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宋] 정해鄭獬 비와 눈이 섞여 내리다雨雪雜下 첫째

비와 눈이 섞여 내리다雨雪雜下 첫째/ [宋] 정해鄭獬

비와 눈이 다투며
서걱서걱 뒤섞여서

펄펄펄 자욱하게
하늘에서 뿌려진다

북풍은 일부러
추운 섣달 기다려

절반만 핀 눈꽃을
저렇듯 휘날린다
雨鬪雪聲相雜下, 飄蕭密勢灑空來. 北風有意待寒臘, 只放飛花一半開.

새벽부터 조금씩 내리던 눈이 아침이 지나며 진눈깨비가 되었다. 『시경』에도 벌써 “진눈깨비 펄펄 내리네(雨雪霏霏)”, “진눈깨비 풀풀 날리네(雨雪浮浮)”, “진눈깨비 분분히 뿌리네(雨雪雰雰)”와 같은 표현이 보인다. 진눈깨비는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니다. 비와 눈이 마구 엇섞인 기상 현상이다. 결정이 비교적 굵고 건조한 싸락눈보다 훨씬 을씨년스럽고 궂은 느낌을 준다. 진눈깨비가 내리다가 온도가 더 떨어지면 땅 위의 길이 아예 번들번들 얼어붙어 보행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런 날 밖에서 일을 하거나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모두 쓸쓸하고 암담한 느낌에 젖는다. 게다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섣달 세모임에랴. 올해는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겠지 하고 작은 희망으로 시작한 새해가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한 아귀다툼 속에서 덧없이 저물어간다. “희망, 희망, 이 희망의 방패로 공허 속 어두운 밤의 내습에 항거했지만, 방패 뒤도 공허 속 어둔 밤이기는 마찬가지다.”(루쉰, 『들풀』 「희망」)

진눈깨비가 흩뿌리는 세모에 모든 벗님들께 조동진의 「진눈깨비」를 바친다. 오늘 저녁에는 저 절반만 핀 눈꽃이라도 부디 활짝 필 수 있기를… 새해에는 더 행복한 삶이 펼쳐지기를…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서 있었는지
나는 유리창에 머리 기대고 젖은 도시의 불빛을 본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서 있었는지
나는 구름처럼 낮은 소리로 음 이 노래 불러본다.
너는 이 거리를 그토록 사랑했는데 너는 끝도 없이 그렇게 멀리 있는지
우우우 너의 서글픈 편지처럼 거리엔 종일토록 진눈깨비
너는 이 거리를 그토록 사랑했는데 너는 끝도 없이 그렇게 멀리 있는지
우우우 너의 서글픈 편지처럼 거리엔 종일토록 진눈깨비....”
(사진출처: 中國天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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