊으니까 고생하는 거지 뭐. 집이 선전深圳인데 매일 국경을 넘어 홍콩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

샤오놘은 또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아 참, 나 다음 달에 홍콩으로 쇼핑하러 가는데 같이 안 갈래?”

사쉐팅이 친한 척하며 물었다.

“엉? 우리는 별로 친하지도 않잖아. 난 불편할 것 같아.”

사쉐팅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고 레이례는 그녀의 앞니에 초콜릿크림이 묻은 것을 발견했다. 크림과 웃는 얼굴이 어울리며 사람들에게 조화롭지 못한 웃음을 자아냈다.

“언니, 이에 크림 묻었어.”

샤오놘의 한 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이 즉시 샤쉐팅의 이에 쏠렸다. 하지만 그녀는 호의로 그 말을 한 것으로 들렸다. 레이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샤오놘은 아주 자연스럽게 공격을 받아냈다. 방금 전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지도 모르고 샤쉐팅의 적의를 멋지게 받아친 것이다. 그녀가 샤쉐팅의 이에 묻은 크림을 지적한 것이 고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

대학 시절, 사쉐팅은 음식을 깎아내릴 기회가 생기면 결코 놓치지 않았다. 학생식당에서 3위안으로 반찬 두 가지와 탕을 먹을 때조차 느끼하다거나 짜다고 불평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후에는 어느 식당의 스테이크를 먹을 때 7할만 익혀달라고 했는데 먹어보니 8할을 익힌 것 같았다고 지적하면서, 그렇게 음식을 못 만드는데도 아직 차림표에 추천 요리로 올라가 있다고 했다. 아, 당시 그녀가 차림표라고 말했을 리는 없다. 항상 메뉴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식사는 당연히 고급에 속했다. 오성급 호텔의 요리부터 역시 오성급 호텔과 전혀 다르지 않은 집과 인테리어까지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레이례는 배불리 못 먹었다. 음식의 종류와 양은 충분한 것을 넘어 남아돌 정도였는데도 그랬다. 그것들은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어서 그가 즐겁게 먹기에는 무리였다. 설마 요리에도 인간적이거나 비인간적인 구분이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은 너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 그의 가장 절실한 바람은 샤오놘의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 때로 예쁘긴 해도 먹기는 힘든, 그녀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고 싶었다. 그는 그 고급 만찬에서 요행히 살아남아 베이징을 절반이나 가로질러 집에 돌아가서 자기 집 요리를 맛보기를 고대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저녁바람이 샤오놘의 노래진 긴 머리를 날리자, 레이례는 조금 도취되어 몰래 웃었다. 그는 영양 부족처럼 보이는 그녀의 야윈 몸매와 푸석푸석한 머리칼이 좋았다. 옛날에 그녀가 땅콩 알러지로 쓰러졌을 때 병상에서 아무렇게나 “그러면 먼저 여자친구가 돼서 천천히 결혼을 준비하죠 뭐.”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결혼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자기, 내가 그렇게 훌륭한 블루베리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

샤오놘이 레이례의 생각의 나래를 멈췄다.

“쓸데없는 소리. 네가 그것보다 훨씬 더 맛있게 만들 거야.”
“이건 좀 맹목적인 숭배인데!”
“내가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레이례는 문득 어떤 일이 생각났다.

“말해봐.”
“왜 샤쉐팅한테 땅콩 알러지가 있다고 말 안 하고 그냥 땅콩을 안 좋아한다고 한 거야?” 
“내가 왜 그 언니한테 그 얘기를 해? 그 언니가 누구인데? 뭐하러 내 약점을 알려주겠냐고! 혹시 땅콩으로 나한테 해코지를 한다고 생각해봐.”
“너, 피해망상증 있니?”
“그런지도 모르지. 선배는 그 언니가 나한테 호의적이지 않은 것 느끼지 못했어?”
“너 느꼈니? 나는 네가 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너 평소에 꽤 무섭잖아? 오늘은 웬일로 신경전만 벌인 거야?”
“내가 그 언니를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싸워서 뭐해. 그리고 선배도 봤잖아, 그 언니 거드름 피우는 거. 집안에서 숄을 두르고 있다니, 지금이 몇 월인데. 이렇게 따뜻할 때 무슨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 사람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야. 사람이 너무 고집불통이라 미친 것일 수도 있는데 나는 쓸데없이 그런 사람은 안 건드려. 아니면 사람이 너무 약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약자하고는 안 싸우거든. 동정심이 있으니까! 게다가 내가 왜 선배 전 여자친구랑 옥신각신하겠어. 앞사람이 나무를 심어 뒷사람이 그늘을 즐긴다는 말도 있잖아. 그 언니가 선배 곁을 안 떠났으면 내가 선배랑 사귈 수 있었겠어? 나는 후계자인 셈이니까 사람을 너무 괴롭히면 안 되지, 안 그래?”

