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물영츤법景物映襯法
【정의】
‘경물영츤법’은 간단하게 말해서 작품 속의 주변 환경 묘사를 통해 인물 형상의 성격 특징을 드러내고,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실례】
《유림외사》의 서두에 등장하는 왕몐王冕은 작자가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인데, 그의 성격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제1회에서 왕몐이 호숫가에서 소를 먹이는 광경을 묘사했다. 한 바탕 소나기가 쓸고 지나간 뒤 호수 가 풀밭에는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새어 나와 호수가 붉게 물든다. 여기에 푸른 숲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시정화의詩情畵意’가 충만한 가운데 왕몐의 탈속한 성격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이다. 호수 위에 피어 있는 연꽃은 진흙 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맑은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는 모습에서 세속의 진애에 휘둘리지 않는 군자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경물로서 인물을 묘사하는以景寫人’ 수법이라 할 만 하다.
《수호전》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린충林冲이 산신당에서 눈바람을 피하다”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작자는 린충의 시각을 통해 주변 사물을 묘사함으로써 그가 처한 고립감과 처량한 심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엄동설한에 퇴락한 마초장에 홀로 남겨진 린충의 상황은 억울하게 관직에서 쫓겨나 그곳에 귀양 오게 된 그의 비통한 심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유림외사》의 경우와는 반대로 인물의 고독감과 처량한 심사를 주변 경물에 투사한 것으로 ‘감정으로 인연하여 주변 경물을 묘사하는緣情寫景’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크게 보자면 《유림외사》의 경우든 《수호전》의 경우든 모두 인물의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사물을 빌어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감정과 경물이 교차하며 융합하는情景交融’ 예술적 경지를 구현한 것이라 하겠다.
【예문】
그 날은 매우기梅雨期라 날씨가 무더웠다. 왕몐은 소를 치다 피곤하여 풀밭에 앉아 있었다. 그 때 검은 구름이 밀려들더니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그 먹구름 주위로 흰 구름이 피어오르더니 점점 흩어지면서 한 줄기 햇볕이 새어 나와 호수 주위를 온통 붉게 비추었다. 호수 주변의 산에는 여기저기 푸른 숲과 붉은 꽃들이 알록달록 섞여 있었다. 가지 위 잎사귀들도 모두 물로 씻어 낸 듯 초록빛이 더욱 선명했다. 호수에는 십여 송이의 연꽃이 피어 있었는데, 꽃봉오리에서는 맑은 물방울이 똑똑 흘러내려 연잎 위로 구르고 있었다.
那日,正是黃梅時候,天氣煩躁。王冕放牛倦了,在綠草地上坐著。須臾,濃雲密布,一陣大雨過了。那黑雲邊上,鑲著白雲,漸漸散去,透出一派日光來,照耀得滿湖通紅。湖邊山上,靑一塊,紫一塊。樹枝上都像水洗過一番的,尤其綠得可愛。湖裏有十來枝荷花,苞子上淸水滴滴,荷葉上水珠滾來滾去。(《유림외사》 제1회)
두 사람이 서로 헤어진 뒤 린충은 천왕당으로 돌아와서 봇짐을 가지고 비수를 지닌 다음 술이 달린 창을 들었다. 그리고는 옥사장과 함께 수교에게 하직하고 곧 바로 마초장을 향하여 떠났다. 때는 마침 엄동설한이라 검은 구름이 첩첩이 덮이고 삭풍이 일면서 눈꽃이 날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함박눈이 쏟아졌다. 가는 길에는 주막도 없는지라 린충과 옥사장은 술도 사먹지 못하였다. 드디어 마초장 앞에 이르러 보니 주위에는 황토담을 둘러쳤는데, 앞에는 두 짝으로 된 대문이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안에는 일고여덟 칸의 초막 창고가 있고 주위는 온통 마초 더미인데 그 한 복판에 초막이 두 채 있었다.
초막으로 들어가니 늙은 죄수가 홀로 앉아서 불을 쪼이고 있었다.
옥사장이 말했다.
“수교께서 이 린충을 여기로 보내면서 너는 돌아가 천왕당을 지키라고 하셨으니 곧 교대하거라.”
