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오타오馬小淘-벌거숭이 부부毛坯夫妻 8

벌거숭이 부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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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지 벌써 3년이 돼 가는데도 샤오놘은 컬러링 녹음 일을 때려치운 뒤로는 줄곧 직장을 못 구했다. 처음에는 그녀 자신도 새 직장을 구할 생각이 없어서 너무 피곤하다, 너무 몸이 약해졌다, 떠들며 조금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려 했다. 그러다가 다시 머뭇머뭇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리 애써도 마음에 드는 직장이 구해지지 않았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며칠을 뛰어다녔지만 결국 본래 하던 컬러링 녹음 일조차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마다 새로 배출되는 대학 졸업생들 앞에서 샤오놘의 경쟁력은 점점 빛이 바랬다. 예전에는 그녀가 홧김에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면 지금은 업계의 발전이 일에 대한 그녀의 권리를 거의 박탈해버렸다. 그녀는 바로 힘이 빠졌고 자포자기해서 날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으며 깨어 있는 시간에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냈다. 집안은 버려진 공장처럼 너저분했고 텅 빈 콘크리트 벽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걸려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들은 그 안에서 꼼짝 않고 진을 치고 있었다. 전에 셋집에 살 때도 샤오놘은 청소와 정리에 통 관심이 없었다. 늘 말하길, 자기 집만 생기면 빠릿빠릿해질 것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진담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새 집에 들어왔는데도 그녀는 버릇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더 나빠졌다. 전에는 남의 집이라 그래도 조심하는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 집이니 신경 쓸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이었다! 그렇게 게으르게 살며 샤오놘은 낮이든 밤이든 고양이를 안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따금 더빙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일도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기도 하고 제품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비록 수입은 보잘것없어도 어떻게든 집안 살림에 보태려 했다. 이때 레이례는 혼자 무거운 부담을 지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저녁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4천 위안 남짓한 월급에서 2천 위안은 대출을 갚고 나머지 2천 위안으로 식비와 교통비와 공공요금과 고양이 사료 값을 치르고 나면 매달 남는 게 거의 없거나 심지어 빈털터리가 되었다. 인생은 그야말로 끝없이 갚아도 갚아도 빚이 줄지 않는 수수께끼와도 같았다. 레이례는 바쁜 생활에 지쳐 자기도 모르게 살이 쪘다. 그러다가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점점 중년 남자와 비슷해져가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겨우 서른 문턱을 넘었는데도 말이다.

루루 등이 밥을 먹으러 온 그날, 샤오놘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이틀 전에 미리 메뉴를 정하고 토요일에 새벽같이 일어나 장을 봐온 뒤, 바로 부엌에 뛰어 들어가 흥분해서 진수성찬을 만들었다.

그들은 오자마자 반가워 서로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파란만장했던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식사를 할 때도 누구 하나 사양하지 않았고 음식을 싹 비운 뒤에도 깔깔대며 웃음꽃을 피웠다. 모임이 끝난 뒤, 샤오놘은 아쉬워하며 아래층까지 내려가 그들을 전송했고 돌아와서 그릇을 정리할 때도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레이례도 그 정답고 허물없는 만남이 좋았지만 후배들이 가버린 뒤에는 조금 기분이 씁쓸했다. 루루는 위성방송국에서 교양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아주 잘나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일 시청자들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다른 세 명도 각기 스포츠채널의 취재기자와 농업채널의 책임 간부 그리고 모바일 매체의 새 메인 앵커를 맡고 있었다. 그들은 일이 힘들다고 계속 불평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기 궤도에서 착실히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었다. 루루는 모바일 매체의 보수와 의료보험과 주택기금에 관해 물었고 스포츠 기자는 지난번 장애인농구대회에서 일어난 방송사고를 언급했으며 농업채널의 아가씨는 자기가 방송신문 기사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식사가 반쯤 끝나갈 때 그들의 대화는 더 전문적인 화제로 흘러 샤오놘은 아예 낄 틈이 없었다. 레이례는 그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다들 너무 바쁘고 오랜만에 만난데다 공동 대처가 필요한 그런 사업상의 일들은 본래 대화의 초점이 될 만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 샤오놘과 무관했다. 그녀는 얼떨떨한 상태로 밥을 먹으면서 대학 때 다들 싫어했던 여학생을 혼자 비웃고 있었다. 루루 등은 그냥 건성으로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는 척했다. 그들은 직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이미 더 혐오스럽고 적응 안 되는 대상이 생겼다. 그리고 대학 시절의 모든 것은 이제 그들과 불투명한 유리로 가로막혀서 젊고 활기찼던 그 세월은 그저 아름답고 따뜻한 기억으로만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샤오놘은 달랐다. 그녀는 마치 졸업과 동시에 냉동이라도 된 것처럼 친구들이 다 대학 동창이었고 인간관계가 옛날처럼 협소했다. 게다가 사회생활도 일천했기 때문에 자기를 혐오스럽게 한 대상이 아직도 학창 시절의 생생한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난잡하고 무질서한 현실 밖에 고립된 채 작은 집에 틀어박혀 있었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그녀에게는 모두 똑같이 공휴일이 무한히 연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충고해주고 싶었다. 면벽수도 십 년이면 벽을 부수려 시도해보기도 해야 한다고, 또 너무 오래 숨어 있으면 자칫 세상에서 잊힐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녀라고 줄곧 마음이 편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또 그녀에게, 안 되면 몸을 낮춰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하고 싶었다.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탁자를 닦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입을 열지는 못했다. 됐다, 괜한 고민거리는 만들지 말자! 하는 일을 바꿔보라고 그가 권할 때마다 그녀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외치곤 했다.

“나는 방송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나도 방송과 졸업생이라고, 우리가 발성 연습하고, 호흡 연습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선배도 전공 일을 하고 남들도 다 전공 일을 하는데 왜 나만 딴 일을 하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서 흑흑, 훌쩍이고 있으면 마치 누구한테 박해받은 방송 엘리트 같았다. 그는 그녀보다 세 살이 많긴 했지만 자주 그녀가 자기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10시에 레이례는 양치질을 마치고 시간 맞춰 침대에 누웠다. 침대 바로 앞에서 샤오놘이 등을 구부리고 사이트에서 고양이 사육에 관한 글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 이랬다. 샐러리맨 레이례는 꼭 그 시간에 자야 했지만 가정주부 샤오놘에게 그 시간은 체내 시계로 저물녘에 해당했으므로 한창 신나게 책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고, 인터넷을 봤다. 레이례는 이미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샤오놘의 뒷모습을 보면서 키보드 소리나 한국드라마 캐릭터의 대화 속에서 꿈나라에 빠져들었다. 다른 방 하나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그들은 오직 그 침실에서만 생활했다.

“나 잘게, 안녕. 너무 늦게 자지 마!”
“빨리 잘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

이것이 매일 밤 그들이 어김없이 나누는 대화였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속한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염려해주었다.

한 사람은 자고 한 사람은 계속 인터넷을 하면서 쌔근쌔근, 고른 숨소리에 키보드 소리가 뒤따랐다. 매일매일 변함이 없었다.

사진 출처 Paz Ara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