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심주沈周 평화로이 걸어가는 소平坡散牧

평화로이 걸어가는 소平坡散牧/명明심주沈周

春草平坡雨迹深 봄풀 돋은 언덕 비가 흠뻑 내렸는데 
徐行斜日入桃林 천천히 석양 속에 자유로이 걸어가네 
童兒放手無拘束 아이가 고삐 풀어 놓아 주었으니 
調牧于今已得心 소치는 솜씨 이제 요령이 났나 보네

필자의 이 연재는 초기에 밝혔듯이 홍콩에서 발간된 달력을 기초로 하고 있다. 작년 12월에 상해박물관에 갔는데 서점 골목에서 우연히 산 이 달력에 너무 좋은 시들이 뽑혀 있어 혼자 보기 아까워 이 연재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달은 31일까지 되어 있는데 마지막 날 시가 누락되어 있다. 뒤의 시를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어 이런 경우에는 필자가 번역한 시 중에서 적절히 한 수 뽑아 소개하기로 한다. 연재에도 생각지 못한 휴일이 있는 모양이다.

이 시는 명나라 때 서화가 심주(沈周)가 <와유(臥遊)> 첩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써 놓은 시이다. <<문헌과해석>> 2017년 겨울 81호에 필자가 쓴 <자적(自適)과 소쇄(瀟灑)의 시경(詩境), 심주(沈周)의 제화시>에서 소개한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도림(桃林)은 오늘날의 동관(潼關)으로 무왕이 은나라를 정벌하고 나서 소를 풀어 준 곳이다. 그 때 무왕은 화산(華山)의 남쪽에는 말을, 도림에는 소를 풀어 주어 천하에 더 이상 무력을 쓰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일이 󰡔서경󰡕 「무성(武成)」에 적혀 있다.
중국에는 이처럼 검은 소가 많은데 고삐가 풀린 상태로 머리를 쳐들고 살찐 풀밭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이제 막 도림으로 들어서는 듯하다.

필자가 심주에 대해 쓴 글은 2편인데 <대와 물로 두른, 심주(沈周)의 유죽거(有竹居)>란 글이 하나 더 있다. 이 두 편의 글은 모두 논문 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하므로 이 시에 대한 설명도 여기서 줄인다.

심주沈周, 《와유도책(臥遊圖冊》) 중 <평파산목(平坡散牧)>, 27.8 × 37.3cm. 北京 故宮博物院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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