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마을江村/당唐 두보杜甫
清江一曲抱村流 맑은 강 한 구비 마을 안고 흐르니
長夏江村事事幽 긴 여름 강 마을 일 마다 한가롭네
自去自來梁上燕 자유로이 오고가는 들보 위의 제비
相親相近水中鷗 정겹게 짝지어 노는 강물의 갈매기
老妻畫紙爲棋局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 어린 아들은 바늘로 낚시를 만드네
但有故人供祿米 친구가 자신의 봉미를 나누어 주니
微軀此外更何求 미천한 이 몸 달리 무얼 더 바라리
이 시는 760년 여름, 두보가 49세 때 성도 초당에서 지낼 때 지었다. 여기서 강촌(江村)이라 한 곳은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완화계(浣花溪)를 말한다. 첫 구는 시 제목을 풀고 2구는 주제 유한(幽閑)을 제시하였다. 3, 4구가 유한을 느끼는 경치라면 5, 6구는 유한한 생활이며 마지막 2구는 그 바탕이 되는 과욕(寡欲)의 철학적 소신을 드러냈다. 전체적인 구조가 아주 정연하다. 특히 시의 처음 청강(淸江)이 마지막 갱하구(更何求)와 조응이 되는데, ‘청강(淸江)’으로 제목을 단 경우는 아마도 그런 뜻을 담고 싶어서일 것이다.
7구는 우리나라에는 흔히 “많은 병에 필요한 것은 오직 약물 뿐[多病所須惟藥物]”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여기서는《두시상주》 의 내용을 따라 번역해 보았다. 이렇게 하니 시가 좀 더 젊어지는 느낌이 있다. 아내가 만든 바둑판을 앞에 두고 두보는 아내와 같이 바둑을 둘 것인가? 어린 아이가 만든 낚시로 고기를 잡아 오늘 저녁을 매운탕을 끓여 먹을 것인가?
이 시에서 자신의 녹미, 즉 봉급을 두보에게 쪼개 주는 사람은 당시 검남절도사로 있는 배면(裴冕)으로 추정된다. 두보는 이 시를 짓기 1년 전 겨울에 동곡(同谷)에서 성도로 왔고 한동안 더부살이를 하다가 다음해에 완화계에 집을 짓는데 그 내용은 시 <복거(卜居)>에 나온다.
그러니까 이 시의 상황은 전란과 가난에 시달리다가 처음으로 집을 짓고 편안히 지내는 첫 해 여름에 해당한다. 신산스런 나날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한가한 날을 보내고 있기에 시인은 지금 이 상태에서 친구가 쌀만 보내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하는 것이다. 두보에게 이 한가함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겠는가?
365일 한시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