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락묵법大落墨法
【정의】
‘대락묵법’ 역시 진성탄金聖嘆의 「독제오재자서법讀第五才子書法」 가운데 하나이다.
대락묵법大落墨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우융吳用이 롼 씨 삼형제를 설득하고, 양즈楊志가 베이징北京에서 무예를 겨루고, 왕 씨 노파가 [시먼칭西門慶더러] 바람 피우라고 부추기고, 우쑹武松이 호랑이를 때려잡고, 환다오춘還道村에서 쑹쟝이 잡히고, 주쟈좡祝家莊을 세 차례 공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有大落墨法, 如吳用說三阮, 揚志北京鬪武, 王婆說風情, 武松打虎, 還道村捉宋江, 三打祝家莊等是也。
‘대략묵법’이라는 것은 일종의 강조법으로, 이 명칭은 본래 당대의 왕챠王洽가 산수화에서 비오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먹을 흩뿌렸던潑墨’ 것에서 비롯되었다. 곧 필요한 곳에 먹을 구름처럼 흩뿌리듯, 이야기를 구성할 때 중요한 것은 강조하고 부차적인 것을 거기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실례】
《수호전》 제13회의 마지막 부분과 14회의 첫 부분에 걸쳐 나오는 “우융이 롼 씨 삼 형제를 설복하다吳用說三阮”의 대목에서 우융이 “반드시 이들을 불러와야만 이번 일을 이룰 것입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명토 박은 것이 곧 ‘대락묵법’을 잘 활용한 예이다. 이후에도 우융이 그들을 만나러 가다가 도중에 그들 삼 형제를 각각 만나는 대목 역시 필묵을 아끼지 않고 배경묘사 등을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언변이 좋은 우융과 달리 롼 씨 삼 형제는 말재간이 없어 우융의 말에 장단을 맞춰 간단한 말로 자신들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러한 대비를 통해 오히려 그들의 성격을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같은 《수호전》 제23회에서는 왕 씨 노파가 시먼칭西門慶에게 판진롄潘金蓮을 유혹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이때 왕 씨 노파에 대한 서술 역시 극히 절제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대락묵법’이라 할 만하다. 곧 작자는 ‘대락묵법’을 통해 중요한 부분은 세세하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는 서술 기교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진성탄金聖嘆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왕 씨 노파가 계략을 세우는 것을 묘사할 때는 몇 마디면 된다. …… 진실로 그 재주는 바다와 같아 필묵의 기세가 바다의 흐름처럼 오르락내리락 한다.
寫王婆定計, 只是數語可了, …… 筆墨之氣, 潮起潮洛者也.
【예문】
우융吳用은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별안간 눈썹을 치켜 뜨며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하였다.
“응, 그렇지! 사람이 있었군.”
……
이때 우융이 말했다.
지금 내 생각에는 의협심이 많고 무예가 출중한 데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우리와 생사를 같이할 만한 사람 셋이 있는데 반드시 이들을 불러와야만 이번 일을 이룰 것입니다.”( 《수호전》 제13~14회)
왕 씨 노파는 웃으며 말하였다.
“나리도 꽤 급하십니다 그려. 이 늙은 것의 묘책은 둘도 없는 상책이랍니다. 강태공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손자가 궁 안에서 여인들을 병사로 훈련시킨 것만큼은 하니까 열에 아홉은 영락없답니다. …… 이때 나리께서는 방안에서 그 계집에게 되도록 달콤한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큰일이지요. 만약에 주책없이 굴다가 일을 설치면 나도 더는 어쩔 수가 없어요. 이때 나리는 일부러 옷소매로 상 위의 젓가락을 밀어 떨어뜨리란 말이에요. 그리고는 땅에 떨어진 젓가락을 집는 체 하면서 계집의 발등을 살짝 꼬집어 보란 말이요. 그래서 만일 계집이 성을 낸다면 그때는 제가 말리기는 하겠지만 일은 다 틀어져 다시 또 성사될 수 없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계집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면 그때에는 가망이 있는 거죠. 분명 마음이 동한 것이니 그때에는 소원을 풀 수가 있을 것이에요. 자, 이만하면 제 계책이 어떻습니까?”( 《수호전》 제2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