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무명씨無名氏 한 밤의 사랑 노래子夜四時歌

한 밤의 사랑 노래子夜四時歌 子夜四時歌/ 무명씨無名氏


光風流月初 맑은 바람에 달도 떠오르고
新林錦花舒 신록에 화사한 꽃도 피었네
情人戲春月 봄달 구경하는 사랑하는 이
窈窕曳羅裾 예쁘게 치맛자락 끌고 있네

비가 그치고 날도 갠 데다 맑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이제 갓 달이 뜬 봄밤이다. 이런 봄밤에 나무에는 처음 싹이 튼 보드랍고 싱그러운 잎이 달렸고 고운 꽃들도 화사하게 피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긴 치맛자락을 살살 끌면서 달을 감상하고 있다.

앞의 두 구는 남녀가 사랑을 하기에, 혹은 사랑에 빠지기에, 아니면 외로움을 타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하였다. 즉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경이다.

이 시는 위진 남조 시대에 민간에서 불리어지던 노래인데 송대에 악부에 채록된 시이다. 4계절 별로 시가 각각 봄 20수, 여름 20수, 가을 18수, 겨울 17수가 있어 총 75수나 된다. 이 시는 몇 편 읽어보면 전체적으로 여성 화자가 주로 사랑을 주제로 노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감정의 세밀한 풍경은 다양하다.

일설에는 이 시를 제목에 보이듯이 동진(東晉) 시기에 살던 자야(子夜)라는 여인이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만약 자야라는 여인이 이 노래를 전부 지었다면 보통 여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여인이 이 노래를 잘 부를 수는 있겠는데 그 문학적 표현이나 구상으로 볼 때 가능할까 의심이 든다. 이백이 지은 「자야오가(子夜吳歌)」 역시 이 악부를 본받아 지은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시는 그 중에 봄에 해당하는 시로 세 번째에 수록되어 있는데 역시 사랑이 주제다. 이 시의 맥락이 잘 이해가 안 되어 이리저리 찾아보니 연나라에서는 봄날 달밤에 나가 노는 풍습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당시 남조 시대에도 그와 유사한 풍습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이 시를 뽑은 사람의 심미안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봄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문이 아주 많다. 관련 시가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지금 소개한 시는 은근히 사람을 달구고 있는데 좀 더 온도가 높은 시를 차례로 소개한다. 여름과 가을에서 한 편씩 뽑았다.

青荷蓋淥水 푸른 연 맑은 물 덮어
芙蓉葩紅鮮 연꽃 꽃잎 붉고도 곱네 
郎見欲採我 넌 날 보고 꺾고 싶겠지 
我心欲懐蓮 근데 난 연꽃을 갖고 싶어

‘견(見)’은 연꽃을 감상하는 여인을 남자가 본다는 말로 보인다. 그런 여인이 사랑스러워 품고 싶겠지만 여인은 연꽃을 가지고 싶다는 내용이다. 여자가 남자를 향해 사랑의 도발을 하는 것인가? 절로 마음이 간지러워진다. 가을은 이 보다 수위가 한 단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開窓秋月光 가을 달빛에 창문을 열고
滅燭解羅裳 촛불 끄고 비단 치마 벗네
合笑帷幌裏 휘장 안에서 웃음 지으니
舉體蘭蕙香 온 몸에서 나는 난초 향기

난초와 혜초는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풀로 고결한 굴원(屈原)이 <이소(離騷)>에서 노래하여 주로 ‘현자’의 비유로 쓰이는 식물인데 여기서는 고혹적인 여인의 향기를 비유하고 있다. 이런 시를 여인이 노래하고 있으면 분위기가 어떨까 심히 궁금하다. 기루 같은 데선 손님의 흥을 돋우거나 고객을 유인해야 하니 이런 노래가 필요할 법도 하다. 풍속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런 시를 보면 무슨 좋은 생각이 나거나 할 말이 많을 것도 같다.

이런 시가 있는 줄 상상도 못하였는데 이번에 이걸 쓰면서 이런 시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로 알았다. <바이두>에도 원문 소개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걸 보면 중국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대중적인 사랑 노래가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시는 인간과 당시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매우 현실감을 준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 마음을 연꽃처럼 물들이고 난초 향처럼 끌어당긴다.

서시西施 사진 출처 news.52fuq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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