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왕안석王安石 매화梅花

매화梅花/송宋 왕안석王安石

墻角數枝梅 담장 위의 매화 몇 가지
凌寒獨自開 겨울 추위에 홀로 피었네
遙知不是雪 멀리서 봐도 눈은 아니군 
爲有暗香來 향기가 예까지 오는 걸 보면

암향(暗香)이 이시의 눈알이다. 이 시는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아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므로 앞 3구는 마지막 암향을 위한 조연인 셈이다. 중요한 패를 마지막에 보인 이 시의 구성을 높이 산다.

나는 이 매향에 대한 체험이 별로 없다. 아니, 지금까지 살면서 매화 향기를 여러 번 맡아 보았을 텐데 남은 여향이 다 가신 탓이다. 이런 시는 매화 향기를 잘 아는 사람이 설명하면 더욱 시가 빛날 것 같다. 좋은 체험을 가진 독자들이 나를 깨우쳐 주기 바란다.

언젠가 새로 지은 시골집에 몇 달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2층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면 어디서 이상한 향기가 감돌았다. 나는 주변의 산 여기저기 핀 야생화에서 향기가 나는 것인가 막연히 생각하다가 문득 오미자 밭에 가득 핀 꽃이 눈에 들어와 향기를 맡아 보니 바로 그 향기였다. 이 오미자 꽃에서 나는 향기가 꿀과 같은 단맛이 돌면서도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났다. 매화 향은 아마도 이보다 더 그윽할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보니 대만의 임욱검(林煜劍) 서법가가 전통 치마를 입고 나무에 종이를 기대 놓고 琴 연주 속에 이 시를 쓰는 것을 봤는데 아주 멋있게 보여 내 페북에 올려놓았다.

지금 함께 보이는 병풍은 宣祖가 쓴 글씨로 첫 수가 바로 이 작품이다. 글씨가 활달하고 능숙한 초서도 다 좋다. 그런데 저 큰 병풍에 적힌 것은 모두 5언 절구로 나름의 아취를 가지고 있는 시들인데 크기와 필체가 시 내용과 덜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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