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젊음, 정욕 등의 뜻으로 쓰이는 春은 일부 한자 사전에서 풀(艸)과 해(日)가 결합한 모습으로 해 위로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보기보다 훨씬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글자에 대한 이해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春은 3개의 木(나무), 1개의 日(해), 글자의 중간에 1개의 屯(새싹과 뿌리)이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글자이다. 그러니까 원래 형태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木과 日은 뜻을 나타내고, 屯은 소리를 나타낸 것으로 形聲字에 속한다. 원래 뜻은 “따뜻한 볕이 어루만지며 쪼이니 모든 초목이 번성하고 우거진다”이다. 그러므로 春은 생명이 있는 모든 식물이 새로운 싹을 내는 모양과 현상을 대상으로 해서 만든 글자라고 할 수 있다.
木은 글자의 윗부분은 원줄기(主幹)와 비스듬히 뻗은 가지, 아랫부분은 원줄기뿌리(主根)와 가지뿌리를 나타낸 것으로, 뿌리, 줄기, 잎의 세 부분을 가지고 있는 고등식물인 나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春에 木이 3개 있다는 것은 초목 전체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본다. 해를 의미하는 日 역시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象形字이다. 하늘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생명의 탄생과 유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열과 빛을 발산하는 물체이다. 둥근 모양을 가진 해가 사방으로 열과 빛을 발산하는 모양을 그린 것이 지금의 日이라고 할 수 있다.
屯의 본래 뜻은 어려움(艱難)이다. 이 글자는 초목이 처음 나올 때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잎과 줄기, 뿌리 등이 모여서 말려 있는 것을 나타내는 관계로 줄기와 잎 등이 뻗어나가지 못하여 힘든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성격이 애매하여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것인 指事字로 보기도 하고, 두 개의 요소가 결합하여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낸 會意字로 보기도 한다.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는 것인데, 씨앗에서 움이 터 나오는 모양과 관련이 있다. 즉, 글자의 윗부분은 연약한 줄기가 있는 모양이고, 아랫부분은 가느다란 뿌리가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거기에 땅을 나타내는 것으로 一을 더하고, 오른쪽으로 휘어진 모양을 가미해서 땅 아래로 씨가 뿌리내렸음을 나타냈다. 이러한 과정이 매우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본래의 뜻을 곤경, 어려움(艱難)이라고 했다. 종자에 움이 돋아 싹이 나는 때가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봄이기 때문에 春 이전에는 봄을 나타내는 글자로 쓰였다. 나중에 春이 봄을 대신하게 되면서 屯은 모임, 주둔, 진을 침 등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복잡한 구성요소로 만들어져 있었던 春은 秦 나라 古隸書에서 그림의 D와 같은 모양으로 되었는데, 이것은 초목을 나타내는 卉(풀 훼)를 맨 위에 두고 日과 사이에 人을 넣어 만들었다. 그러다가 漢 나라 예서에 와서는 그림의 E처럼 되었는데, 나중에는 3개의 木은 그림의 F처럼 두 개의 싹을 나타내게 되었고, 屯도 기호화한 다음 둘이 합해져서 “𡗗”으로 되었는데, 이것은 거의 돌연변이에 가까운 변화라서 이유를 알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글자의 원래 모양과 변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春은 매우 다양한 용도로 쓰이면서 문장 표현을 풍부하도록 해주며 사람의 정서를 아름답게, 그리고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글자가 되었다. 靑春, 春情, 春夢, 春秋, 春光, 思春期, 回春, 春機 등 매우 다양한 어휘에서 春이 사용되고 있다. 봄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 때문인지 春이 들어간 표현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