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나는 때로 루쉰의 인상 또는 추억이라는 것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썼는지는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이 쓴 것을 보존하고 정리해 두는 성벽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나는 몇 가지 쓴 것이 있었지만 다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생각이 나는데, 루쉰은 그런 면에서는 빈틈이 없었다.
자기가 쓴 것을 착실하게 남겨두었다가 상당한 분량이 되면, 한데 모아서 한 권,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열풍熱風』 이래로 『차개정잡문且介亭雜文』에 이르는 수많은 수필 잡감집은 그런 식으로 짧은 문장과 단편적인 것을 모아서 연차적으로 편집한 것이다. 거기에도 빠진 것이 있다 싶으면, 그렇게 빠진 것을 다시 따로 모아서 『집외집』으로 출판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그는 무언가를 쓰고, 이렇게 쓴 것을 세간에 발표하는 것에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곧 무언가를 써서 발표하는 것이 그 생활의 전부였다고 생각된다. 그는 자기가 쓴 것을 선별해서 출판한 게 아니라 쓴 것 모두를 자질구레한 것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 보였다. 사후에 관계자가 전집을 내면서 모든 것을 수록하는 경우는 있지만, 생전에 자기 손으로 자신이 쓴 모든 것을 해마다 출판한 것은 집필 저작이 그의 생활 그 자체였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과 연관해서 생각나는 것은 그가 언젠가 아무 거라도 좋으니 상관 말고 쓰고, 설혹 틀리더라도 나이가 드는 대로 수정해나가면 되고, 처음부터 정확한 것을 쓰려고 하지 말라는 의미의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 뭔가를 쓰는 것에 주저주저하는 나를 지도 편달하는 의미에서도 그랬겠지만, 그 이야기는 곧 그 자신이 집필하는, 나아가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