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14 달미법獺尾法

달미법獺尾法

【정의】

‘달미법’ 역시 진성탄金聖嘆의 「독제오재자서법讀第五才子書法」 가운데 하나이다.

달미법獺尾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큰 단락 뒤에 갑자기 멈추는 게 좀 뭣해서 여파餘波를 만들어 그 여운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량 중서梁中書가 둥궈東郭에서 무예를 겨루고 돌아간 뒤, 지현인 스원빈時文彬이 당에 오르고, 우쑹이 호랑이를 때려잡고 고개를 내려오다 사냥꾼 두 명을 만나고, 위안양러우鴛鴦樓에서 살육전을 벌이고 난 뒤 성벽 해자 가城壕邊의 달빛을 그리는 것 등과 같은 것이다. 有獺尾法, 謂一段大文字後, 不好寂然便住, 更作餘波演漾之。如梁中書東郭演武歸去後, 知縣時文彬升堂; 武松打虎下罔來, 遇著兩個臘戶; 血濺鴛鴦樓後, 寫城壕邊月色等是也。

수달의 꼬리는 길고 힘이 세서 물을 헤엄쳐 건너간 뒤에도 그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 ‘달미법’은 바로 이처럼 소설을 창작할 때 이야기가 고조되는 순간 그 단락을 갑자기 끝내지 않고 다른 내용을 덧붙여 점차적으로 긴장을 완화시키면서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삼국지연의》의 작자 마오쭝강毛宗崗은 “무릇 뛰어난 문장들은 그 앞에 반드시 발단 부분이 있고, 문장의 뒤에는 남은 기세餘勢가 있기 마련이다.凡文之奇者, 文前必有先聲, 文後必有餘勢.”라고 말했다. 여기서 ‘남은 기세’가 바로 ‘달미법’이다.

그러나 이 ‘남은 기세’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쓴 것 같지만 앞의 내용과 자연스런 연관성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변화, 발전시켜 나가는 작용을 해야 한다. 마오쭝강은 ‘달미법’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물결이 친 후의 파문, 비 끝의 가랑비와 같은 묘미가 있다有浪後波紋, 雨後霢霂之妙.”

【실례】

중국 고대소설에 ‘달미법’이 사용된 경우는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삼국지연의》에서 류베이劉備가 삼고초려한 뒤 다시 류치劉琦가 주거량諸葛亮에게 세 번 간청한 것이나, 주거량이 출사出師한 뒤 다시 쟝웨이姜維가 위魏를 정벌하기 위한 허위 밀서를 보내는 것, 《수호전》에서 우쑹武松이 호랑이를 잡고 내려오다 다시 사냥꾼들을 만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우쑹이 호랑이를 잡고 내려오다 사냥꾼을 만난 이야기를 잠시 보기로 한다.

“‘날도 이미 저물었는데 만약 호랑이가 또 나타나면 어떻게 당해 낸담? 아무튼 발버둥을 쳐서라도 고개를 내려갔다가 내일 아침 다시 와서 처리해야겠다.’ 그는 푸른 돌 옆에 떨어진 전립을 찾아 쓴 다음 관목 숲을 헤치고 나와서 겨우 한 걸음씩 옮겨 놓으며 고개 밑으로 내리 걸었다.” 원래 이 부분에서 그냥 끝낼 수도 있지만 작가는 “반 리도 채 못 내려갔는데 마른 풀숲에서 또 호랑이 두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이었다.”와 같은 상황을 추가하여 천하의 우쑹으로 하여금 “아이고! 이젠 나도 끝이구나!”라고 소리지르게 한 것이다. 우쑹은 이미 손발에 모두 맥이 풀려 도저히 이들을 대적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작자는 곧이어 “우쑹이 자세히 보니 사람 두 명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끈으로 꼭꼭 동여매었던 것이었다.”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만들고 있다. 진성탄金聖嘆은 이와 같은 문장을 “뛰어난 문장奇文”이라 칭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고조된 분위기에서 그냥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이야기에 변화를 주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여운을 즐기게 하는 데 달미법의 묘미가 있다.

【예문】

우쑹武松이 손을 놓고 소나무 옆으로 가서 동강이 난 몽둥이를 찾아 손에 쥐고 혹시 호랑이가 아직 죽지 않았을까 하여 다시 한 번 몽둥이로 내려쳤다. 눈으로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몽둥이를 내버렸다.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이놈을 끌고 언덕을 내려가야지.’ 그리고는 피가 질벅한 데 두 손을 밀어 넣어 들려고 하였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힘을 다 써 버렸기에 손발에 모두 맥이 풀렸던 것이다. 우쑹은 다시 푸른 돌 위에 앉아 한참을 쉬면서 생각하였다. ‘날도 이미 저물었는데 만약 호랑이가 또 나타나면 어떻게 당해 낸담? 아무튼 발버둥을 쳐서라도 고개를 내려갔다가 내일 아침 다시 와서 처리해야겠다.’ 그는 푸른 돌 옆에 떨어진 전립을 찾아 쓴 다음 관목 숲을 헤치고 나와서 겨우 한 걸음씩 옮겨 놓으며 고개 밑으로 내리 걸었다.

반 리도 채 못 내려갔는데 별안간 마른 풀숲에서 또 호랑이 두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우쑹이 말했다. “아이고! 이젠 나도 끝이구나!” 그런데 그 호랑이 두 마리가 어둠 속에서 꼿꼿이 일어서는 것이었다. 우쑹이 자세히 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사람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쓰고 몸에다 꽉 동여맨 것이었다. 손에는 모두 오고차五股叉를 들고 있었는데, 우쑹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

“다 다다 당신, 악어 염통에, 표범의 간에, 사자 다리를 먹고 담이 몸을 뒤집어썼소? 어찌 혼자서 이런 밤중에 무기도 없이 언덕에서 걸어 내려오는 것이요? 다다다 당신 대체 사람이요 귀신이요?”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이 곳 사냥꾼이오.”( 《수호전》 제2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