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24 면침니자법綿針泥刺法

면침니자법綿針泥刺法

【정의】

‘면침니자법’ 역시 진성탄金聖嘆의 「독제오재자서법讀第五才子書法」 가운데 하나이다.

면침니자법綿針泥刺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화룽花榮이 쑹쟝에게 칼枷을 풀라고 하자 쑹쟝이 풀려고 하지 않고, 차오가이晁蓋가 산을 내려가려 할 때마다 쑹쟝이 번번이 만류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만류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필묵 바깥에 날카로운 칼날이 있어 짓쳐들어온다.

有錦針泥刺法, 如花榮要宋江開枷, 宋江不肯; 又晁蓋番番要下山, 宋江番番勸住, 至最後一次便不動是也。筆墨外, 便有利刃直戵進來。

문자 그 대로의 뜻은 ‘솜 속에 바늘이 들었고, 진흙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이다. 인물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명포암폄법明褒暗貶法’이라고도 부른다. 이를테면 겉으로는 칭찬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폄하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성탄이 예로 든 화룽이 쑹쟝에게 씌운 칼을 벗겨드리라고 말하자 쑹쟝이 이를 거부하는 대목을 보면 겉으로는 쑹쟝의 ‘충’와 ‘의’를 찬미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쑹쟝의 ‘간사’함을 드러내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차오가이가 산을 내려가려 할 때마다 쑹쟝이 번번이 만류하다 마지막에 가서야 만류하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진성탄은 《수호전》의 제59회 회수총평回數總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절묘하도다! 글재주가 이 정도까지 이르다니! 차오가이晁蓋가 주쟈좡祝家莊을 치려할 때 쑹쟝宋江은 “형님은 산채의 주인이시니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권고하였다. 차오가이가 가오탕저우高唐州를 치려 할 때도 쑹쟝은 또 “형님은 산채의 주인이시니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권고하였다. 차오가이가 칭저우靑州를 치려할 때도 쑹쟝은 또 “형님은 산채의 주인이시니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권고하였다. 화저우華州를 치려 할 때도 쑹쟝은 또 “형님은 산채의 주인이시니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권고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유독 쩡터우스曾頭市를 치려할 때는 쑹쟝이 묵묵히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단 말인가? 쑹쟝은 묵묵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차오가이는 그 싸움에서 곧 죽고 만다. 지금 내가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군자는 그 글 쓰는 법을 보고 당시의 정황을 미루어 생각한다. …… 여기에서 [명시적으로는] 스원궁史文恭의 화살이 쑹쟝의 손에서 직접 나왔다고 말하지 않고, 또 쑹쟝이 쩡터우스의 다섯 호랑이가 차오가이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그저 앉아서 구원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쑹쟝이 차오가이의 죽음을 마음 속으로 계획한 바가 아니었다고는 해도, 차오가이의 죽음으로 이득을 본 것은 쑹쟝이니, 이는 진실로 하루아침에 생긴 마음이 아닌 것이다. ……

嗚呼妙哉! 文至此乎! 夫晁蓋欲打祝家莊, 則宋江勸: 哥哥山寨之主, 不可輕動也, 晁蓋欲他高唐州, 則宋江又勸: 哥哥山寨之主, 不可輕動也. 晁蓋欲打靑州, 則又勸: 哥哥山寨之主, 不可輕動. 欲打華州, 則又勸: 哥哥山寨之主, 不可輕動也. 何獨至於打曾頭市, 而宋江黙未嘗發一言? 宋江黙未嘗發一言, 而晁蓋亦遂死於是役. 今我卽不能知其事之如何, 然而君子觀其書法, 推其情狀……此非謂史文恭之箭, 乃眞出於宋江之手也;亦非謂宋江明知曾頭市之五虎能死晁蓋, 而坐救援也. 夫今日之晁蓋之死, 卽誠非宋江所料, 然而宋江之以晁蓋之死爲利, 則固非一日之心矣.……

작자는 쑹쟝이라는 인물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제시해 보여주지 않고 그의 언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곧 직접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기보다는 작중 인물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독자들에게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상상력을 구사해 작품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표면적으로 말하는 것과 실질적인 의도가 다른 것이 바로 ‘면침니자법’이다. 이 기법은 반어적인 의미가 있기에 서구 문예이론에서 말하는 ‘아이러니’와 상통하는 바가 있다. 아이러니는 반어법을 통해 사물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실례】

