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우에게 쓴 쪽지書方伯雨冊葉>
<방백우에게 쓴 쪽지>[書方伯雨冊葉][1]
《능엄경》[2]에 대해 당나라 사람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단단하여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영원히 변하지 않고 단단하여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육신은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어서, 썩으면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 마음은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어서, 흩어지면 바람과 같을 뿐이다. 명예와 명성은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어서, 천지(天地)의 운수(運數)가 다하여 건(乾)과 곤(坤)이 뒤바뀌는 개벽이 되면 옛날의 성인이나 현인들도 더 이상 책에 실려 남아 있지 않으리니, 명예가 어디에 있으며 명성이 어디에 있을까?
절대 이 말을 단단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단단하여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고, 언제까지가 영원이라는 말인가? 영원히 변하지 않고 굳건하므로 허물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이는 사람들을 속이려는 말인가, 속이려는 말이 아닌가? 만약 사람들을 속이려는 것이라면, 부처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지언정, 어찌 사람들을 속일 수 있겠는가? 절대 이 말을 명심해야 하리라!(권4)
<書方伯雨冊>
楞嚴,唐言究竟堅固也。究竟堅固者是何物?此身非究竟不壞也,敗則歸土矣。此心非究竟不壞也,散則如風矣。聲名非究竟不壞也,天地數終,乾坤易位,古聖昔賢,載籍無存矣,名於何有,聲於何寄乎?切須記取此一著子:何物是堅固?何年當究竟?究竟堅固不壞是眞實語,是虛謬語?是誑人語,是不誑人語?若誑人,是佛自誑也,安能誑人。千萬參取!
[1] 방백우(方伯雨)는 이지의 친구인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2] 《능엄경》(楞嚴經)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의 준말로, 대승 불교의 중요한 경전 중의 하나이다. 당(唐)나라 때 중국어로 번역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조선(朝鮮) 세조(世祖) 때 언해본을 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