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3 계령해령법繫鈴解鈴法

계령해령법繫鈴解鈴法

【정의】

  ‘계령해령법’은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방울을 묶고 방울을 푸는 것’이다. 이것은 소설 속 주인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을 때 작자가 주인공이 직접 나서 그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것이다. 곧 방울을 매단 사람이 방울을 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결말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억지스러운 우연에 의해 사태가 매조지 되어버리면 흔히 말하는 ‘기계로부터 나온 신deus ex machina’[1]에 의한 무리수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독자의 느낌은 떫은 감을 씹는 듯, 또는 밀랍을 맛보는 듯 뒤끝이 개운치 않게 된다.

【실례】

   《홍루몽》 제27회에서 바오차이寶釵는 다이위黛玉를 찾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쌍의 나비에 홀려 디추이팅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바오차이는 우연히 하녀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이것은 애당초 바오차이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오차이가 그곳에 올 때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그곳을 빠져나왔으면 아무 일이 없었겠지만, 뜻밖에도 안에서 누군가 자신들의 대화를 엿들을까 두려워 창문을 닫겠다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상황은 한순간에 급반전된다. 대갓집 아가씨가 점잖지 못하게 하녀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했다는 볼썽사나운 상황이 연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구나 이 정자가 호수 가운데 지어졌음에랴. 바오차이는 숨을 곳도 없는 난감한 지경에 놓인 것이다.

  작자는 이렇듯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바오차이를 곤경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독자들 역시 조마조마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때 작자는 바오차이로 하여금 기지를 발휘하도록 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긴장을 해소한다. 바오차이로 하여금 먼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상황을 다시 한번 급반전시키는 것이다. 창문이 열리는 순간 바오차이가 먼저 상대에게 말을 걸어 오히려 상대편을 놀라게 한다. 이제 주사위는 상대방으로 넘어간 것이다.

  결국 위기에 빠진 바오차이가 스스로 그 위기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방울을 매단 사람이 방울을 풀어내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소설 기법과 마찬가지로 인물의 정절이나 성격 발전의 필요에 의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곧 작자는 이것을 통해 바오차이라는 인물이 임기응변에 뛰어나고 기민한 성격을 갖고 있는 동시에 간사한 일면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곧 바오차이는 평소 모든 문제를 다이위에게 미루어 버리고 자신은 ‘온유돈후’한 부덕을 가진 여인으로 보이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예문】

  바오차이가 다른 자매들을 찾아가는데 갑자기 앞쪽에서 옥색 나비 한 쌍이 보였다. 부채처럼 커다란 날개를 가진 그 나비들이 바람을 따라 위아래로 팔랑거리는 게 무척 아름다웠다. 그녀는 나비들을 잡아서 놀려고 소매에서 부채를 꺼내 풀밭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나비들이 갑자기 위로 날아 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지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더니 꽃과 버들가지 사이를 뚫고 지나 개울 건너로 넘어가려 했다. 나비에 정신이 팔려 살금살금 쫓아가던 바오차이는 어느새 연못 안의 디추이팅滴翠亭에까지 이르렀다. 바오차이는 땀이 흥건한 채 숨이 가빠 할딱거렸다. 이렇게 되자 나비를 잡으려는 마음이 없어져서 돌아가려는데 디추이팅 안에서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렸다. 이 정자는 사방이 회랑과 굽은 다리로 둘러진 채 연못물 위에 지어졌고, 조각된 나무창살에 종이를 붙인 창이 사방으로 나 있었다.

  바오차이는 정자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이 손수건 좀 봐. 정말 네가 잃어버린 거라면 가져가고, 아니면 쟈윈賈芸 도련님께 돌려드려.”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정말 내 거야! 얼른 줘.”

  “그럼 나한테 뭘로 사례할 건데? 맨입으로는 안 돼.”

  “사례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당연히 지켜야지.”

  “내가 찾아주었으니 당연히 나한테 사례해야지. 근데 이걸 주운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사례하지 않을 거니?”

  “헛소리하지 마! 그 분은 이 책 도련님이시니까 내 물건을 주우셨다면 당연히 돌려주셔야지. 내가 무슨 사례를 해.”

  “그럼 내가 그분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게다가 그분이 신신당부하시길, 만약 네가 사례하지 않으면 이걸 너한테 주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야.”

  한참 뒤에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좋아. 그럼 이걸 줄 테니 그분에게 사례하는 걸로 치지 뭐. 너 이 얘기 다른 사람한테 하면 안 된다. 맹세해!”

  “내가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면 종기가 생겨서 나중에 꼴사납게 죽을 거야!”

  “이런! 얘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네. 누가 밖에서 엿들을 수 있으니까 이 창문들을 모두 열어놓자. 우리가 여기 있는 걸 누가 본다 해도 그저 잡담이나 나누는 걸로 여기겠지. 누가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도 발견할 테니까. 그땐 다른 얘길 하면 되잖아.”

  밖에서 듣고 있던 바오차이는 속이 뜨끔했다.

