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16 도삽법倒揷法

도삽법倒揷法

【정의】

‘도삽법’ 역시 진성탄金聖嘆의 「독제오재자서법讀第五才子書法」 가운데 하나이다.

도삽법倒揷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한 권의 책의 뒤쪽에서 중요한 글자를 불쑥 앞쪽에 먼저 끼워 넣는 것을 말한다. 우타이산五臺山 아래 대장간 옆의 부자가 하는 객점, 또 다샹궈쓰大相國寺와 웨먀오岳廟 옆의 채마밭菜園, 우다武大의 아내가 왕 씨 노파와 함께 호랑이를 보러 가려 하는 것, 리쿠이李逵가 대추떡棗餻을 사러 갔다가 탕룽湯隆을 만나 량산보梁山泊 무리에 끌어들이는 것 등이 그것이다.有倒揷法, 謂將後邊要緊字, 騫地先揷放前邊, 如五臺山下鐵匠間壁父子客店, 又大相國寺岳廟間壁菜園, 又武大娘子要同王乾娘去看虎, 又李逵去買棗餻, 收得湯隆等是也。

진성탄이 “다른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非他書所有” 《수호전》의 서술기법 중 하나라고 하였던 ‘도삽법’은 뒷부분에서 요긴하게 쓰일 글자를 순서를 바꿔 갑자기 앞부분에 먼저 삽입시켜 놓는 방법이다. 이것은 일종의 복선으로 현재의 단선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듯이 보이는 내용이나 비교적 거리가 있는 내용을 미리 사용하여 뒷부분의 내용 전개를 용이하게 한다든지 자연스럽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

【실례】

《수호전》 제3회에 등장하는 ‘오대산 아래 대장간이 ‘부자객점’과 이웃에 있다五臺山下鐵匠間壁父子客店.’라는 대목은 얼핏 보면 그저 장터의 풍경을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진성탄은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내용은 술 마시러 가는 것을 다루었는데, 오히려 술 마시는 서술에서 바로 대장간으로 이어지니 한편의 기이한 문장을 이루어 비할 데 없이 절묘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한 대장간을 묘사하는 문장 앞에서 오히려 다시 객점을 삽입시키니, 그 필세의 절묘함이란 비록 슬용蝨龍이 노해서 걸어간들 어찌 이와 비유할 것인가.此來正文專爲吃酒, 却顚倒放過吃酒, 接出鐵店, 衍成絶奇一篇文字, 已爲奇絶矣. 乃又於鐵店文前, 再顚倒放過鐵店, 反揷出客店來, 其筆勢之奇矯, 雖蝨龍怒走, 何以喩之.

여기서 작가는 ‘부자객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이야기의 초점을 대장간으로 옮겨 루즈선이 선장禪杖과 계도戒刀를 주문하는 것으로 그 장면을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부자객점’에서 멀리 떨어진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한 바탕 소동을 피우고는 절에서 쫓겨난다. 결국 앞서 슬쩍 언급되었던 ‘부자객점’은 루즈선이 둥징東京의 다샹궈쓰大相國寺로 가기 전에 미리 주문해두었던 선장과 계도가 완성될 때까지 며칠 동안 쉬는 곳으로 다시 등장한다. 따라서 ‘부자객점’에 대한 언급은 그저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작자가 미리 계산하여 앞부분에 삽입해 둔 것이다. 이를 두고 진성탄은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이 구절을 먼저 넣었는데, 해를 걸러 씨를 뿌려 다음 해에 양식을 거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으니 어찌 하찮은 필력으로 가능한 것이겠는가?老遠先放此一句, 可謂隔年下種, 來歲收粮, 豈小筆所能?”라고 하였다.

두 번째로 제5회에서 루즈선魯智深은 우타이 산五臺山에서 쫒겨나 카이펑開封에 도착하여 다샹궈쓰로 왔으나, 거기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채소밭菜園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게 된다. 특히 채소밭의 배경묘사에 쓰인 ‘악묘 옆에岳廟間壁’라는 표현에 대해서 진성탄은 “이 네 글자를 어떻게 삽입시켰는지 정말로 절세의 묘필이다此四字如何揷放入來, 眞是絶世妙筆”라고 평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장소는 앞서 언급한 ‘부자객점父子客店’과는 달리 상당한 간격을 두고 제16회에 가서야 비로소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양즈楊志를 만난 루즈선은 채소밭을 관리하던 자신이 창저우滄州로 호송되어 가는 린충林沖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주고, 그 사건으로 인해 가오츄高俅의 분노를 사게 되어 체포령이 떨어지자 결국 ‘웨먀오岳廟’를 불태우고 강호江湖를 떠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진성탄의 평은 다음과 같다.

앞의 이야기에서 린충이 창저우에 도착하고 공인이 돌아가고 난 뒤부터 그에 대한 행방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루즈선이 린충과 소나무 숲에서 이별한 뒤 채소밭으로 다시 왔는지 안 왔는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이 곳에서 보완을 하니 절묘하도다. 文林沖到滄州, 公人回來, 未有下落. 魯達松林中別了林沖. 重到不重到菜園, 未有下落, 却於此處補完, 妙絶.

【예문】

루즈선魯智深은 술이 취해서 한바탕 야단법석을 떤 뒤로 3, 4개월 동안이나 감히 절 문 밖을 나갈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하루는 날씨가 몹시 따스했다. 때는 2월이었다. 승방을 나서서 한 걸음, 두 걸음 산문 밖으로 나와서 오대산의 경치를 바라보며 “좋구나!” 하고 말하는데 문득 산 밑에서 산들거리는 바람을 따라 댕그랑댕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산 아래로 내려가니 ‘오대복지五臺福地’라고 쓴 현판이 걸린 산사의 패루가 나왔고 이를 지나니 거기는 큰 장터로 인가가 대략 6, 700호나 되었다. 장을 두루 돌아다니며 보니 고기 장수도 있고 채소 장수도 있고 또 술집과 국수집도 있었다. …… 소리가 나는 쪽으로 찾아가니 대장장이가 메질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옆에는 문 위에 ‘부자객점父子客店’이라고 써 붙인 가게가 있었다.( 《수호전》 제3회)

장로가 말하였다.

“자네는 내 사형인 전 대사眞大師가 우리 절의 집사 중으로 써 달라고 천거해온 사람인데, 마침 우리 절에서 가꾸는 큰 채마밭이 저 산조문 밖 웨먀오岳廟 옆에 있으니 그리로 가서 그것을 맡아보게……”( 《수호전》 제5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