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18 도사법倒寫法

도사법倒寫法

【정의】

‘도사법’은 인물의 성격을 그려내는 매우 독특한 예술 기법이다. 인물의 성격을 그려낼 때는 정면에서 표현하는 방법이 있고, 그 반면反面에서 그려내는 방법도 있다. 이렇듯 반면에서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을 ‘도사법’이라 한다.

【실례】

이런 방법은 《수호전》에서 잘 사용하는 것이다. 《수호전》에서 리쿠이李逵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소박하고 충직하며 거침없고 호방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제54회에서 쑹쟝宋江이 리쿠이더러 우물에 내려가 차이진柴進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자 리쿠이는 “내가 내려가는 것은 겁나지 않지만 당신들이 밧줄을 끊어서는 안 되오.”라고 말한다. 이 말은 겉으로는 리쿠이의 본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옆에 있던 우융吳用이 “자네도 꽤나 간사하고 교활하군.”이라고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닌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이전에 다이쭝戴宗에게 지저우薊州에서 한번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가 장소나 환경,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곧 차이진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어 애가 탔던 쑹쟝은 이 때만큼은 리쿠이의 농담에 대거리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융이 말한 “간사하고 교활하다”라는 것은 리쿠이의 성격이 그렇듯 소박하고 단순하다는 것을 반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성탄金聖嘆은 56회 회수총평回首總評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쿠이가 지극히 소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온힘을 다해 묘사할지라도 묘사해낼 수 없다. 곧 이 책에서는 리쿠이가 지극히 소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묘사하려 하면서도 오히려 그의 간사하고 교활한 것을 묘사함으로써 더욱 지극히 소박하게 만들었으니, 진정 기이한 일이로다.李逵樸至人, 雖極力寫之, 亦須寫不出, 乃此書但要寫李逵樸至, 便倒寫其奸猾, 便愈樸至, 眞奇事也.”

【예문】

그 말에 쑹쟝宋江이 급히 린런藺仁을 앞세우고 곧추 뒤에 있는 마른 우물 옆에 데리고 가서 들여다보니 안이 어두컴컴하여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었다. 위에서 불러보아도 아무런 대답이 없으므로 줄을 드리워 보니 깊이가 8, 9장 가량 되었다.

“차이柴 대관인은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소.”

쑹쟝이 눈물을 흘리니 우융吳用이 말했다.

“통수께서는 괴로워 마십시오. 사람을 내려보내면 그의 생사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헤이쉬안펑黑旋風 리쿠이李逵가 나서며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내려가 보겠소.”

“그렇지. 애당초 그를 곤경에 빠뜨린 것도 자네이니 지금 그 갚음이 있어야겠네.”

쑹쟝의 말에 리쿠이가 웃으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내려가는 것은 겁나지 않지만 당신들이 밧줄을 끊어서는 안 되오.”

“자네도 꽤나 간사하고 교활하군.”

우융이 리쿠이를 놀리며 큰 광주리 하나를 가져다 바로 네 곳을 맨 다음 그 위에 긴 밧줄을 매고 또 틀을 세우고 거기에 밧줄을 걸었다. 리쿠이는 웃통을 벗어 부치고 도끼 두 자루를 들고 광주리에 앉아 우물 안으로 내려갔다. 그 밧줄에는 퉁방울을 두 개 달았다. 밑바닥에 닿자 리쿠이가 광주리에서 내려 우물 바닥을 더듬어 보니 한 무더기 해골이 손에 닿는다.

“어이쿠, 이게 무엇들이냐!”

리쿠이가 소리치고 계속 더듬어보니 바닥이 너무 질퍽하여 발을 놓을 자리조차 없었다. 리쿠이가 도끼를 뽑아 광주리에 놓고 두 손으로 더듬어 보니 바닥이 꽤 넓었다. 한참 더듬다가 드디어 물구덩이에 한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찾아내었다. 리쿠이가 “차이 대관인!” 하고 불렀으나 아무 동정이 없기에 손으로 만져 보니 그 사람의 입에서 가냘픈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됐다! 다행히 목숨은 건지겠구나.”

리쿠이가 중얼거리며 즉시 광주리에 앉아 퉁방울을 흔드니 위에서 여럿이 밧줄을 끌어올렸다. 리쿠이가 올라와 사실을 이야기하니 쑹쟝은 리쿠이에게 분부하였다.

“자네 다시 내려가서 차이 대관인을 광주리에 앉혀 먼저 올려 보내고 다시 광주리를 내려 보내면 자네가 앉아 올라오게.”

“형님은 모르시겠지만 나는 지저우薊州에서 두 번이나 혼난 일이 있는데 이번에 또 혼내서는 안 되오!”

“내가 어찌 자네를 혼내겠나? 어서 내려가게.”

쑹쟝이 웃으면서 말하니 리쿠이는 다시 광주리에 앉아 우물 안으로 내려갔다.

바닥에 이르자 그는 광주리에서 내려 차이 대관인을 안아 거기에 앉히고 줄에 단 퉁방울을 흔들었다. 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곧바로 광주리를 끌어올렸다. 차이 대관인이 올라온 것을 보고 여럿은 대단히 기뻐하였다. 쑹쟝은 차이진柴進이 머리가 터지고 이마가 찢긴 데다 두 다리의 살이 짓무르고 눈을 잠깐 떴다가 이내 감아 버리는 것을 보자 몹시 괴로운 생각에 잠겨 의원을 데려다 치료하게 하였다. 리쿠이는 우물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쑹쟝은 그 소리를 듣고 급히 광주리를 내려보내 리쿠이를 끌어올렸다. 우물에서 나오자 리쿠이는 버럭 성을 냈다.

“당신들도 믿을 만한 사람들은 아니오! 왜 광주리를 내려보내지 않았소?”

“차이 대관인을 돌보느라 그만 잊고 그런 것이니 성내지 말게!”

쑹쟝은 이렇게 대꾸하고 나서 여럿에게 차이진을 부축하여 수레에 눕혀 쉬게 한 다음 리쿠이와 레이헝雷橫을 불러 우선 두 집의 식구들과 빼앗아 온 많은 가산들을 20여 대의 수레에 실어 량산보梁山泊로 호송하게 하였다.( 《수호전》 제5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