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오타오馬小淘-벌거숭이 부부毛坯夫妻 13

벌거숭이 부부 13

아파트 단지 앞의 술집에서 레이례는 맥주와 꼬치를 시켰다. 조금 꾀죄죄한 탁자와 어울리는 상차림이었고 그는 실의에 빠진 남자처럼 보였다. 사실 그것은 틀린 인상이 아니었다. 그는 확실히 실의에 빠져 있었다. 모든 것이 평범한데 오직 아내만 평범치 않아 그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는 것을 책임질 뿐, 그 집의 구체적인 모든 것에 대해서는 권한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샤오놘을 사랑하기는 해도 가끔씩 진저리가 쳐지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주어진 대로 적당히 만족하고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 심지어 노년의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그는 자기 인생이 벌써 결론이 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인테리어도 안 된 집에서 욕심 없고 의지 없는 여자와 함께 버려진 고양이 몇 마리를 껴안고 살다가 늙어 죽는 것으로 말이다.

“빨리 와. 그 정도면 됐잖아. 오면 내가 스크램블드에그 해줄게.”

샤오놘의 문자가 적당한 때 도착했다. 그녀는 화를 잘 못 내서 항상 몇 마디만 나누면 기분이 풀어지곤 했다. 비록 2500위안을 내고 쓸데없는 디저트나 만드는 저능아 클래스에 등록하기는 했지만 계란을 볶는 것만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화가 싹 가시는 사람이었다.

레이례는 아직 골이 난 채로 집 문을 열었다. 그는 그녀의 유치함을 무시하라고 자기 자신을 타이를 수 없었다. 동시에 그녀는 이미 백약이 무효해서 더 싸워봤자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칠이 벗겨진 작은 탁자 위에 브로콜리 한 접시와 스크램블드에그 한 접시가 놓여 있었고 샤오놘은 꼼짝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으며 고양이들은 무심하게 통조림을 먹고 있었다. 모두 각자 제자리에 있었다. 그만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아 유일하게 빠져 있었다. 모든 것이 전날과 똑같았다. 레이례는 말없이 이부자리 쪽으로 가서 그 구부정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왠지 모르게 젖어들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불빛에 눈이 부셔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뒷모습은 몇 년간 날마다 똑같이 침대 앞에 있어서 진즉에 습관이 되었다. 눈물은 어째서 습관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

7

싸운 뒤로 두 사람은 며칠 동안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레이례는 여느 때처럼 출퇴근을 했고 샤오놘도 계속 빨래를 하고 밥을 지었다. 단지 대화가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샤오놘은 매주 월, 수, 금 저물녘에 수업을 들으러 나갔다. 그 빌어먹을 베이커리 수업을 말이다. 그녀는 레이례에게 욕을 먹은 다음날, 바로 학원에 가서 등록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받으려 했지만 전액환불은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출석을 못하는 게 확실해도 70프로만 환불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낸 돈의 30프로를 헛되이 날릴 바에야 염치 불고하고 학원에 다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레이례의 눈총을 받아가며 케이크 만드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배운 것은 머핀류의 작은 케이크에 불과했는데 그 정도는 샤오놘도 전에 혼자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중에 근사한 기술을 배웠을 때, 조금 아껴서 자기 돈으로 솜씨를 발휘해 레이례에게 커다란 케이크를 갖다 바치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베이커리 기술이 언젠가 아마추어 티를 벗으면 집안에 늘 훌륭한 빵과 케이크가 갖춰져 레이례가 배불리 먹고 흐뭇해할 것 같았다.

레이례는 월, 수, 금에는 제때 저녁을 못 먹었다. 샤오놘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야 비로소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보통 그는 샤오놘보다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갔다. 벌써 여러 해 밥을 짓지 않아서 배가 고프면 바로 샤오놘을 찾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는 샤오놘이 아직 졸업을 못하고 그들이 지금보다 훨씬 초라한 집에 살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가 앞치마를 맸고 그녀는 옆에 서 있기만 했다. 그녀는 심지어 국수를 삶을 때 물을 먼저 넣어야 하는지, 면을 먼저 넣어야 하는지 긴가민가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기억이 떠오르자, 그는 문득 그녀도 전혀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쨌든 부엌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가 있어서, 기분이 아무리 안 좋아도 그의 위는 만족스럽고 따뜻했다. 그래서 샤오놘이 수업 시간에 만든 당근케이크를 들고 돌아왔을 때 그는 그것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동시에 잊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꼬집어주었다. 그것은 폭행이 아니라 친근감의 표시였다. 보통 두 사람은 사소한 마찰이 있어도 짧은 해빙기가 지나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껴안고, 어루만지고, 뽀뽀를 하고, 온갖 스킨십을 나누곤 했다. 여기에는 꼬집고, 비비고, 긁고, 할퀴는 것도 포함되었다.

“토요일 날 선배 동창회에 이 케이크를 만들어서 가져가는 게 어때?”

샤오놘이 부쩍 기운이 나서 물었다.

“동창회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아직 너한테 말하지도 않았는데.”

레이례는 하마터면 목에 음식이 걸릴 뻔했다. 샤오놘의 빠른 정보력에 놀라 손에서 땀이 다 났다.

주말에 작은 모임이 잡혔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녀석 하나가 귀국해, 대학 같은 반 친구였던 몇 명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레이례는 본래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 유학생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몇 명도 못 본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친구들의 꼬드김으로 인해 일이 커져, 사쉐팅沙雪婷의 이사 축하 모임도 겸하는 것으로 돼버렸다. 사쉐팅은 다름 아닌 레이례의 대학교 일학년 시절 여자친구였다. 둘 사이에 무슨 돌이키기 힘든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나는 것보다는 추억만 하는 게 나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레이례로서는 아예 추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사진 Amanda V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