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부부 12
6
전쟁은 레이례가 자신의 가족카드에 새로 2500위안의 결제 기록이 추가된 것을 발견하면서 벌어졌다. 그때는 정오였고 평소 같으면 샤오놘이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넘어가 한창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휴대폰 메시지가 날아와, 레이례에게 그의 가족카드에서 꽤 큰돈이 결제되었음을 알려왔다. 그것은 그가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액수였다. 지금 가족카드는 샤오놘의 수중에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웬일로 자지 않고 물건을 사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례는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샤오놘이 결혼한 뒤로 돈 관리를 잘 못한 것도 아닌데 너무 인색하게 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기심을 꾹 눌러 참고 퇴근해 집에 가서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집에 가보니 샤오놘이 없었다. 집에만 있던 여자가 웬일로 밖에 나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됐는데도 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 레이례는 이미 집에만 오면 바로 따뜻한 저녁식사가 나오는 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썰렁한 부엌과 마주하니 뭔가 냉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샤오놘에게 전화를 걸어봐야 하나, 막 고민하고 있는데 문에서 열쇠 돌리는 소리가 났다.
“자기야, 너무 미안해. 저녁에 길이 그렇게 막히는지 몰랐어.”
샤오놘은 무와 브로콜리를 든 채 곧장 부엌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깔린 것은 요즘 인테리어에서는 완전히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된 장판이었으므로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을지 말지는 순전히 어느 쪽이 편안한지에 대한 계산에 속할 뿐, 위생이나 청결과는 그리 관계가 없었다. 샤오놘은 하이힐을 갈아 신을 틈도 없이 주부로서의 책임감부터 챙겼다.
“자기 배가 부르면 남의 배가 고픈 줄 모른다고 당연히 출퇴근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몰랐겠지. 직장인의 가장 심한 고통은 업무보다는 출퇴근에 있다고.”
레이례는 샤오놘의 실수에 좀 화가 나기도 했고, 반대로 서둘러 밥을 하는 그녀의 태도에 살짝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왜 나갔던 거야? 이 시간에 맞춰 돌아오려고 직장인들을 더 성가시게 했겠군.”
“하늘같은 우리 선배의 건의에 따라 시야를 넓히고 연구를 하러 가지 않았겠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또 선배와의 격차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사회를 관찰하러 나갔었다고?”
“오늘 마침 루루가 쉬는 날이어서 먼저 가서 학원에 등록한 다음에 걔랑 거리를 좀 쏘다녔지.”
샤오놘이 학원에 등록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레이례는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에둘러 말한 자신의 권유를 그녀가 귀담아 듣고 갑자기 행동에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정오에 카드 메시지가 날아와서 뭔지 궁금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여보가 새 출발을 하려는 거였군!”
“맞아, 시험 삼아 먼저 들어보기도 했어. 요긴하게 돈을 쓰려면 먼저 잘 알아봐야 하니까.”
“우리 여보는 진짜 알뜰하다니까!”
레이례는 뒤에서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다 배우고 나면 내가 블루베리케이크를 만들어줄게!”
샤오놘은 레이례의 애정 표시에 신이 나서 브로콜리를 썰던 손을 멈추고 소리쳤다.
“뭐라고?”
레이례는 불현듯 뭐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샤오놘의 어깨를 눌렀다.
“다 배우고 나면 블루베리케이크를 만들어준다니까. 선배는 그런 종류를 제일 좋아하잖아.”
샤오놘은 여전히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무슨 학원에 등록한 거야?”
“베이커리학원!”
“2500위안을 내고 베이커리학원에 등록했다고? 지금 확실히 농담하는 것 아니지?”
레이례의 목에서 두 줄기 파란 핏줄이 마늘종 모양으로 불거졌다.
“맞아, 베이커리학원에 등록했어. 선배가 나보고 그러라고 했잖아! 본래는 나도 망설였다고.”
샤오놘은 다시 여유롭게 무를 썰기 시작했다.
“역시 나한테는 선배밖에 없다니까!”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냐? 방송과는 취업률이 거의 백프로인데 너는 졸업하고 제대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난 네가 너무 오래 놀면 폐인이 될까봐 뭔가 쓸모 있는 걸 좀 배워보라고 한 것뿐이야. 그런데 케이크 만드는 거나 배우겠다니 그게 제정신이냐고! 2500위안은 내 월급의 절반이고 우리 집 한 달치 대출 상환금인데 그걸 그냥 케이크 기술자한테 찔러주겠다는 거잖아! 너, 그따위 기술을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정말 요리사라도 되겠다는 거야? 우리 집을 좀 봐, 바닥은 콘크리트이고 소파는 낡았고 공사 현장보다 더 처참해. 그런데 유독 부엌만 오븐에, 베이킹팬에, 믹서기까지 없는 게 없어. 웬만한 식당보다 더 잘 갖춰놓았다고! 너는 정말 자기가 먹고 살 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 거냐고? 날마다 별의별 쓸데없는 것들이나 만들고 말이야, 나는 네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상관하지 않았어. 그런데 엇나가도 분수가 있지,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됐잖아! 너 진짜 미친 거야? 너……”
레이례는 도저히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샤오놘의 눈물을 보고도 화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그녀는 우스꽝스럽고,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못하며 황당한 짓 말고는 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비쳤다.
“선배가 나를 먹여 살려준다고 했잖아! 나보고 새로운 걸 배워보라고 했지 않았냐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 투지고 없고, 욕망도 없고, 게으른 사람이어서 차라리 굶을지언정 먹을거리를 구하러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나는 선배하고 결혼할 때도 이랬고 쭉 이랬어. 그런데 왜 그렇게 신경질을 내는 거야?”
샤오놘도 화가 나서 발을 들어 레이례를 걷어찼다.
딱딱한 하이힐에 채여 레이례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모든 것이 환상인 것 같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스스로 굶을지언정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기는 싫다고 큰소리를 치는 이 악독한 여인은 그가 오랫동안 사귀고 결혼해 계속 사랑해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뻔뻔하게 은퇴 생활을 누리며 남과 상관없이 거의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덧없는 삶이란 게 뭔지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밖에 나가 뭔가를 배워보라고 했지만 그녀는 미쳤는지 베이커리학원에 등록했다. 그리고 그가 몇 마디 좀 했다고 성이 나서 사람을 걷어찼다.
“나가서 좀 걷고 올게.”
그는 우느라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쓱 보고서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