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호이야기-032 구정춘歐正春 국판호菊瓣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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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료의 색은 자주색에 가까운 홍색이다. 자사의 재질은 곱고 윤이 나며 피부결은 밝고 깨끗하다. 몸체의 조형은 풍만하고 웅건하다. 12개의 국화 꽃잎이 몸통, 뚜껑, 꼭지로 구성되어 포개져 있는데 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放射形으로 조금의 빈틈도 없다. 짧고 곧은 물대와 둥근 손잡이를 지니고 있으며 명대에 나온 초기 근문기筋紋器의 걸작이다.

호의 바닥에는 “천계 갑자년 구정춘 만들다天啓甲子歐正春製”라는 해서체의 서명이 있다. 유명한 구요歐窯는 바로 구정춘이 만든 것이다.

구정춘歐正春은 호가 자명子明이며 만력 연간 사람으로 시대빈의 제자이다. 꽃이나 경물, 과일 등을 소재로 그 형식과 체계를 깊이 궁구하여 차호, 화분盆, 주발盂, 접시盤, 필세洗, 불상佛像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이 가운데 필세가 가장 많이 보인다. 그는 특히 이싱 균채요鈞彩窯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는 송대 가요哥窯의 빙렬문양과 관요官窯, 균요鈞窯 등을 모방하여 자사의 태토에 유약을 발라 이싱의 균요를 만들어내었는데, 이는 이싱의 균요라는 명칭의 의균宜鈞 혹은 구요歐窯라고 불리며 이싱을 대표하는 도자기 중 하나가 되었다.

자사 차호 예술은 명대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유명한 도예가들이 배출되었고 그들은 각자 자신의 절기를 하나씩 지니고 있었다. 이 때에는 이미 근문기, 자연형 기물, 기하형 기물 등 세가지 주요 조형이 확립되었고 이러한 조형의 걸작들이 출현하였으니 자사호 역사상 첫 번째 흥성기라고 할 수 있다.

명대에서 청대 초기까지 만들어진 자사호는 대체로 태토의 골격이 딱딱하고 견고하며 광택과 윤기가 있다. 자사 니료의 보편적인 질감은 다소 거칠고 사질砂質을 많이 함유하였으나 손으로 만져보면 평평하고 매끈하며 깔끔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차호를 가볍게 두드려 보면 묵직한 소리가 난다. 호의 표면에는 암연한 기운이 서려있고 대체로 자갈색紫褐色의 빛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