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현대 양심적 지식인의 한 사람인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가 뽑고 일본어로 역주한 [루쉰문집]을 중문학자 김정화와 한무희가 한국어로 옮겼다. 일월서각에서 1985~1987년에 걸쳐 출간했다.
내 기억으로는 이 문집이 나오기 전에 루쉰의 글은 대개 한학자 이가원이 옮긴 판본을 읽었던 듯하다. 내가 대학 때 읽은 루쉰 글도 이가원 번역본이었다.
이 [루쉰문집]은 대학원 석사과정 다닐 때 사서 읽었는데 다케우치 요시미의 적절한 주석을 통해 학부 때보다 훨씬 심화된 인식을 얻었다.
한동안 루쉰 독물을 석권했던 판본이지만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다. 나는 87년까지 전체 여섯 권을 모두 구입했으나 어디서 분실했는지 2권이 빠져서 보이지 않았다. 2권을 구입하려고 중고서점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본래 한 권에 4000원 하던 책이 10000원에서 20000원에 팔리고 있었으며 전질 6권은 10만원에서 2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2권을 10000원에 구입하여 전질을 맞춰 놓으니 비싼 고서를 갖춘 듯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지금은 [루쉰전집] 한국어판 20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상황이라 이 [루쉰문집]이 다시 출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내 청춘의 중요한 부분을 점거했던 이 판본을 볼 때마다 뜨거웠던 열정이 떠오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