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에夏至日作/당唐 권덕여權德輿
璿樞無停運 북두성 쉬지 않고 운행하니
四序相錯行 사계절이 서로 번갈아 드네
寄言赫曦景 뜨거운 햇빛에 말을 하노니
今日一陰生 오늘부터 음 기운 생겼다고
올해는 토요일 22일이 하지이다. 이제 길어진 해가 다시 짧아진다는 것이다. 느낌으로는 아직 더 길어질 것 같은데 이제 성장의 극한에 도달해 다시 짧아진다니 천체 운행이 준엄하기만 하다. 무언가 인생의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선추(璿樞)는 선추(璇樞)라고도 하는데 중요한 뜻이 2가지 있다. 하나는 해. 달, 별 등의 운행을 살피는 천체 관측 기구인 선기옥형(璇璣玉衡), 즉 혼천의(渾天儀)를 줄여 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두성을 말한다. 북두성의 7개 별 중 제1별이 추(樞), 제2별이 선(璇)이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이 절기를 계산하는 것은 주로 북두성의 위치와 연관이 있다. 망종(芒種) 뒤 15일에 북두성 자루가 오(午), 즉 남방을 가리키면 하지가 된다. 이 시각이 올해는 22일 0시 54분이다. 북두성이 쉬지 않고 운행한다는 것은 바로 천체가 그렇게 움직인다는 말이다.
착행(錯行)은 ‘갈마들어 운행된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나 사물이 반복적으로 서로 교대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2개의 일이나 사물을 놓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사계절이 서로 돌아가면서 순환하는 것을 말한다. 사계절의 순환에 이 말을 쓸 수 있는 것은 《예기》 나 《한시외전(韓詩外傳)》 등 이전에 이 표현을 사용한 문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문에 어떤 새로운 표현이 나올 때는 그 의미를 논리적으로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누가 어떤 맥락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였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문의 문법이다.
혁희(赫曦)는 불타는 태양이나 뜨거운 햇빛을 말한다. 뒤에 경(景)을 붙여 뜨거운 햇빛이 만들어 내는 여름 풍경이라는 의미가 된다. 하지는 양(陽)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해 낮이 가장 길기도 하지만 이날 바로 음이 생겨나 밤이 드디어 조금씩 길어지게 된다. 이 시인이 말하고 있는 것은 하지의 천체 운행 특징이기도 하지만 내 귀에는 어쩐지 인생의 교훈을 함께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권덕여(權德輿, 759~818)는 4세에 시를 짓고 15세에 문장 수백 편을 지었으며, 당 덕종 때 재상을 지낸 시인이다. 133회에 소개하였다.
365일 한시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