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사 뒤의 선원에 쓰다題破山寺後禪院/당唐 상건常建
清晨入古寺 첫새벽에 고사에 들어가니
初日照高林 동트는 해 사찰을 비추네
曲徑通幽處 오솔길 그윽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 선방에는 꽃과 나무 우거졌네
山光悅鳥性 새의 성질은 산 빛을 좋아하고
潭影空人心 사람 마음은 못처럼 비워지네
萬籟此俱寂 이곳은 모든 소리 다 사라지고
惟餘鍾磬音 종과 경쇠 소리만 들려 올 뿐
새벽에 산사의 선방에 가서 마음을 비우고 적막한 산사의 선미(禪味)를 느낀다는 시이다. 경물을 통해 선취(禪趣)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3, 4구와 5, 6구는 특히 그 의미가 깊고 묘미가 있다.
마지막 2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구라 할 수 있는데 그 대구의 성격이 각각 달라 재미있다. 5, 6구는 그야말로 앞뒤의 구를 바꾸어도 병렬이 되는 전형적 대구이지만, 1, 2구는 시인의 행동에 따른 경물의 변화가 전개되고 있는 유수대(流水對)이고, 3, 4구는 일부 형식적으로는 부실한 대구이지만 내용상으로 대구가 되고 있다. 유수대는 대등하게 병렬을 이루지 않고 인과, 가설 등 두 구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을 말한다.
여기 나오는 파산사(破山寺)는 강소성 상숙(常熟)의 우산(虞山)에 있는 흥복사(興福寺)를 말한다. 고림(高林)은 말 그대로 높은 숲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절을 높여 부른 말이다. 곡경(曲徑)이 죽경(竹徑)으로 된 곳도 있으니 이 절 뒤에 대나무가 많고 그 사이로 난 굽은 길을 따라 가면 선방에 도착하며 선방 주변에는 꽃과 나무가 우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숲에서 새가 우니 새가 산을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 사찰에는 못이 있는데 물이 아주 맑았던 모양이다. 그 맑은 물빛처럼 사람의 마음도 텅 비워지는 것만 같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 사찰의 적막감을 간헐적으로 들리는 종소리로 표현했다. 소리를 묘사하여 소리가 없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원나라 예찬(倪瓚)의 기념관이 이 우산에 있어 전에 답사를 갔다가 너무 늦은 밤이라 한 밤 중에 그 위치만 확인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 우산이 우산화파(虞山畵派)의 근거지이고 이제 이런 좋은 시도 알았으니 기회가 되면 우산(虞山)에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상건(常建, 708~765)은 성당 시대 산림이나 사찰, 도관 등을 제재로 많은 시를 쓴 시인이다.
365일 한시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