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노래邊詞/당唐 장경충張敬忠
五原春色舊來遲 오원의 봄빛은 옛날부터 더디 온다더니
二月垂楊未挂絲 2월의 수양버들 아직 실을 달지 않았네
即今河畔冰開日 이제야 여기는 강가에 얼음이 풀리는데
正是長安花落時 장안은 지금 한창 꽃이 지고 있을 때지
3일 전에 왕지환의 <양주사(涼州詞)>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시는 그와 같은 변새시(邊塞詩)로 분류된다. 변새라는 말은 변경, 변방과 비슷한 말이지만 전쟁의 긴장이 묻어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는 서로 치열하게 각축하였지만 남아 있는 시들이 거의 없고 고려, 조선 시대에는 중국과 대체로 평화를 추구하였기 때문에 변방에서의 전쟁이 많지 않았다. 조선 초에 여진족이나 선조 때 일본과의 전쟁으로 많은 전쟁 관련 시가 제작되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주나라 이전부터 북방과 늘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진시황이 만리 장성을 쌓은 뒤로는 더욱 갈등이 고조되어 한나라 이후 수많은 전쟁이 있어 왔다. 그런데 성당 시기에 오면 당의 국력이 팽창하여 종래 수비 위주의 전쟁에서 북방에 공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런 시기에 종군해서 군대의 실정을 잘 아는 시인들이 등장하였다. 그들은 변경의 색다른 풍광과 군인들의 생활 등을 소재로 웅혼하고 기개가 있으며 긴장미가 넘치고 진한 비애와 향수를 일으키는 시풍을 개발했다. 고적, 잠삼, 왕창령, 그리고 왕지환 같은 시인들이 이런 시를 잘 썼는데 이것을 주로 변새시라고 부른다.
앞에서 소개한 왕지환의 시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강렬한 파토스가 있다면 이 시는 별다른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 소박한 불평의 정조를 띠고 있다. 변방 오원과 장안의 날씨를 푸념하듯이 말하는 것에서 자연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변방의 병사를 연상하게 만들고 있다. 문학적 파괴력은 왕지환만 못하지만 이 시도 그 나름대로 잔잔히 스며들 듯 호소하는 힘이 있다.
未挂絲는 수양버들 가지에 매달린 실가지 자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거기에 싹이 돋지 않아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양버들 실가지가 겨울이라 해서 어디 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싹이 나지 않으면 없는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데 이걸 시인이 포착한 것이리라.
장경충(張敬忠)은 초당 때의 시인으로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전당시>>에 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는 삭방군 총관을 역임했는데 이 시는 그 때 지은 것으로 보인다. 오원(五原)은 그의 근무지로 오늘날 내몽고 자치구에 있는 오원현(五原縣)에 해당한다. 찾아보니 서안 북방에 있는데 옥문관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 있다.
전에 여름에 백두산에 간 적이 있는데 고원 지대에 여름이 되어서야 겨우 꽃이 피었다. 지금은 주로 내몽골 등을 관광으로 가니까 초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주로 보지만 그 곳에 와서 산다고 생각하면 사정은 전혀 다를 것이다.
이 시를 보니 문득 내몽골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언제 한 번 광활한 초원에 가서 찬 공기를 호흡해 보아야 이런 시가 바로 가슴에 와 닿아 설명도 잘할 듯하다.
사진 : www.zc532.com. 好好听故事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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