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축윤명祝允明 초여름 산길을 가다가首夏山中行吟


초여름 산길을首夏山中行吟 가다가/명明 축윤명祝允明

梅子青 매실은 푸르고
梅子黃 매실은 누렇네
菜肥麥熟養蠶忙 채소는 통통 보리는 익고 누에치기에 바쁘네
山僧過嶺看茶老 산승은 고개를 넘어 차를 시킨 지 오래
村女當壚煮酒香 시골 아낙 주막에서 매실주 달이는 향기

제목의 음(吟)은 ‘시를 읊는다.’는 의미이지 고시의 한 문체인 음(吟)은 아닌 듯하다. 2, 3, 5 구에 운자를 단 사(詞)이다. 산승이 고개를 넘어 다리도 쉴 겸 찾아든 주막에서 승려 신분이라 술은 시키지 못하고 차를 주문했는데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지 한 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한 참 목이 마른데 매실을 넣어 달이는 술 향기가 스님의 코에 닿는다.

파란 매실이 어느덧 누렇게 익었다. 그걸 따서 술을 만들어 먹는 것만 해도 이미 초여름의 정취를 미각으로 만끽할 만한데 고개를 넘어 온 목마른 스님까지 나와 매우 인상적인 자극을 남긴다. 마치 무슨 화두를 받은 것인가? 졸다가 죽비로 어깻죽지를 얻어맞은 것인가? 정신이 얼떨떨하다. 소주 교외에서 흔히 볼만한 토속적 한 장면을 일순간에 선미(禪味)어린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간다(看茶)’는 ‘차를 가져오라’는 말이며, ‘노(老)’는 그런 주문을 한 지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을 말한다. ‘당로(當壚)’는 목로주점에서 개방된 부뚜막을 말한다. 사마상여의 고사에 나온다. ‘자주(煮酒)’는 132회에서 소개하였는데 매실을 넣어 중탕으로 술을 달이는 것을 말한다. 앞에 파란 매실이 노랗다고 한 것은 이 부분의 술 향기를 드러내기 위한 복선이다.

2014년 겨울, 소주도화오발전유한공사(蘇州桃花塢發展有限公司)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당인 고거(故居)를 관람하였는데 사당을 복원하고 있었다. 그 곳에 축윤명(祝允明, 1460~1526), 문징명(文徵明, 1470~1559), 당인(唐寅, 1470~1523)을 제향하며 다음 해에 일반에 공개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세 사람은 그림과 글씨로 교유하며 오문(吳門)의 서화를 이끈 인물들이다. 당인도 글씨를 잘 썼지만 일세를 풍미한 것은 아무래도 문징명과 축윤명이며 두 사람은 모두 시인으로도 이름이 났다. 이 한 수의 시로 축윤명의 시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고 관심을 일으킨다.

대만 상무인서관에서 나온 《명대서법(明代書法)》(2001)과 《호단만상(豪端萬象)》(2013, 고궁박물원 축윤명 서법특전 도록) 등을 통해 축윤명의 글씨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데, <시첩(詩帖)>과 <칠언율시권(七言律詩卷)>을 보면 그의 초서 수준을 알 수 있다. 장위(張謂)가 회소(懷素)의 글씨를 두고 쓴 시에 “달아나는 뱀이 자리로 기어드는 형세이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소리가 집에 가득하다.[奔蛇走虺勢入坐, 驟雨旋風聲滿堂]”는 평이 축윤명에게도 부합함을 확인하게 된다. 
이 시는 축윤명의 문집 《회성당집(懐星堂集)》 권5에 실려 있다.

祝允明 草书 <杜诗卷>, 上海博物馆藏 출처 书法欣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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