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 육유陸游 아들에게示兒

아들에게 示兒/송宋 육유陸游

死去元知萬事空 죽으면 만사가 허무한 걸 원래 알지만 
但悲不見九州同 구주가 합치는 것 보지 못해 슬프구나 
王師北定中原日 우리 군대 북으로 중원을 평정하는 날 
家祭無忘告乃翁 네 아비 제사에 고하는 것 잊지 말아다오

육유의 유언 시이다. 九州는 고대에 중국을 9개의 주로 나누어 제후국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 말로 중국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王師는 천자의 군대를 말한다. 황제라는 말이 진시황이 만든 것이므로 주나라 때는 천자를 王이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은 모두 서경과 시경 등에 출처가 있는 말이다.마지막의 家祭는 집안 제사를 말하는데 부사구로 쓰이고 있고 乃는 2인칭 대명사이다.

중국의 역대 시인들 가운데 우국의 충정을 가장 많이 노래한 시인은 당의 두보와 지금 소개하는 송의 육유이다. 둘 다 지은 작품 수가 매우 많다. 다만 두보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선 이미 조선 성종 때 한글로 해석한 언해라는 것이 나오고 국가에서 많은 장려를 하였지만 육유의 경우는 정조 때에 와서야 두보의 시와 함께 각각 500수를 뽑아 <<두륙천선>>을 간행하는 정도여서 두보에 비해 현격히 덜 알려져 있다.

조선 세종과 성종 연간에 나온 책들은 문화 발전에 큰 토대가 되고 그 실효를 보았지만 영조와 정조 연간에 나온 책들이나 고종 때 외국서 수입한 많은 책들은 나라가 급격히 망해 버리는 바람에 미처 소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감이 있다.

사람이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거나 무슨 간절한 것을 말할 때는 대개 말이 간결하고 쉬운 특징이 있다. 반대로 뜻은 더 깊고 감동은 오래 남는다. 자신과 일체가 되고 오래 익은 생각이기 때문일까. 이 시를 보면 시 역시 시의 이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마음을 어떻게 먹고 어떤 실천을 하는가가 결국 관건임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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