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李贄-분서焚書 <200%의 식견二十分識>

<200%의 식견二十分識>

200%의 식견(識見)이 있어야 100%의 재능을 성취할 수 있다. 그 정도 식견이 있으면 비록 단지 50․60%의 재능의 소질만 있다 해도 100%가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200%의 식견이 있어야 100%의 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식견이 많으면 비록 단지 40․50%의 담력만 있다 해도 100% 이상이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능과 담력은 모두 식견이 있은 이후에 채워지는 것이다. 그저 재능만 있고 담력이 없으면 겁내는 것이 많아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하고, 그저 담력만 있고 재능이 없으면 깜깜한 밤중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재능과 담력은 실로 식견에 의하여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식견을 갖추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다.

식견이 있으면 비록 40․50%의 재능과 담력만 있다 해도 일을 계획하고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또한 재능을 통해서 담력이 생기는 사람도 있고, 담력을 통해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어서, 한 마디로 개괄하여 말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식견․재능․담력은 단지 도를 공부하는 것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속세를 떠나거나 속세에서 살거나, 나라를 다스리거나 집안을 다스리거나, 또는 천하를 평정하고 다스리는 모든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세 가지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의혹에 빠지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기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혜는 식견이요, 어짊은 재능이요, 용기는 담력이다. 촉한의 초주[1]는 식견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강백약[2]은 담력이 뛰어난데 식견이 없었으니, 그러므로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죽었다. 비의[3]는 재능이 뛰어나고 식견이 그 다음이었으니, 역시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죽었다. 이를 통해 영웅 호걸들의 자취를 대략 볼 수 있다.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도를 공부한 경우는 유․불․도 삼교(三敎)의 위대한 성인이고, 세상을 다스린 경우는 여상[4], 관이오[5], 장자방[6] 등이다.

텅 빈 산이 적막하고, 기나긴 밤 동안 아무 소리도 없어서, 우연히 글을 쓰다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이 또한 상쾌한 일이다. 회림[7]이 곁에 있다가 일어나 “스님께서는 이 세 가지 중에서 무엇이 부족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내 생각에 나는 50%의 담력이 있고, 30%의 재능이 있고, 200%의 식견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세상 살면서 가까스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참선(參禪)하고 도를 배우는 무리들의 경우는 200%의 담력이 있고, 100%의 재능이 있고, 50%의 식견이 있어, 감히 석가나 노자와 견줄 수 없음이 명백하다.

나는 경전이 될 만한 말을 하고, 붓을 댔다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에는 200%의 식견이 있고, 200%의 재능이 있고, 200%의 담력이 있다. 오호! 충분하다. 내가 어찌 상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별히 말할 만한 것이 없지만, 마침 회림이 위와 같이 물어 주니, 이 또한 텅 빈 골짜기의 발소리라네.[8] 어찌 상쾌하지 않을 수 있을까?(권4)

<二十分識>

有二十分見識,便能成就得十分才,蓋有此見識,則雖只有五六分才料,便成十分矣。

有二十分見識,便能使發得十分膽,蓋識見旣大,雖只有四五分膽,亦成十分去矣。是才與膽皆因識見而後充者也。空有其才而無其膽,則有所怯而不敢;空有其膽而無其才,則不過冥行妄作之人耳。蓋才膽實由識而濟,故天下唯識爲難。有其識,則雖四五分才與膽,皆可建立而成事也。然天下又有因才而生膽者,有因膽而發才者,又未可以一槪也。然則識也、才也、膽也,非但學道爲然,擧凡出世處世,治國治家,以至於平治天下,總不能舍此矣,故曰「智者不惑,仁者不憂,勇者不懼」。智即識,仁即才,勇即膽。蜀之譙周,以識勝者也。姜伯約以膽勝,而無識,故事不成而身死;費偉以才勝而識次之,故事亦未成而身死,此可以觀英傑作用之大略矣。三者俱全,學道則有三敎大聖人在,經世則有呂尙、管夷吾、張子房在。空山岑寂,長夜無聲,偶論及此,亦一快也。懷林在旁,起而問曰:「和尚於此三者何缺?」余謂我有五分膽,三分才,二十分識,故處世僅僅得免於禍。若在參禪學道之輩,我有二十分膽,十分才,五分識,不敢比於釋迦老子明矣。若出詞爲經,落筆驚人,我有二十分識,二十分才,二十分膽。嗚呼!足矣,我安得不快樂!雖無可語者,而林能以是爲問,亦是空谷足音也,安得而不快也!


 [1] 초주(譙周)는 삼국시대 축한(蜀漢) 사람으로 자는 윤남(允南)이다. 그는 육경(六經)과 천문(天文)에 정통했다고 알려졌으며, 촉한의 광록대부(光祿大夫)로 있을 때, 위(魏)에 항복하자는 주장을 했다.

 [2] 강백약(姜伯約)은 삼국시대 촉한의 명장 강유(姜維)이다. 천수(天水) 사람으로, 제갈량(諸葛亮)이 기산(祁山)으로 출동했을 때 촉한에 투항했다. 군대 일에 뛰어났고 용감하게 싸움에 임했다. 제갈량이 죽은 후에 대장군 비의(費禕)와 항상 사소한 마찰을 일으켰으며, 후에 여러 차례 위(魏)나라를 공격했지만 병력만 소모하고, 결국 난군(亂軍)에 의해 피살되었다.

 [3] 비의(費禕)의 자는 문위(文偉)로 제갈량이 죽은 뒤에 대장군에 임명되어 촉한의 대소사를 책임졌는데, 강유와 충돌이 잦아서, 제갈량이 생전에 준비했던 계획을 제대로 추진시키지 못하고, 결국 혼란 중에 세상을 떠났다.

 [4] 여상(呂尙)은 주(周)나라의 명신으로, 흔히 태공망(太公望) 또는 강태공(姜太公)으로 불린다.

 [5] 관이오(管夷吾)는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보좌하여 패왕(覇王)이 되게 했던 관중(管仲)을 말한다.

 [6] 장자방(張子房)은 한(漢)나라를 세운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명신 장량(張良)을 말한다.

 [7] 회림(懷林)은 용호에서 이지를 모시던 승려 중 한 사람이다.

 [8] 적막하고 쓸쓸한 산 속에 있는 은자(隱者)의 거처를 찾아오는 친구의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시구에서 인용하여, 회림의 질문이 그토록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