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눈보라치는 시골집에서 밤에 앉아村雪夜坐

村雪夜坐눈보라치는 시골집에서 밤에 앉아/ 당唐 백거이白居易

南窓背燈坐 등불 등지고 남창 앞에 안았으니
風霰暗紛紛 어둠 속에 싸락눈 분분히 날리네
寂寞深村夜 깊은 산골의 밤 적막하기만 한데
殘雁雪中聞 뒤처진 기러기 울음 눈 속에 들리네

장한가나 비파행의 큰 감정을 파노라마처럼 다루어낸 대가의 솜씨를 작은 절구 한편에서 대신 느끼는 기분이다.이 시는 <<萬首唐人絶句>>에 수록되기도 하였지만 적극적으로 시를 지은 상황이나 배경을 연구한 저작은 당장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서가 요즘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예전 창호지로 문을 바른 시골집에서 겨울밤에 아랫목 온기를 느끼며 웅크리고 누워 있으면 바람이 불어 마당의 기물이 굴러가는 소리, 멀리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 바람이 문 앞을 지나가는 소리, 이에 따라 문풍지가 부르르 떠는 소리 등 다양한 겨울 소리가 들려왔다.

소쩍새 울음이 들리거나 누에가 뽕잎을 갉아대는 생명력으로 부산한 봄밤이나 무더위에 개구리 소리 요란한 여름이나, 달밤에 감나무 가지가 창호지에 낭만적으로 드리우는 가을과는 다른 다소 근원적인 것을 생각하고 무한한 고독감에 젖게 하는 밤이다. 겨울밤은 길기도 하지만 그래서 무겁기도 하다. 겨울철에 철학서를 읽으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닌 것이다.눈보라가 치는 겨울 밤, 무리를 잃고 떨어져 길게 우는 殘雁이 시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고요히 묵상하게 만든다.

지난 12월 말에 상해에 갔다가 문구점에서 매일 한 편의 한시가 적혀져 있는 달력을 만났다. 이런 달력을 39원(한국돈 6400원 정도)에 산다는 게 너무 좋았다. 산 김에 매일 한 편씩 읽어보기로 했다. 이 연재는 그래서 시작한 것이다. 누구나 오늘의 한시를 한 편 감상하고 싶을 때 들어와 음미하고 의견이 있으면 댓글도 남겨 주시기 바란다.

一日一詩心詩意好生活

하루 한 편의 시심시경(詩境)과 같은 멋진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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