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낙양성에서 봄밤에 피리 소리를 들으며春夜洛城聞笛

낙양성에서 봄밤에 피리 소리를 들으며春夜洛城聞笛/당唐 이백李白

誰家玉笛暗飛聲 한 밤의 피리소리 뉘 집에서 나는지 
散入春風滿洛城 봄바람에 실리어 낙양성에 퍼져가네
此夜曲中聞折柳 이 밤에 악곡 중에 절양류를 들으니 
何人不起故園情 누군들 고향 생각이 나지 않으리

‘절류(折柳)’는 <절양류(折楊柳)>라는 악곡 이름으로 객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연재 40회에서 소개하였다. 이 시는 어제 소개한 시를 지은 지 6년 정도 지나 이백이 734년에 낙양에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에 낙성이라 쓴 것으로 미루어 낙양의 어느 객잔(客棧)이나 반점(飯店)에서 지었을 법한 시이다. 낙양성에서 평상시 거주한다면 낙성이란 말을 제목에 쓰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흔히 중원이라 불리는 황화 중류 지역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달했는데 고래로 장안을 서도, 낙양을 동도로 하여 양도 체제로 많이 운영되었다. 이 당시 수도는 장안이지만 낙양도 그에 못지않게 번창하고 있을 때이다. 이 낙양성이 바로 낙성(洛城)이다. 조선시대 한양성을 한성이라 한 것과 같다. 한양성이 한수의 북쪽에 있었다면 낙양성은 낙수의 북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나라 때는 낙읍(洛邑)이라고도 했다.

예전에는 주변 환경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였기 때문에 이런 피리 소리 하나에도 영혼이 움직이는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옥적(玉笛)이라 하여 ‘옥(玉)’ 한 자를 덧붙인 것은 좋은 피리를 의미하고 이는 당시 이백이 들은 선율이 매우 가슴에 파고들었음을 상상하게 한다.

동풍이 불어 낙양성도 따뜻한 봄이 왔다. 숨을 쉬는 생명체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감정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이전과 같지 않다. 이러한 때 객잔에 누워 있는데 어디서 나훈아의 <고향무정> 같은 곡조가 애잔한 피리 선율에 실려 전해진다고 생각해 보라.

이백은 고향정(故鄕情)이 ‘일어난다(起)’라고 표현했지만 두목(杜牧) 같으면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欲斷魂]’와 유사한 말로 표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선시대의 유산기(遊山記)에는 행세하는 양반들이 유산을 할 때 피리를 부는 사람을 대동하고 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주로 봄이나 가을에 유산을 많이 하므로 그 경치만도 아름다울 것인데 피리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 어떨까, 그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상상해 보곤 한다. 피리는 휴대도 간단하지만 사위가 조용할 때 그 음색이 특히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듯하다. 이 시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도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불기 보다는 자신의 사연이나 흥에 따라 부는 것이다. ‘암(暗)’ 자는 밤이기도 하지만 이런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드러낸 말로도 보인다.

봄밤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이 시는 거기에 객지에서 듣는 피리소리까지 더해 빚어내는 매우 애상적인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이백의 낭만적 삶의 태도와 심미적 취향은 이런 작은 시 한편에서도 발견된다.

洛陽城 사진 출처 商都網

365일 한시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