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왕유 사신을 가다가 변경에서使至塞上

사신을 가다가 변경에서使至塞上/왕유王維

單車欲問邊 수레 한 대로 변새로 위문을 가느라
屬國過居延 속국인 거연을 지나가고 있네
征蓬出漢塞 쓸쓸한 나의 행렬 나라의변방을 나가고
歸雁入胡天 돌아오는 기러기 오랑캐 땅에 들어가네
大漠孤煙直 큰 사막에는 한 줄기 연기 곧게 오르고
長河落日圓 긴 강에는 지는 해 둥그렇게 떠 있네
蕭關逢候騎 소관에서 측후 기병을 만났더니都
護在燕然 도호가 최전선인 연연에 있다 하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시를 보면 대체로 섬세하고 침울한 정서가 많다. 이 시에서 보이는 큰 스케일과 웅혼한 정서는 드물다.

우리나라 한시에서는 변방과 전쟁 등을 소재로 한 한시가 많지 않지만 중국 한시에서는 변새시가 상당히 많다. 특히 한나라 당나라 등 북방 유목민과 오랜 긴장과 대결 상태에 있을 때는 변방의 거칠고 웅혼하며 쓸쓸하고 비장감 어린 미감을 다룬 시가 많다.

그림에도 말을 소재로 하거나 초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 역시 많다.

곱고 섬세하며 침울한 정서 못지 않게 웅혼하고 활달하며 쓸쓸한 비장미 역시 인간의 서정과 문학을 풍요롭게 해 준다.

이 시는 왕유가 서북 변경으로 위문 사절로 갈 때 지은 시이다. 거연, 소관, 연연 이런 말은 모두 당시의 지명이다.

이 시는 두번째 대구 2짝과 세번째 대구 2짝이 관주를 칠 만하다. 자신이 당나라 변방을 나가 호지로 들어가는 것을 마치 바람에 날려 떠 다니는 개망초나 멀리 이동하는 기러기에 비유하고 있다. 광활한 사막과 긴 강에 피어오르는 봉화와 지는 저녁놀은 거대한 공간감과 함께 주체할 수 없는 고독감을 일으킨다. 더구나 행렬도 단출하여 다소간 울적함이 있는데다 저녁노을이 떨어지고 있다.

왕유 같은 시인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시를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무변 광대한 사막에 한 줄기 피어오르는 연기장대하게 구불거리며 지나가는 강 저 멀리 떨어지는 낙조!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감동을 느끼려면 개마고원에 가야 할까? 아니면 삼수 갑산에서 저 멀리 굽이치는 압록강을 바라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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