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군의 후지에 대한 절구/당唐 두목杜牧
菱透浮萍綠錦池 부평 사이 마름 잎 돋는 녹색 비단 못
夏鶯千囀弄薔薇 여름 꾀꼬리 장미 넝쿨에서 울고 있네
盡日無人看微雨 하루 종일 연못의 보슬비 보는 이 없고
鴛鴦相對浴紅衣 원앙 두 마리 마주보고 붉은 깃털 씻네
제안군(齊安郡)은 황주(黃州)를 말한다. 지금 호북성 황강시(黃岡市)에 해당한다. 두목(杜牧, 803~852)은 842년 4월~844년 9월 동안 황주 자사를 지냈는데 이 시는 이 무렵에 지어진 시로 보인다. 후지(後池)는 그 황주 치소의 뒤쪽에 있던 연못으로 추정된다.
두목이 보기에 이 연못에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광경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하루 종일 아무도 와서 감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 곳 연못은 잔잔하고 녹색이라 비단 같은데 지금 부평초가 많이 자라고 있으며 그 사이 빈 공간으로 마름 잎이 돋아나 잎을 내밀고 있다. 또 연못 둘레에 있는 장미 넝쿨에는 꾀꼬리가 가지를 옮겨 다니며 계속해서 울어대고 있다.
요즘 야산을 산책해 보면 국수 나무, 원추리, 개망초 등이 피고 솔 순이 돋아 있고 송화가 날려 봄과는 다른 정취가 한창이다. 또 개울이나 연못에는 물갈이 자라고 연꽃이 피어난다. 오리가 다니고 물고기가 헤엄친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 중에 사람이 모르는 사이 나타났다 스러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는가? 어디 자연 뿐이랴?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살다 가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가 굳이 몰라도 될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며 사람들을 피로하게 하고 별 능력도 없고 최소한의 인품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행세하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은가?
두목이 묘사한 시는 보슬비 오는 날 초여름 연못의 숨겨진 아름다움이지만 이 시를 읽는 나는 지금의 사람이라 절로 세상에 드러난 추악함을 미워하게 된다. 아름다운 시를 가르치는 것이 도덕과 정의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사람에게 감화를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쓰레기의 악취를 싫어할 테니 말이다.
365일 한시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