레이례는 너무 웃기는 동시에 허기를 느꼈다.

“여보, 우리 돌아가서 뭐 좀 먹자. 나는 많이 못 먹었어.”
“엉? 왜 그랬어? 사람은 별로여도 요리는 정말 괜찮았는데! 선배는 내 요리는 가려도 방금 전 요리는 오성급이었잖아.”
“나는 맛있지 않았어. 별로였다고.”
“선배는 성격이 꼬였다니까. 사람이 싫은 건 싫은 거고 요리는 별개잖아. 속이 그렇게 좁으면 되겠어? 먹어야 할 건 먹어야지.”
“네 당근케이크를 가져가면 안 되는 거였어. 안 가져갔으면 집에 가서 내가 다 먹는 거였는데.”

레이례는 무시당한 샤오놘의 케이크가 생각났다.

“됐어. 그 언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지 뭐. 그 언니는 별로 먹지도 않았으니까 분명히 우리가 나온 다음에 내 당근케이크를 미친 듯이 먹어치웠을 거야. 그 언니는 틀림없이 식탐이 많을 거야. 안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튼튼하겠어? 남들 모르게 많이 먹은 결과라고!”

지하철은 사람이 너무 많아 탈이었다. 이 도시는 늘 그렇게 사람이 많았다. 주말인데도 열차에 사람이 득실거렸다. 넘치는 인파 속에서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기운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너는 그 집이 어땠어?”

레이례가 물었다.

“무지막지하게 크긴 하더라. 돌아다니면서 표시를 안 해놓으면 안에서도 길을 잊어먹겠던데. 게다가 인테리어가 너무 촌스러웠어.”
“하지만 사쉐팅이 그렇게 큰 집에서 사는 걸 보니 갑자기 너한테 좀 미안했어.”
“선배는 참 낭만도 없어. 그 집에는 우리 집의 초록색 문이 없잖아!”

샤오놘은 사람들에게 밀려 한 번 휘청하고는 다시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그 집 드레스룸은 정말 좋더라. 선배는 못 봤지만 꼭 연예인이 쓰는 데 같았어. 정말 장관이더라고. 나중에 우리 돈이 생기면 나도 드레스룸을 가질 거야!”
“돈이 안 생기면?”

레이례는 일부러 찬물을 끼얹었다.

“안 생기면 관두지 뭐. 옷도 몇 벌 없는데 드레스룸이 무슨 소용이람!”

샤오놘의 담담한 반응에 레이례는 목구멍에 생선 가시가 걸린 것 같았다. 사쉐팅도 전업주부였지만 매일매일 그녀의 생활은 쇼핑으로 드레스룸을 채우고, 아주머니를 감독해 집안을 정리하게 하고, 혹은 카드놀이를 하거나 연극을 보는 것으로 요약되었다. 레이례는 그런 귀부인의 생존 방식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샤오놘도 일을 안 하긴 했지만 그녀는 경쟁을 귀찮아하고 스트레스를 싫어해서 차라리 고양이들과 함께 자신만의 왕국을 이루고자 했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무기력함에 속이 탔지만 오늘은 문득 그녀에게 빚을 진 느낌이 들었다. 샤오놘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좋은 삶에 대한 정의가 더 복잡하고 단순하기는 했다. 하지만 남편으로서 그는 적어도 먼저 그녀에게 인테리어를 마친 침실을 선사하고 나서 그녀가 얼마나 많은 낮 시간을 낭비하는지 불평해야 했다. 아마도 며칠 지나면 또 그녀의 베이커리학원이 싫어지거나, 틈을 노려 그녀에게 밖에 나가 할 일을 좀 찾아보라고 타이르거나, 갑자기 그녀가 웅크리고 인터넷을 하는 모습에 짜증이 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 그는 그녀에게서 보일 듯 말 듯한 날개와,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을 본 것 같았고 또 그녀가 날고 있는 것을 느꼈다. 오래 전 그가 구애할 때 그녀는 그랬고 지금도 역시 그랬다. 가장 본질적인 것이 변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지하철을 나와서 그들의 집까지는 버스 두 정거장 거리였다. 레이례가 걸어가자고 하자 샤오놘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출구가 없는 듯한 곧고 넓은 길이 아주 먼 곳까지 뻗어 있었다. 그 길을 2킬로미터쯤 가면 그들의 벌거숭이 집이 있었다.

사진 Clement Souch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