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상인을 전송하며送靈澈上人/당唐 유장경劉長卿
蒼蒼竹林寺 짙푸른 숲 속의 죽림사
杳杳鍾聲晚 가물가물한 저녁 종소리
荷笠帶斜陽 삿갓에 저녁 햇살 받으며
青山獨歸遠 청산에 홀로 멀어져 가네
저 멀리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 무척 아름다운 경우가 있다. 나도 청년 시절에 어떤 소설가가 이불 보퉁이를 메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아주 추악한 모습으로 타락하였지만 그 시절엔 그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뒷모습이 그랬을 것이다. 삿갓과 바랑에 물드는 저녁노을, 그가 터벅터벅 자신이 묵는 사찰로 돌아가고 있다.
이 시는 유장경(劉長卿, 약726~약786)이 769~770년 무렵에 윤주(潤州), 즉 지금의 진강(鎭江)에서 시승 영철 상인을 만나고 헤어질 때 쓴 시로 알려져 있다. 영철 상인은 당시의 저명한 시승으로 속성은 양(楊)이고 자는 원징(源澄)이며 소흥 사람이다. 본래 회계 운문산(雲門山)으로 출가하여 당시 윤주에 있던 죽림사에 머물고 있었다.
영철 상인이 돌아가는 죽림사는 멀고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저녁 종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마지막 구에 ‘청산’이라 한 것은 바로 첫 구의 ‘짙푸른 숲 속의 죽림사’를 말한 것이다.
나는 삿갓에 저녁 햇살을 받으며 저 멀리 산문으로 유유히 돌아간다는 뒤의 2구가 너무나 좋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바랑 메고 청산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더 보태지 않아도 아무 말 안 해도 그 자체로 한 편의 산수화이다. 그런데 멀리서 종소리까지 들린다니. 게다가 뒤에서 정의(情誼) 어린 눈길로 누가 보고 있다니…
365일 한시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