  ‘과연 예나 지금이나 간음하고 도적질하는 것들은 속셈이 대단하다니까! 창문을 열었다가 나를 발견하면 쟤들이 낭패겠지? 게다가 조금 전 말한 애의 목소리는 바오위 도련님 방의 샤오충 같았다. 걔는 평소에 거들먹거리면서 남을 깔보고 아주 교활한 년이지. 이제 내가 자기 단점을 들었으니 순간적으로 급한 놈이 사고치고 다급한 개가 담장을 넘는 꼴이 생길지 몰라. 그러면 나도 곤란해질 거야. 얼른 숨어야지. 미처 숨기 전에 발각되면 금선탈각의 계책을 쓰는 수밖에.’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삐걱’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오차이는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소리쳤다.

  “호호. 핀얼顰兒, 너 거기 숨은 줄 다 알아!”

  그러면서 일부러 앞으로 다가갔다. 정자 안의 훙위紅玉와 주이얼墜兒은 창문을 열자마자 바오차이가 이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다. 바오차이가 웃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들 다이위 아가씨 어디 숨겼어?”

  주이얼이 말했다.

  “다이위 아가씨는 못 봤는데요?”

  “좀 전에 개울가에서 보니까 다이위 아가씨가 여기 쪼그려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던데? 살그머니 다가가 놀래키려 했더니만 다가가기도 전에 나를 발견하고는 동쪽으로 돌아가더니 사라져버렸어. 설마 이 안에 숨은 건 아니겠지?”

  그러면서 바오차이는 일부러 안으로 들어가 찾아보는 체하다가 밖으로 나가면서 중얼거렸다.

  “또 가산의 동굴에 숨은 모양이군. 뱀이나 만나서 꽉 물려버려라!”

  그러면서 속으로는 너무 우스웠다.

  ‘대충 속여넘긴 것 같은데 쟤들이 잘 속았는지 모르겠네.’

剛要尋別的姊妹去, 忽見前面一雙玉色蝴蝶, 大如團扇, 一上一下迎風翩躚, 十分有趣. 寶釵意欲撲了來玩耍, 遂向袖中取出扇子來, 向草地下來撲. 只見那一雙蝴蝶忽起忽落, 來來往往, 穿花度柳, 將欲過河去了. 倒引的寶釵躡手躡脚的, 一直跟到池中滴翠亭上, 香汗淋漓, 嬌喘細細. 寶釵也無心撲了, 剛欲回來, 只聽滴翠亭裏邊嘁嘁喳喳有人說話. 原來這亭子四面俱是遊廊曲橋, 蓋造在池中水上, 四面雕鏤子糊著紙.

寶釵在亭外聽見說話, 便煞住脚往裏細聽, 只聽說道: 「你瞧瞧這手帕子, 果然是你丢的那塊, 你就拿著, 要不是, 就還芸二爺去.」又有一人說話: 「可不是我那塊! 拿來給我罷.」又聽道: 「你拿了什麽謝我呢? 難道白尋了來不成.」又答道: 「我旣然許了謝你, 自然不哄你.」又聽說道: 「我尋了來給你, 自然謝我, 但只是揀的人, 你就不拿什麽謝他?」又回道: 「你別胡說. 他是個爺們家, 揀了我的東西, 自然該還的. 我拿什麽謝他呢?」又聽說道: 「你不謝他, 我怎麽回他呢? 況且他再三再四的和我說了, 若沒謝的, 不許我給你呢.」半晌, 又聽答道: 「也罷, 拿我這個給他, 算謝他的罷. --你要告訴別人呢? 須說個誓來.」又聽說道: 「我要告訴一個人, 就長一個疔, 日後不得好死!」又聽說道: 「噯呀! 咱們只顧說話, 看有人來悄悄在外頭聽見. 不如把這子都推開了, 便是有人見咱們在這裏, 他們只當我們說頑話呢. 若走到跟前, 咱們也看的見, 就別說了.」

寶釵在外面聽見這話, 心中吃驚, 想道: 「怪道從古至今那些奸淫狗盜的人, 心機都不錯. 這一開了, 見我在這裏, 他們豈不臊了. 況才說話的語音, 大似寶玉房裏的紅兒的言語. 他素昔眼空心大, 是個頭等刁鑽古怪東西. 今兒我聽了他的短兒, 一時人急造反, 狗急跳牆, 不但生事, 而且我還沒趣. 如今便趕著躱了, 料也躱不及, 少不得要使個『金蟬脫殼』的法子.」猶未想完, 只聽「咯吱」一聲, 寶釵便故意放重了脚步, 笑著叫道: 「顰兒, 我看你往那裏藏!」一面說, 一面故意往前趕. 那亭內的紅玉墜兒剛一推窗, 只聽寶釵如此說著往前趕, 兩個人都唬怔了. 寶釵反向他二人笑道: 「你們把林姑娘藏在那裏了?」墜兒道: 「何曾見林姑娘了.」寶釵道: 「我才在河那邊看著林姑娘在這裏蹲著弄水兒的. 我要悄悄的唬他一跳, 還沒有走到跟前, 他倒看見我了, 朝東一繞就不見了. 別是藏在這裏頭了.」一面說, 一面故意進去尋了一尋, 抽身就走, 口內說道: 「一定是又鑽在山子洞裏去了. 遇見蛇, 咬一口也罷了.」一面說一面走, 心中又好笑: 這件事算遮過去了, 不知他二人是怎樣.

  《홍루몽》 제27회


[1] 예기치 않은 인물의 등장이나 상황의 변화로써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사건이 단번에 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신이 등장할 때, 그는 종종 무대 측면에 설치된 기계 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연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