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早發白帝城

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早發白帝城/당唐 이백李白

朝辭白帝彩雲間 동 터는 아침 구름 백제성을 출발해
千里江陵一日還 천리 길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왔네
兩岸猿聲啼不住 양 안의 원숭이들 쉬지 않고 우는데
輕舟已過萬重山 가벼운 배 어느새 첩첩 산을 지났네

백제성은 무협(巫峽)에서도 구당협(瞿塘峽) 입구에 있는 요새이다. 옛날 삼국 시대에 유비가 관우와 장비, 두 아우의 복수를 갚기 위해 동오를 급히 공격하다가 이릉(夷陵)에서 도독 육손(陸遜)에게 화공에 대패하여 이곳으로 피하였다가 화병으로 죽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가면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유언을 하는 장면을 소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 시도 비림을 조성하여 새겨 놓았다.

삼국지의 3대 대전이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인데 모두 군세가 약한 쪽이 교묘한 전략으로 상대에게 궤멸적 타격을 안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육손의 추격군이 이 백제성 부근까지 쳐들어왔지만 제갈공명이 팔진도(八陣圖)를 펼쳐 물리친 일도 있다. 때문에 이 백제성은 영사시(詠史詩)의 좋은 소재가 되어 시성(詩城)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 가면 《중국사고지도집(中國史稿地圖集)》을 저술한 곽말약(郭沫若) 선생이 쓴 현판도 있고 소동파의 글씨도 있다. 대략 17년 전에 황화 유역의 고적을 답사하며 거슬러 올라가 사천에서 노닐다가 중경에서 배를 타고 장강을 따라 의창으로 온 적이 있다. 그 때 백제성에 들렀는데 여러 가지 인상 깊은 것들이 많아 지금도 여러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 백제성에서 구당협을 지나다 보면 왕소군과 굴원의 고리가 나오고 더 가면 유비가 패한 이릉, 즉 오늘날의 의창 부근이 나온다.

이곳 백제성 주변은 경치가 아주 좋다. 배를 타고 무협을 지나가도 좋고 좀 더 가다가 무산(巫山)에 정박할 때 작은 배를 전세 내어 소삼협(小三峽)이란 곳에 가 보면 양안의 폭이 넓지 않고 대신 천인절벽 위에 작은 원숭이들이 벼랑으로 옮겨 다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이 시 3구는 이 소삼협에서는 느낄 수 있지만 무협은 폭이 넓어 실감이 덜하다. 아마도 배가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가며 좌우로 치우칠 때 들리는 원숭이 소리를 포괄하여 표현한 듯하다. 이곳에서 우연히 산 영하신다(寧河神茶)는 아직도 나에게 기억이 남는데 언제 다시 그 차를 마실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이 시는 759년 야랑(夜郞)으로 유배를 가던 이백이 도중에 사면령을 받고 풀려나 강릉으로 돌아오면서 그 쾌활한 기분을 빠른 배의 속도감으로 표현한 시이다. 당시 이백은 59세였는데 시를 보면 감정 연령은 두보와 정 반대로 훨씬 젊어 보인다.

다른 구절은 해석상의 어려움이 거의 없다. 오직 첫 구의 채운(彩雲)만이 생각이 좀 필요하다. 채운은 여러 색깔의 구름을 말한다. 이는 백제성에 낀 구름에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햇빛이 비치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 것이다. 이백이 쓴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의 첫 구절에 나오는 자연(紫煙)과 같다. 제목에 ‘조(朝)’를 쓰지 않고 ‘조(早)’자를 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시는 《당시배항방(唐詩排行榜)》 30위에 올라 있다.

백제성의 원숭이, 사진 츨처 Ba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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