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를 칭찬하는 말贊劉諧>
어느 도학자(道學者)가 굽이 높은 나막신이나 큰 가죽신을 신고, 소매를 길게 늘어뜨리고 넓은 띠를 두르고, 삼강오상(三綱五常)이라는 모자를 쓰고, 인륜(人倫)이라는 겉옷을 입고, 낡은 경전(經典)에서 한두 마디 주워담고, 공자의 말에서 서너 마디 훔쳐내어 입에 담으면서, 자기는 진정한 중니(仲尼)[1]의 제자라고 떠벌이고 다녔다. 그 때 유해(劉諧)를 만났다. 유해는 총명한 인물인데, 그것을 보고 비웃으며 “이 사람은 아직 우리 중니 형님을 모르는구만”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벌컥 화를 내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일어나 말했다. “하늘이 중니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지 않았다면 만고의 역사는 긴긴 밤과 같았을 것이다. 너는 어떤 자이길래 감히 중니를 형님이라고 부르느냐?” 유해가 말했다. “그러면 아마도 (중니가 태어나기 전의) 복희(伏羲) 및 그 이전 성인들은 날이면 날마다 초에 불을 밝혀 길을 다녔겠소이다!” 그 사람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러나 유해의 말의 지극한 뜻을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이 말을 듣고 유해의 말이 훌륭하게 생각되어, 다음과 같이 칭찬의 말을 한다. “유해의 이 말은 간명하면서도 타당하고, 간략하면서도 여운이 맴돌아, 의심의 그물을 찢고 하늘을 밝힐 수 있겠구나. 그의 말이 이와 같으니, 그 사람을 알 수 있겠다. 비록 잠시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은 이치는 영원토록 바뀔 수 없을 것이다.”(권3)
卷三 雜述 贊劉諧
有一道學,高屐大履,長袖闊帶,綱常之冠,人倫之衣,拾紙墨之一二,竊唇吻之三四,自謂真仲尼之徒焉。時遇劉諧。劉諧者,聰明士,見而哂曰:“是未知我仲尼兄也。”其人勃然作色而起曰:“天不生仲尼,萬古如長夜。子何人者,敢呼仲尼而兄之?”劉諧曰:“怪得羲皇以上聖人盡日燃紙燭而行也!”其人默然自止。然安知其言之至哉!李生聞而善曰:“斯言也,簡而當,約而有余,可以破疑網而昭中天矣。其言如此,其人可知也。蓋雖出于一時調笑之語,然其至者百世不能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