늙은 죄수는 열쇠를 들고 린충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마초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창고들마다 모두 관부의 봉인지가 붙어 있고 저 마초 더미도 다 수효가 있네.”
그는 그 더미의 숫자를 일일이 헤아려 맞춘 뒤 다시 린충을 데리고 초막으로 들어와서 행장을 수습하며 말했다.
“이 화로, 솥, 사발, 접시들은 다 자네에게 빌려주겠네.”
린충도 말했다.
“천왕당에도 내가 쓰던 그릇들이 있으니 그것들을 대신 쓰시오.”
린충의 말을 듣고 늙은 죄수는 벽에 걸린 큰 호로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술을 사먹겠거든, 이 마초장을 나서서 동쪽으로 난 큰 길로 2, 3리쯤 가게. 거기 저자가 있네.”
늙은 죄수는 옥사장과 함께 돌아갔다.
린충은 봇짐과 이부자리를 침상 위에 올려놓고 침상 가에서 불부터 피웠다. 집 근처에 있는 숯 더미에서 숯 몇 덩이를 가져다 화덕에 놓고 머리를 들어 방안을 살펴보니 네 벽은 거의 다 허물어졌고 세찬 삭풍이 불어치는 통에 집이 흔들거렸다.
“이런 집에서 무슨 수로 겨울을 난담? 날이 개면 성 안에 가서 미장이를 불러다 수리시켜야지.”
린충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한참 동안 앉아서 불을 쬐었으나 몸은 얼어들기만 했다.
“아까 그 늙은이의 말이 여기서 2, 3리 쯤 가면 저자가 있다던데 술이나 사다 먹자.”
그리고는 보따리에서 은 부스러기들을 꺼내 창대 끝에 호로병을 달아맨 다음 화롯불을 재로 잘 덮어 놓고 벙거지를 집어 썼다. 열쇠로 초막 문을 닫고 대문 밖으로 나와서 또 마초장 대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갔다. 그런 다음 열쇠를 들고 발길 닿는 대로 동쪽을 향해 부서진 구슬, 흩어진 옥가루 같은 눈을 밟으며 북풍을 등지고 천천히 걸었다.
兩個相別了,林沖自到天王堂,取了包里,帶了尖刀,拿了條花槍,與差撥一同辭了管營。兩個取路投草料場來。正是嚴冬天氣,彤雲密布,朔風漸起;卻早紛紛揚揚,卷下一天大雪來。林沖和差撥兩個在路上又沒買酒吃處。早來到草料場外,看時,一周遭有些黃土墻,兩扇大門。推開看裏面時,七八間草屋做著倉廒,四下裡都是馬草堆,中間草廳。到那廳裏,只見那老軍在裏面向火。
老軍拿了鑰匙,引著林沖,分付道:“倉廒內自有官府封起。這幾堆草,一堆堆都有數目。”
老軍都點見了堆數,又引林沖到草廳上。
老軍收拾行李,臨了說道:“火盆,鍋子,碗碟,都借與你。”
林沖道:“天王堂內,我也有在那裡,你要便拿了去。”
老軍指壁上掛一個大葫蘆,說道:“你若買酒吃時,只出草埸投東大路去二三里便有市井。”
老軍自和差撥回營裏來。
只說林沖就床上放了包里被臥,就床邊生些焰炎起來;屋後有一堆柴炭,拿幾塊來,生在地爐裏;仰面看那草屋時,四下里崩壞了,又被朔風吹撼,搖振得動。林沖道:“這屋如何過得一冬?待雪晴了,去城中喚個泥水匠來修理。
”向了一回火,覺得身上寒冷,尋思“卻才老軍所說,二里路外有那市井,何不去沽些酒來吃?”
便去包里里取些碎銀子,把花槍挑了酒葫蘆,將火炭蓋了,取氈笠子戴上,拿了鑰匙出來,把草廳門拽上;出到大門首,把兩扇草場門反拽上鎖了,帶了鑰匙,信步投東,雪地裡踏著碎瓊亂玉,迤邐背著北風而行。(《수호전》 제9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