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청淸 시윤장施潤章
野寺分晴樹 들판의 절은 맑은 숲이 나뉘어 있고
山亭過晚霞 산 위 정자는 저녁노을이 지나가네
春深無客到 봄은 깊은데 찾아오는 손님은 없고
一路落松花 지나는 길에 온통 송화가 떨어지네
오늘은 어제까지 오던 비가 개어 날씨가 매우 청명하다. 산의 피어나는 나뭇잎도, 이제 드문드문 보이는 꽃도, 깊어가는 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시는 오늘처럼 비가 개여 좋은 날 마지막 봄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적하고 정밀한 풍경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들판 끝 산기슭에 위치한 절은 양 옆에 무성한 숲을 끼고 있다. 어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나서 비가 갠 맑은 숲[晴樹]이라 표현하였다. 또 산 위에는 정자가 있는데 그 정자에 저녁노을이 지나가고 있다.
이렇게 봄이 깊어 가는데, 그리고 오늘은 날도 좋고 저녁놀까지 번지고 있는데, 산사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나 홀로 산길을 걸어가노라면 늙은 소나무에서 송화가 날린다.
박목월의 <윤사월>에도 송화 가루 날리는 풍경이 나온다. 그 시에서는 외딴집에 홀로 남은 산지기의 딸, 눈먼 처녀를 통해 산골의 적막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서도 송화는 깊어가는 늦봄을 표현하는 훌륭한 시어로 등장한다.
다만 이 시의 화자는 감정 표현이 매우 절제되어 있다. 담담하게 늦봄의 자연 속에서 자신을 양생하는 느낌을 준다. 감정의 굴곡 없이 마음의 안식 속에서 담백하게 자연과 함께 하는 평온하고 충일한 시간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좋은 감정이라 할까.
시윤장(施潤章, 1618~1683)은 안휘성 선성(宣城) 사람으로 청나라 초기의 저명 시인이다. 한림원 시강, 시강학사 등 고관을 역임하였다. 그는 당시를 모범으로 삼았는데, 당시에 송완(宋琬)이란 사람이 북쪽에서 명성이 높았기 때문에 남쪽에선 시윤장, 북쪽에는 송완이란 의미의 ‘남시북송(南施北宋)’으로 병칭되었다. 그의 시는 고박(古樸)하고 혼후(渾厚)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시우산집(施愚山集)》이 있다.
365일 한시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