《홍루몽》 제18회에서 귀비貴妃가 친정을 방문한 대목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곧 표면적으로는 황제의 은총을 칭송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로움이 없는 여인의 운명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황제의 귀비가 된 위안춘元春의 부귀를 찬탄하는 듯하지만, 위안춘의 다음과 같은 한 마디 말이 상황을 반전시킨다. “농부의 집안에서는 푸성귀 반찬에 무명옷을 입어도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지만, 이제 저희는 부귀가 극에 달했어도 혈육들이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결국 신분은 지극히 존귀하지만 오히려 인신의 자유를 잃어버린 자신의 딱한 신세를 이 한 마디에 담아낸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귀비가 친정에 돌아오는 이 대목은 황제의 은총에 대한 찬미라기보다는 황제의 권위와 전제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명시적으로는 칭송하는 듯 하나 그 이면에서는 그것을 폄하하는明褒暗貶’ ‘면침니자법’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예문】

한동안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그러다가 붉은 옷을 입은 두 명의 태감이 말을 타고 천천히 다가와서 서쪽 거리로 통하는 대문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리더니, 얼른 말을 휘장 밖으로 내보내고 공손히 서쪽을 향해 시립했다. 한참 후에 다시 두 명의 환관들이 오더니 앞서 왔던 이들과 똑같이 시립했다. 잠깐 사이에 이십여 명의 환관들이 와서 시립하자 이윽고 희미한 풍각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뒤이어 용 문양이 장식된 깃발과 꿩의 깃털로 만든 부채가 하나씩 나타났는데, 깃대 끝에는 전설적인 동물 기夔의 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금칠한 휴대용 향로에서는 궁중에서 사용하는 향이 타오르고 있었다. ……

…… 위안춘元春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와 가마를 타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정원 안은 향 연기가 자욱하게 감돌고 오색 꽃들이 현란하게 피어 있었으며, 곳곳에 등불이 마주 비추고 이따금 은은한 음악 소리가 울렸으니, 그 태평스러운 분위기와 부귀한 풍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석 잔의 차를 받고 귀비가 자리에서 내려오자 풍악이 멈추었다. 귀비는 옆 건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곧 수레를 준비하여 정원을 나섰다. 태부인의 정실에 이르러 가례를 행하려 하자 태부인 등은 모두 무릎을 꿇고 만류했다. 귀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마주보고 나가 인사했다. 귀비는 한 손으로는 태부인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왕부인의 손을 붙잡았다. 셋은 가슴 속에 할 말이 태산 같았지만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서로 마주보며 오열하기만 했다. ……

“옛날에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가 오늘에야 겨우 집에 돌아와 어머님과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런데 즐겁게 담소를 나누지도 못하고 오히려 눈물만 나오네요. 얼마 후 제가 돌아가면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요.”

여기까지 말한 귀비가 울음을 참지 못하자 형부인 등이 얼른 다가가 위로했다. 귀비를 자리로 모시고 태부인 등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때도 어쩔 수 없이 한바탕 울음보가 터졌다.

……

그때 쟈정賈政이 문발 밖에 찾아와 문안 인사를 하자 귀비는 주렴을 드리운 채 답례했다. 그리고 주렴 너머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농부의 집안에서는 푸성귀 반찬에 무명옷을 입어도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지낼 수 있지만, 이제 저희는 부귀가 극에 달했어도 혈육들이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

사람들이 모두 사례를 마치자 집사 태감이 말했다.

“시간이 이미 두 시 사십오 분이 되었사오니 이제 궁으로 돌아가셔야 하옵니다.”

귀비는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태부인과 왕부인의 손을 꼭 잡고 차마 놓지 못한 채 재삼 당부했다.

“제 걱정은 마시고 부디 옥체 보중하십시오. 이제 천은이 크고 넓게 베풀어져서 가족들이 매달 한 번씩 궐에 들어와 서로 인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니 틀림없이 또 만날 날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상심하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내년에도 황상께서 천은을 베푸시어 제가 집에 돌아와 가족을 문안하게 된다면 절대 이렇게 호사롭게 낭비하지 마셔야 합니다.”

태부인 등은 너무 울다가 목에 메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귀비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황실의 규범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가마에 올라 떠났다.……( 《홍루몽》 제18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