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33 생소협고법笙簫夾鼓法

생소협고법笙簫夾鼓法

【정의】

‘생소협고법’은 ‘생황’과 ‘퉁소簫’, ‘북鼓’ 이렇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악기가 잘 어우러져 연주하는 것을 비유로 들어 소설의 결구結構와 포국을 설명한 것이다. 생황과 퉁소의 음향은 우아하고 부드러운데 반해, 북소리는 격렬하고 웅장하다. 만약 음악회에서 시종일관 장중한 북소리만 두들겨대거나 유약한 피리만 불어댄다면, 관중들은 지루해서 끝내 졸고 말 것이다. 소설 역시 음악회의 연주와 마찬가지이니, 뛰어난 소설은 독자의 심리를 감안해 그 정절을 긴장되는 곳과 느슨한 곳에 따라 적절히 안배해, 장중한 맛과 유미柔美한 부분이 서로 결합된 하나의 통일된 예술 형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와 연관해 마오쭝강毛宗崗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 장에서는 바야흐로 호랑이와 용이 싸우듯 격렬한 모습을 서술하다가, 이 장에서 갑자기 제비와 앵무새가 지저귀고 깃발이 부드럽게 휘날리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마치 시끄러운 징 소리 다음에 갑자기 옥 피리 소리가 들리고, 우레가 지나간 뒤 갑자기 밝은 달을 보는 것과 같다.前卷方敍龍爭虎鬪, 此卷忽寫燕語鶯聲. 溫柔旂旎. 眞如鐃吹之后, 忽聽玉簫;疾雷之餘, 忽觀好月.

【실례】

이런 원칙은 장편소설에서도 중시되었지만, 짧은 단편도 마찬가지로 기복이 있다. 아울러 중국소설 중에는 이렇듯 긴장과 이완이 갈마들고 장중함과 부드러움이 적절히 결합된 명작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이를테면, 《수호전》의 경우 제22회에서 우쑹武松이 호랑이를 때려잡는 대목이 장엄한 북소리라면, 바로 뒤이어 제23회에서 우쑹이 형수인 판진롄潘金蓮과 만나는 장면은 부드러움의 극치라 할 만하다. 그래서 진성탄金聖嘆 역시 제23회 총평에서 “상편에서는 우쑹이 호랑이를 만나는 장면을 묘사하니 진정 산이 흔들리고 땅이 요동치는 듯 사람으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한다”고 하였다.

리차오웨이李朝威의 《류이전柳毅傳》 역시 단편소설이지만 마찬가지로 장중미와 우아미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쳰탕쥔錢塘君이 용녀를 대신해서 복수할 때 “갑자기 하늘과 땅이 무너지듯 큰 소리가 나고 궁전이 흔들리고 구름이 솟구치다가”, “얼마 안 있어 상서로운 바람과 경사스런 구름이 평온하게 일어나고 깃발에 걸어 놓은 장식물이 영롱하게 빛나며 순 임금이 지었다는 음악이 뒤를 따라 들려오는” 장면으로 전환한다. 이런 예들이 곧 ‘생황과 퉁소 소리에 북소리가 끼어드는 기법笙簫夾鼓法’인 것이다.

【예문】

쳰탕쥔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하늘과 땅이 무너지듯 큰 소리가 나더니 궁전이 흔들리고 구름이 솟아올랐다. 그러자 곧 붉은 용이 나타났는데 길이는 천 척이 넘었고 번갯불 같은 눈, 피를 토하는 듯한 혀, 붉은 비늘, 불같은 지느러미, 그리고 목에는 금 사슬을 끌고 그 사슬에는 옥주玉柱가 끼어져 있으며, 수천 수만의 번갯불이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데, 싸락눈과 눈, 비 그리고 우박이 일시에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푸른 공중을 헤치며 날아갔다.

류이劉毅는 이와 같은 광경을 보고 있다가 공포에 질려 땅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퉁팅쥔洞庭君은 몸소 그를 부축해 일으키면서 말했다.

“두려워 할 건 없습니다. 해는 끼치지 않을 테니까.”

류이는 한참 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금 마음이 놓여서 스스로 안정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작별을 고하면서 말했다.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에 돌려보내 주시어서 그가 다시 오는 것을 보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퉁팅쥔은 말했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그가 갈 때는 그처럼 요란하지만 돌아올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쪼록 주인의 도리를 다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는 술을 가져 오라 명하여 서로 권하면서 인사를 차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상서로운 바람과 경사스런 구름이 화평하게 일어나고 깃발에 걸어 놓은 장식물이 영롱하게 빛나며 순 임금이 지었다는 음악이 뒤를 따라 들려왔다. 그리고 화려하게 화장을 한 수없이 많은 여인들이 화목하게 웃고 지껄이며 나타났는데, 그 가운데의 한 사람은 타고난 미모에 온몸을 보옥으로 장식하고 길고 짧은 엷은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가까이 왔을 때 자세히 보았더니 곧 앞서 편지를 부탁했던 그 여자였다. 그런데 그 표정은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하며 실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깐 사이에 왼쪽에는 붉은 연기가 덮이고 오른쪽에는 자줏빛 안개가 퍼지고 향기가 도는 가운데 궁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퉁팅쥔은 웃으며 류이에게 말했다.

“징수이涇水의 수인囚人이 왔습니다.”

그는 자리를 떠나 궁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이번에는 원통해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는 한참이나 지나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리차오웨이李朝威 《류이전柳毅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